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권 카르텔부터 해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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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고위 공직자는 주식처럼 부동산도 백지신탁해야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토지 투기 의혹에 국민이 분노하였고, 2022년 대선 때부터 소위 ‘대장동 게이트’가 나라를 뒤흔들었는데, 올해 또다시 이런 어이없는 일이 터졌다. 더구나 이번에는 의혹이 제기되자 ‘뜬금없이 백지화 → 슬그머니 재추진’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코미디처럼 국민의 실소를 자아내기까지 한다.

부동산 투기는 한국의 팬데믹

이들 비리와 의혹의 공통 원인은 ‘부동산 불로소득’이다. 흔히 ‘개발이익’이라고도 하지만, 눈에 보이는 개발이 없더라도 용도 변경 또는 사회경제적 변화만으로도 이익이 발생하므로 ‘개발이익’은 폭이 좁은 용어다. 또 부동산 중에서도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부동산 불로소득을 ‘토지 불로소득’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적확하다. 토지 불로소득이 개인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누가 무슨 부동산을 얼마나 소유하든 또 고속도로 노선이 어떻게 되든 이렇게까지 논란이 커질 리가 없다.
 
사진 출처. KBS뉴스 <[단독] 고속도로 주변 김건희 일가 땅 29필지…핵심 의혹은?>(2023.07.06) 방송 캡처
사진 출처. KBS뉴스 <[단독] 고속도로 주변 김건희 일가 땅 29필지…핵심 의혹은?>(2023.07.06) 방송 캡처

우리 국민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땀이 아니라 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풍토에서 살아왔기에, 나도 그렇게 돈을 벌어보고 싶다는 꿈에 젖어 산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투기는 온 국민이 언제라도 감염될 수 있는 팬데믹이 되고 말았다. ‘부동산 팬데믹’의 해법에 대해서는 필자의 아래 칼럼을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

[참고 칼럼] "한국의 팬데믹 부동산 투기를 막을 백신 있다 : '지대이자 차액세'로 안전·확실하게 집단 면역을"(2021/4/5 <평화뉴스>. http://www.pn.or.kr/news/articleView.html?idxno=18653)

토지 불로소득은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지대 추구’(rent-seeking)를 일으켜 시장의 효율성도 저해한다. 또 토지 불로소득을 없애는 수단인 토지보유세는 조세 중에서 가장 시장친화적이다. 이런 내용은 교과서에 다 나오는데도 왜 제도를 고치지 않는 걸까? 공직자의 인사청문회나 재산공개 때마다 드러나듯, 정책결정자와 부동산 부자가 결합한 ‘카르텔’ 때문이라고 의심하게 된다.

부동산 이권 카르텔이 문제

경제 용어인 ‘카르텔’은 같은 업종의 기업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가격·생산량·판로 등에 대하여 서로 협력하는 독점 형태를 말한다. 공정거래법에는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행위를…하여서는 아니 된다.”(제19조 제1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의 ‘행위’에는 명시적 합의만이 아니라 묵시적 합의도 포함된다.

요즘에는 ‘카르텔’의 용법이 확대되어, 업종이 다르더라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당사자들의 부당한 공동행위, 담합, 유착 등의 관계를 모두 지칭한다. 이런 카르텔의 사례로 한덕수 총리를 들 수 있다. 한 총리는 2017년 12월부터 4년 4개월 동안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고문 자격으로 20억 원 정도의 보수를 받았다. 법조계와 로비스트가 맺고 있는 묵시적 카르텔이 아니라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걸 누구나 안다. 안타깝지만, 어느 사회든 지배계층의 명시적·묵시적 카르텔이 흔히 존재한다.

묵시적 카르텔 중에서 ‘부동산 이권 카르텔’의 폐해는 너무나 크다. 고위 공직자, 부동산 부자, 거대 언론, 대형 건설업자로 구성되는 이 카르텔은 부동산 문제가 터질 때마다, 재수 없이(?) 걸린 개인과 정권을 내로남불 격으로 비난하기는 하지만, 제도 자체를 개혁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니, 개혁의 목소리가 나오기만 하면 온갖 이유를 동원하면서 거부하거나 무시해버린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에 이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우리는 잘 봐왔다.

부동산 백지신탁제가 카르텔 해체의 첫걸음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출마 선언 때부터 ‘이권 카르텔’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해왔다. 문재인 정권, 신재생에너지 사업, 시민단체, 화물연대, 건설노조, 민주노총,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 대상 등을 ‘이권 카르텔’로 지목했다. 그런데 그의 목록에 부동산 이권 카르텔이 들어있을까?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동산 보유세를 오히려 후퇴시킨 것을 보면 아닌 것 같다.

토지 불로소득을 없애려면 토지보유세를 강화해야 하고, 그런 개혁을 하려면 부동산 이권 카르텔을 해체해야 한다. 첫걸음은 고위 공직자 집단을 카르텔에서 분리하는 작업이고 이를 위해서는 고위 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책을 다루는 고위 공직자가 카르텔에서 벗어나 중립적으로 그리고 원론에 충실하게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게 된다.
 
사진 출처. KBS뉴스 <다주택자 이해상충 상임위 배정…'부동산 백지신탁' 대안 되나>(2020.07.08) 방송 캡처
사진 출처. KBS뉴스 <다주택자 이해상충 상임위 배정…'부동산 백지신탁' 대안 되나>(2020.07.08) 방송 캡처

부동산 백지신탁은 ‘좌파’의 시샘에서 나온 주장이라는 오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제도는 ‘우파’인 현재의 여당도 여러 차례 제안했었다. 2004년,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에 휘청거리던 시기에 박근혜 대표는 ‘천막당사’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는 4·15총선 직전 ‘실천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11개 약속을 내걸었는데, 부동산 백지신탁이 들어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한나라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07년 토론회에서 이 제도 도입에 동의한다고 공언했다.

‘노선 백지화 쇼’를 벌인 원희룡 건설교통부 장관도 2007년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에 국회의원 부동산 백지신탁 도입을 주장했고, 제주도지사였던 2020년에도 이 제도를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촉구했다.

그런데 주식은 백지신탁제가 제도화되어 있지만 주식보다 더 중요한 부동산은 무시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주식 카르텔보다 부동산 카르텔의 힘이 더 센 모양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로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여론이 비등한 이번 기회에 정치권이 진영을 넘어 시원하게 합의해 주기 바란다.

 
 
 





[김윤상 칼럼 130]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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