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구가 커피 쏜다고 해서 오랜만에 나왔어요. 알바는 쉬고 있어요. 한달째 수입 0원 텅장(돈이 없어 텅텅 빈 통장을 가르키는 신조어)이에요. 사장님이 부른다는데 언제일지 몰라 기다리고 있어요"
대구시 중구 동인동2가에서 만난 대학생 김아영(22)씨는 9일 친구를 만나러 오랜만에 스타벅스에 왔다. 김씨는 동성로 A한식집에서 넉달간 비정규직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달 17일부터 식당이 휴업하면서 일이 끊겼다. 사장이 식당 문을 다시 열면 불러주겠다고 했지만 언제일지 알 수 없다. 월세, 식비 혼자 감당해야하는데 수입이 없으니 한숨만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한달째 이어지면서 대구지역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등 저소득층 현장 노동자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 한달 벌어 한달 살아가는 이들의 잔고가 텅텅 비어 가고 있다. 각종 고지서는 날아오고 있는데 휴업 장기화로 인해 수입은 0원이다. 월세, 전기세, 가스비, 식비 모든 게 막막하다.
이와 관련해 대구지역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대구시에 저소득층에 대한 생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구참여연대는 9일 성명을 내고 "대구시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민생대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 지원시책은 실효성이 없고, 대구시는 자체적인 대책이 아예 없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재난관련기금은 감염병, 홍수, 가뭄 등 자연 재해나 사회적 재해와 관련한 용도로 지자체가 사용할 수 있다. 광역자치단체는 전체 예산의 일정금액을 의무적으로 해마다 재난기금에 적립하고 있다. 예방활동, 피해복구, 재해구호 등 사회복지성 기금으로도 쓸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미 지난 달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재난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대구시도 재난기금 170억원과 구호기금 80억원 등 250억원을 코로나19 방역품 구매에 썼다. 하지만 대구시는 저소득층 지원에는 한 푼도 쓰지 않고 있다. 때문에 곳간에 '고인 돈'을 풀라는 게 대구참여연대 요구다.
민주노총대구본부와 대구민중과함께는 오는 10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일용직, 특수고용노동, 5인 미만 영세사업장 노동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생활고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들 단체는 "정부와 지자체 코로나 대책에서 비정규직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생명 안전과 생계마저 정책에서 외면당하는 현실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의 '재난기본소득 100만원' 관련 질문에 "대구시 재정이 허락한다면 전 인구에 재난위로금, 보상금을 드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가재정이 허락할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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