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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권한을 '시민의회'로 견제하자
[김윤상 칼럼] 시대 변화에 맞게 직접민주주의 확대해야
2023년 07월 02일 (일) 14:27:07 평화뉴스 김윤상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필자는 지난 5월 칼럼(글 끝에 링크 있음)에서 현행 정치제도의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진정한 비례대표제, 다양한 정당, 시민의회를 제시했었다. 이번 글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는 적절한 방안에 대해 더 생각해보려고 한다. 대통령중심제는 행정부가 입법부와 별도로 존재하고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국민에 의하여 선출되는 정부형태다. 이런 체제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권한의 범위가 넓고 적절한 견제가 없으면 자칫 ‘제왕적 대통령’이 되어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권한, 이대로 좋을까?

최근, 대통령의 권한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례가 여럿 있었다. 우선 인사권부터 보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6월 9일 새 대법관 후보 두 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했는데, 애초에 내정했던 후보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거부할 뜻을 나타내자 대법원장이 후보를 교체하여 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이런 과정은 일반 국민의 눈에 이상하게 비친다. 대법원은 어느 국가기관보다 정치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이 필요한데도 대통령과 국회라는 ‘정치’ 기관이 깊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역시 정치적 중립이 중요한 방송통신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사례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를 불과 두 달 남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하였고,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도 사퇴시키려고 감사원을 통해 심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현 정부 출범 때부터 두 위원장의 국무회의 배석을 배제하였고,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은 “새 정부의 성향과 맞지 않으면서 자리 지키기를 하는 것은 몰염치하다.”고까지 했다. 그리고 두 위원장 후임으로는 윤석열 대선후보 선거 캠프 출신이 내정 또는 임명되었다.
 
   
▲ 윤석열 대통령(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 축사. 2023.06.28) / 사진 출처. 대한민국 대통령실

왜 헌법은 정치적 중립 기관의 인사에 ‘정치’가 개입하는 제도를 채택했을까? 일반 국민과 엘리트 간의 수준차가 크고 직접민주주의가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 국민에 의해 선출된 기관이 국민을 대신해서 통제해주기를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는 정당과 연계되어 있어 정치적, 아니 ‘정파적’ 특성을 띨 수밖에 없고, 더구나 우리나라나 미국처럼 양대 정당이 정치 생태계를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극단적인 혐오와 대결의 늪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이런 제도로는 정치 중립적 통제를 기대할 수 없다.

시민의회가 유력한 답이다

그럼, 정치 중립 기관장의 인사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면, 국민을 잘 대표하면서도 정치적 편향성과 거리를 두는 제3의 방식을 찾을 수 있다. 글머리에서 언급한 필자의 칼럼에서 제시했던 ‘시민의회’가 유력한 답이다. 시민의회는 선거를 통해 구성하는 국회와 달리, 일반 시민 중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뽑힌 대표로 구성하는 의회다. 안건이 상정되면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충분한 숙의를 거쳐 결정한다. 국민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시대 변화에 어울리는 수단이다. 선거의회와 추첨의회를 같이 두면 프로와 아마추어의 건강한 조합을 이룰 수 있다.

시민의회의 소관 업무는 국민의 상식을 반영해야 하는 중요 사항, 정파 간 의견이 심히 엇갈리는 사항, 선거의회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항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대법원, 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 국가정보원, 수사기관, 방송통신위원회처럼 정치적 중립이 필수적인 기관장의 인사는 시민의회가 다룬다. 국회에서 가결되었으나 대통령이 거부하는 법안은 시민의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한다. 최근 양곡법과 간호법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고, 여야 갈등 속에 국회 통과를 앞둔 ‘노란봉투법’도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직자 탄핵 소추, 사면도 정파적 고려에 휘둘리지 않고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면 시민의회가 판단하도록 한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국회의원 선거 방식도 시민의회에서 정해야 한다.
 
   
▲ 사진 출처. KBS 뉴스 <국회, '노란봉투법' 본회의 부의안 의결…여, 퇴장>(2023.06.30) 방송 캡처

그러나 이런 권한을 시민의회에 부여하려면 헌법을 바꾸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뒤처진 현행 헌법을 빨리 개정해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법률로 시민의회에 준하는 ‘공론화 기구’를 두고 헌법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최선이다. 전문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참고하면서 숙의를 거쳐 결론을 내리고, 다른 권력기관이 특별한 이유 없이는 무시하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

시민이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종전의 직접민주주의 방식인 국민투표, 국민발안, 국민소환을 넘어 시민이 더 적극적으로 국정 현안에 관여하는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주가 2004년에 그리고 온타리오 주가 2006년에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시민의회를 운용하였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남아공은 시민의회에서 헌법 개정안을 다루기도 했다. OECD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까지 회원국에서 시민의회 방식이 총 282회 실시되었다고 한다.

국내 사례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론화위원회를 열어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재개 또는 중단 문제를 논의였고, 청와대에서 국민청원 제도를 도입하였다. 또 최근 5월에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500인의 시민참여단을 구성하여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다루기도 했다. 다른 예로, 국회가 국민동의청원 제도를, 국가교육위원회가 국민참여위원회를,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신문고를 두고 있다.

시민의회에 국정의 최종적인 결정권을 부여하는 사례는 아직 없지만, 앞으로는 시대 변화에 맞게 권한을 점점 더 늘려갈 추세임에는 분명하다. 기성 정치권에서는 자기네 권한이 축소되는 이런 개혁을 달가워하지 않겠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시민의회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우리 국민이 압박을 가해야 한다. 말 그대로, 민주국가 즉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참고 칼럼] <윤석열 1년, 국민의 실망>(평화뉴스. 2023년 5월 1일)
(http://www.pn.or.kr/news/articleView.html?idxno=20184)


 
   
 





 [김윤상 칼럼 129]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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