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학살지인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에서 15년 만에 유해 재발굴 작업을 한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와 (사)경산코발트광산유족회(회장 나정태)에 14일 확인한 결과, 오는 23일 경산시 평산동 폐코발트광산에서 유해 발굴작업을 진행한다.
경산시 평산동 수평2굴 전체 면적 789㎡에서 유해를 발굴한다. 하지만 이번 작업은 새로운 유해를 찾아 내는 게 아니다. 2굴 안에서 이미 발굴한 유해 잔뼈를 굴 밖으로 반출하는 수습과 정리 사업이다.
정권을 달리하며 부침이 있다보니 유해를 발굴하고도 밖으로 옮기지 못했다. 유해들을 15년 만에 빛을 보는 셈이다. 2기 진실화해위와 경산시는 23일 유해 재발굴 작업을 시작하면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는데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봤다. 비소 등 위험 물질을 처리해야 하고, 반출 양이 상당한 탓이다.
이곳에 잠든 유해는 3,000여구로 추정된다. 1기 진실화해위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국가폭력 민간인 희생자 유해 420여구를 발굴해 밖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가을부터 사업을 중단시키고 예산을 끊었다. 광산에서 발굴한 잔뼈와 흙 등은 15년간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렇게 잠든 양이 5,000여 포대다. 진화위는 지난 2022년, 유족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포대를 꺼내기로 결정했다. 이후 유족들은 10개 포대만 샘플 성격으로 반출했다. '시멘트'처럼 굳어 분류가 어려웠다. 해체 후 나온 잔뼈는 34점이다. 5,000여 포대를 모두 분류할 경우 잔뼈는 수백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족회는 23일 당일 유해 발굴 작업 전에 개토제를 진행하고 봉행을 한다.
![]() |
||||||||
▲ 3,000여명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코발트광산 수평2굴(2019.10.7) / 사진. 평화뉴스
|
||||||||
코발트광산은 한국 근현대사의 대표적 국가 폭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지 중 하나다. 1950년 한국전쟁 전후 한국군과 경찰에 의해 민간인 3,500여명이 보도연맹원 등으로 몰려 코발트광산에서 사살됐다.
나정태(77) 경산코발트광산유족회장은 "남은 유해를 굴 밖으로 모시는데 15년 걸렸다. 뒤늦었지만 다행스럽다"며 "국가폭력에 의해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의 한맺힌 억울함을 이제라도 풀어주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산에 잠든 유해에 대한 추가 발굴은 없어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업은 2기 진화위의 유해 발굴 지자체 보조사업 일환이다. 진화위는 지난 13일 유해발굴 지자체 14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으로 경산 코발트광산 사건과 공주 적대세력사건, 신안 적대세력 사건 등을 유해 발굴 보조사업으로 정했다. 경주 국민보도연맹 사건 2곳, 전주 국민보도연맹 사건, 경기도 선감학원 인권침해 사건 등도 유해 발굴지로 뽑았다.
진화위 유해 발굴 수요조사에 전국 17개 지자체가 31곳에 대해 유해 발굴 신청을 했다. 평가위원들은 사업 시급성과 발굴 용이성, 조사 연관성 등을 평가해 모두 14곳을 발굴지로 채택했다. 유해발굴 전체 예산은 11억원이다. 진화위는 사업당 최대 1억5,000원까지 각 지자체에 지원한다.
김광동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권위주의 시기 인권침해 사건의 유해 발굴을 통해 진실이 규명되고 희생자 명예회복과 유가족의 맺힌 한들이 조금이나마 해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