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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에 맞선 성소수자의 오늘...그래도 '사랑'의 이름으로
대구 1천여명 퍼레이드 "괜찮아 사랑이야...더 이상 혼자가 아닌 우리 함께"
2015년 07월 05일 (일) 21:02:37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성하 인턴기자 pnnews@pn.or.kr

   
▲ 동성로에서 축제를 즐기는 제7회 대구퀴어축제 참가자 1천여명(2015.7.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5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일대. 무지개 깃발이 휘날리는 거리에 남자와 남자가 손을 잡고 여자와 여자가 어깨동무를 한 채 당당히 거리를 걷는다. 짧은 치마를 입고 힐을 신은 드랙퀸(여장남자)과 숏커트를 하고 선글라스를 쓴 여성이 무지개 깃발을 두르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20여개의 파란색 부스 아래에서는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인식개선을 위한 각종 행사들이 열렸다. 성소수자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참여하는 단체는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응원을 요구하는 메시지판도 만들었다. 노란색 포스트잇에는 시민들이 남긴 많은 응원의 메시지가 가득 적혔다.

   
▲ 성소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2015.7.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사랑합니다. 응원합니다', '사랑하라 저항하라', '괜찮아 사랑이야', '사랑이 이긴다' 등 성소수자들의 힘겨운 오늘을 지지하는 문구들이 메시지판을 채웠다. 그 옆에는 볼에 무지개를 그린 한 게이커플이 거리에서 당당히 키스를 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를 보냈다. 맞은편 동성로 야외무대에서는 축하공연들이 이어졌다.    

   
▲ 대구퀴어축제에 참가한 한 커플이 키스를 하고 있다(2015.7.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에서 성소수자들의 하루 축제인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대구를 포함한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에서 몰려 온 성소수자들과 시민 등 1천여명은 '사랑'의 이름으로 연대와 소통을 했다. 대구지역 43개 단체가 참여하는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5일 동성로에서 대구퀴어축제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시민 1천여명이 참석했으며 오후 2시부터 5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날 축제는 대구지방경찰청과 대구중부경찰서의 앞서 6월초 시위행진 '금지' 통고와 대구 중구청의 동성로 야외무대 사용 '불허', 일부 기독교단체의 축제 '반대'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대구지방법원이 '행진을 금지할 이유가 없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우여곡절 끝에 열리게 됐다.

   
▲ 동성로 야외무대에서 퀴어축제 축하공연 중인 가수 회기동단편선(2015.7.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퀴어축제는 2009년 시작해 올해 7회를 맞는다. 퀴어(Queer)란 성소수자를 의미하는 말로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이 있다. 이 같은 퀴어축제는 서울과 대구에서만 열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기독교단체가 '동성애 반대' 운동을 펼치면서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기독교단체 반대가 거세진 후 축제 참가자 수는 더 늘어나는 추세다. 2009년에는 대구에서 50여명만 참여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6백여명 올해는 1천여명(경찰추산 6백여명)이 참여했다.

특히 앞서 기독교단체가 퀴어축제 핵심인 자긍심 퍼레이드(행진)를 막기 위해 맞불 행진을 신고하면서 퀴어축제 행진도 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이 '충돌 우려'와 '교통혼잡'을 이유로 금지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6월 25일 경찰의 시위금지 '효력정지' 결정을 내려 당일 퍼레이드를 할 수 있게 됐다. 

   
▲ 봉산육거리에서 마지막 축제를 즐기는 참가자들(2015.7.5)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때문에 퀴어축제 참가자 1천여명은 이날 오후 5시부터 2시간가량 대구백화점 앞에서 시작해 봉산육거리까지 행진을 했다. 행진 중 참가자들은 성소수자들의 모습 그대로가 아름답다는 가사를 가진 미국가수 레이디가가의 'Born This Way(이렇게 태어났다)'에 맞춰 춤을 추며 축제를 즐겼다.

행진 인파 반대쪽에서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든 기독교단체 회원 3백여명이 확성기를 틀고 북을 치며 '회개하라'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축제 참가자들은 오히려 '당신들을 사랑합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그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행진 중간마다 언쟁이 벌어졌지만 경찰의 제재로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이날 두 단체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병력 2천여명을 동원했다.    

   
▲ 퀴어축제 참가자들이 축하공연을 즐기고 있다(2015.7.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배진교(40) 대구퀴어축제조직위 공동대표는 "1년 내내 혼자인 우리 퀴어들이 고립에서 벗어나 더 이상 혼자가 아닌 함께 소통과 연대를 하는 장이 바로 퀴어축제"라며 "비록 우리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세력이 우리의 인권을 무시해도 축제를 통해 훼손된 자존감을 회복해 1년을 또 행복하게 살자. 더 많이 사랑하고 연대하고 소통하자"고 했다.

강명진(36)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퀴어축제에 오니 시민들과 소통이 되는 느낌이 든다"면서 "매우 재미있고 즐겁다"고 말했다. 또 "어디에든 반대세력이 존재한다"면서 "관공서가 나서서 반대하지만 않는다면 저런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북을 치며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기독교단체 회원들(2015.7.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기독교단체 회원 1천2백여명의 '동성애 반대' 예배(2015.7.5.한일극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대구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장희종)와 예수재단(대표 임요한) 등 기독교인 1천2백여명은 이날 오후 1시부터 4시간가량 한일극장 앞에서 '동성애 조장중단 촉구 교회연합예배'를 열었다. 이들은 동성애 반대 서명운동을 받으며, 퀴어축제 행진을 허가한 대구지법 해당 판사에 대한 '사퇴'를 촉구했다. 또 예배 후에는 퀴어축제를 막기 위해 행진 동선을 따라다녔다. 특히 모 교회 장로 이모(54)씨는 퀴어축제 플래카드에 인분을 던져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돼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장희종 목사는 이날 예배에서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는 것만이 세상의 진리"라며 "동성애는 하나님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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