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오류' 함정에 빠진 홍준표 시장...대구 동네마다 주민 갈등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4.2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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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개월, 이전 부지 변경 등 자고 나면 바뀌는 '도시계획'
'신청사' 재검토부터 매천시장·문화예술허브·가창면·경대병원
북구·달성 등 지역 곳곳 시위·현수막·삭발→주민들 "독선적"
비판에도...홍 "혁신에 대한 저항·찌라시, 미래 위한 재배치"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대구 도시 계획. 홍준표 대구시장 말 한마디로 각종 이전 계획이 바뀌고 있다.

경북도청 후적지 북구 문화예술허브, 매천 농수산물도매시장, 가창면 수성구 편입, 대구신청사, 경북대병원이 대표적 쟁점이다. 취임한 지 겨우 10개월인데 곳곳에서 주민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전임 권영진 시장이 확정한 사안을 순식간에 바꾸고, 해당 기초단체도 모르게 사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론화 과정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과 배치되는 사업도 있다. 연구용역 예산 수억원을 집행한 사업도 원점 재검토하고 아예 다른 부지로 옮긴 경우도 있다.

◆최근 가장 큰 갈등이 생긴 사업은 예정 부지가 북구에서 달성군으로 바뀐 '문화예술허브'다. 

"북구 미래 망치는 홍준표 시장 반성하라" 문화예술허브 변경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삭발(2023.4.10) / 사진.비대위
"북구 미래 망치는 홍준표 시장 반성하라" 문화예술허브 변경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삭발(2023.4.10) / 사진.비대위


대구시에 21일 확인한 결과, 오는 2027년을 목표로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대구교도소 10만여㎡ 부지에 '국립근대미술관', '국립뮤지컬콤플렉스'를 포함한 '문화예술허브'를 조성한다. 전체 예산은 6,726억원이다. 하지만 당초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달성군이 아닌 경북도청 후적지인 북구 산격동 10만4,833㎡ 중 4만여㎡ 부지에 지을 예정이었다. 문체부는 3억원을 들여 '경북도청 이전터 활용방안 연구 용역'을 들어간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기도 하다.  

정부가 용역 발주를 넣은 지 두달 만에 대구시는 예정부지를 변경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두류정수장 이전터로 예정한 대구신청사 건립과 이전 시기가 지금으로선 불투명해서 올해 말이면 이전이 끝나는 대구교도소를 활용하는 게 좋다"며 "인프라가 부족한 서부권 개선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북구 주민들은 반발했다. 북구 23개 동 주민자치위원회로 구성된 '도청후적지 문화예술허브 변경추진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대구시청 산격청사와 북구청 등에 현수막을 걸고 반발하고 있다. 주민 500여명은 지난 10일 산격청사가 앞에서 규탄 집회도 열었다. 이성장 북구 주민자치위 회장, 윤순미 침산1동 주민자치위원장, 김진석 산격1동 주민자치위 운영위원 등 비대위원 3명은 삭발까지 했다.

◆'홍카콜라 NO 뻥카콜라 OUT', '거짓말쟁이 홍 시장', '북구 미래 망치는 홍 시장은 반성하라'
 

"소통없는 정책 변경, 늘어나는 갈등, 주민 의견 무시하는 대구시 각성하라" 북구의회(2023.4.17) / 사진.북구의회
"소통없는 정책 변경, 늘어나는 갈등, 주민 의견 무시하는 대구시 각성하라" 북구의회(2023.4.17) / 사진.북구의회


'헛소리하는 뻥카콜라 윤 대통령 공약 이행하라' 등 노골적 비판 문구들이 등장했다. 이성장 북구 주민자치위회장은 "주민들한테 일언반구 설명 없이 공론화 절차도 없이 계획을 변경했다"며 "홍 시장의 독선적이고 불통인 행정 때문에 피해는 우리 주민들이 입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원안 추진 서명운동을 펼쳐 북구 주민 6만6,768명의 서명을 받아 문체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반발이 잇따르자 홍 시장은 지난 12일 도청 후적지를 미래 50년 도시발전을 위한 도심융합특구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예산 1조7,000억을 투입한다고 했지만, 주민들 불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35년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도 시끄럽다. 달성군이 유력 이전지로 떠오르면서부터다.
 

'문화예술허브 원안 추진, 매천도매시장 이전 반대' 민주당 지역위 기자회견(2023.4.10) / 사진.민주당 대구시당
'문화예술허브 원안 추진, 매천도매시장 이전 반대' 민주당 지역위 기자회견(2023.4.10) / 사진.민주당 대구시당


도매시장은 1988년 지어진 후 거래금액 연 1조짜리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시설 노후화로 2000년부터 꾸준히 재건축과 이전 논의가 있었다. 대구시가 도매시장 이전과 관련해 진행한 연구 용역만 지난 2007년, 2013년, 2015년 3차례 예산만 수억원이 들었다. 그리고 대구시는 지난 2018년 도매시장상인연합회와 현대화사업을 합의했다. 예산 1,075억원(시비 624억원, 국비 180억원, 지방채 271억원 발행)을 책정했고, 현대화를 위해 매천동 일대 부지를 매입하는데 440억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현대화가 아닌 시장 이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를 위해 4번째 용역도 추진한다. 홍 시장의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공약' 이행을 위해서다. 대구시는 지난 9월 민선 8기 첫 추가 경정에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타탕성 기본계획 수립 용역' 2억원을 편성했다. 대구시의회가 부결해 현재는 멈춘 상태다. 그러나 홍 시장은 여전히 새 도매시장을 건립한다는 구상을 강행하고 있다.  

유력한 이전 부지로 달성군이 떠오르자 달성군의회는 작년 8월 '도매시장 달성군 하빈면 이전 촉구 성명'을 냈다. 대구교도소 하빈면 이전 인센티브로 도매시장을 달라는 게 성명의 주요 내용이다. 

반면 북구의회는 지난 17일 '문화예술허브 조성 이행,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반대' 성명을 내고 "소통 없는 정책 변경으로 주민 갈등이 늘어났다"며 "주민을 무시하는 대구시는 각성하라"고 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북구갑을 지역위원회도 지난 10일 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에게 묻지 않고 공약을 뒤집은 홍 시장은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원안대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한 북구의원은 "홍 시장이 무오류의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며 "주민들이 이렇게 많이 반대하는데도 무조건 맞다고 하니...일이 잘못되면 다 책임질 것이냐.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지 일방적으로 행정을 해선 안된다"고 21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밝혔다.  

◆갑작스러운 행정 개편도 논란이다. 달성군 가창면을 수성구로 편입하겠다고 말한 탓이다.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을 강력히 반대한다" 달성군의회(2023.4.7) / 사진.달성군의회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을 강력히 반대한다" 달성군의회(2023.4.7) / 사진.달성군의회


홍 시장은 지난 달 9일 언론 간담회에서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0일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8개 구.군단체장과의 만찬에서 "마음대로 하지 않겠다. 주민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고 수위를 조절했다. 수성구와 달성군은 주민 의견을 묻는 절차를 고심 하고 있다.    

비판 목소리는 시의회에서 나왔다. 하중환(달성1.국민의힘) 대구시의원은 지난 13일 시정질문을 통해 "행정계획 수립 재량권이 있어도 남용을 경계하고 타당성을 검증해야 하는데, 무계획적, 충동적으로 정책을 제시했다"며 "자치권을 무시하고 주민 신뢰를 저버려 갈등을 유발한다"고 꼬집었다. 

◆경북대병원 삼덕동 본원도 100년 만에 중구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홍 시장은 취임 후 국립 경북대병원의 건물 노후화, 시설 협소 등을 이유로 "병원 이전" 의사를 밝혔다. 이후 경북대학교와 경북대병원은 지난해 7월 TF팀을 꾸렸고, 대구시도 TF지원단을 만들었다. 올해 상반기까지 연구 용역을 진행해 병원 이전이든 확장이든 결정할 방침이다. 

해당 지역인 중구는 반발했다. 류구하 중구청장은 "중구에 있던 대구시청 신청사는 달서구로, 계명대 동산병원도 달서구로 이전했는데 경북대병원마저 떠난다면 중구 쇠퇴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중구의회도 지난해 9월 29일 '경북대병원 사수 결의안'을 채택했다. 중구의회는 "분노와 허탈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여론 수렴 없이 하향적 행정 방식을 통한 이전 추진은 있을 수 없다. 2003년 문화재로 지정된 100년의 경북대병원을 뿌리 째 뽑아가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구는 상급종합병원 유치에 나섰다. 동구의회는 지난해 7월 '경북대병원 본원 동구 이전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병원을 둘러싸고 중구와 동구가 갈등을 빚는 모양새다.  
  
◆동네마다 갈등이 생긴 이유는 공론화 과정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대구신청사'가 시작이다. 
 

"신천숲 조성 축하합니다" 홍 시장이 기념 식수 행사에서 발언 중이다.(2023.4.5) / 사진.홍준표 시장 페이스북
"신천숲 조성 축하합니다" 홍 시장이 기념 식수 행사에서 발언 중이다.(2023.4.5) / 사진.홍준표 시장 페이스북


대구시는 2020년 12월 현재 중구 동인동에서 달서구 두류정수장로 대구시청사를 옮겨가기로 했다. 신청사 부지를 결정하면서 중구청과 달서구청도 모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중구청은 시청 후적지로 지상 65층 복합 허브 공간 '메가 라이브러리' 조성을 발표했다. 

홍 시장은 오랜 공론화 끝에 결정난 신청사 이전을 원점 재검토 결정했다. 예산이 모자라다는 게 이유다. 추가로 부채를 지고 신청사를 짓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어 대구시의회도 지난해 부지 일부 매각을 반대하는 의미로 신청사 설계비 13억4,0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홍 시장은 "달서구의원들 책임"이라고 주장하며 대구신청사건립 부서를 폐쇄하고 공무원들도 전보 조치했다.  

사실상 백지화 단계다. 달서구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구시 신청사 바로세우기 시민연대'는 재검토를 거부하고 지난해 12월 달서구청 앞에 신청사 유치 기념비를 세웠다. 이 자리에서 양종학 신청사유치주친위원장은 "홍 시장은 졸속행정을 멈추고 시민 뜻에 따르라"고 호소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정치가 주인이어선 안된다. 지방자치 주인은 주민"이라고 했고,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용판(국민의힘) 의원도 "홍 시장이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즉흥적 결정을 했다"고 지적했다.

◆"혁신에 대한 저항, 현혹되지 말길" 반발에 대한 홍 시장 입장이다. 모두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홍 시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흔들림이 없다. 홍 시장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특정 구청과 군청을 보고 시정을 추진하지 않는다"며 "대구시 미래 50년을 보고 도시 재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어느 곳이라도 모두 대구광역시"라며 "도시의 균형 발전과 신속한 업무 추진을 고려해 모든 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에 대한 저항이 왜 없겠냐"면서 "일부 정치단체와 시민단체에서 우기는 찌라시 같은 페이크(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마시길 시민들에게 당부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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