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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폐지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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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칼럼]

 

나라살림 적자인데 세금 감면한다는 정부

물가상승과 실질임금 하락으로 집집마다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있다. 나라 살림도 더 어려워져 4월까지 관리재정수지가 64조원 적자라고 한다. 작년보다 적자 폭이 19조원 넘게 커졌으며 이미 올해 목표채무액의 70%에 달하는 빚이 생겼다. 그런데도 정부가 세금을 깍아주겠다고 한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종부세 폐지와 상속세 인하 등을 이야기했다. 성실장은 종부세에 대해 '주택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한 반면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요소가 상당히 있어 폐지 내지는 전면 개편이 필요하고, 종부세는 지방 정부의 재원 목적으로 활용되는데 이는 재산세로 통합 관리하여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 사진 출처. KBS 일요진단 라이브(2024.6.16) 방송 캡처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 사진 출처. KBS 일요진단 라이브(2024.6.16) 방송 캡처

민주당도 종부세 폐지 운운

종부세는 2005년 노무현 정부때 상위 1% 미만의 고가주택 및 다주택 보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 개념과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도입되었다. 현재 다주택자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1가구 1주택자는 공시지가 12억(실거래가 20억)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부과되고 있다. 

사실 종부세 폐지를 먼저 이야기한 것은 민주당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5월 8일'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 완화'를 거론했고, 고민정 최고 의원도 누더기가 된 종부세를 꼭 지켜야 할 성역으로만 여기지 말고 실용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부세는 대표적인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인데 민주당 내에서 먼저 종부세의 개편 또는 폐지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민주당의 주장을 대통령실이 받은 모양새가 되자 임광현 민주당 원내부대표가 ‘윤석열 정부가 말로는 재정 건전성을 외치면서 뒤로는 부자 감세로 재정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종부세를 만들었던 민주당이 당내의 각종 이견을 정리하지 않고 정부가 종부세 폐지를 이야기하자 비판에 나서는 것은 내로남불이다. 

종부세 누가 얼마나 내고 있을까? 

종부세 폐지 주장에는 1주택자의 부담과 재산세로의 통합이 전제되어 있다. 그렇다면 종부세를내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지난해 종부세를 낸 사람은 전 국민 가운데 상위 0.8%에 속하는 계층의 40만 8000명이었다. 이들 중 마치 피해를 보는 것처럼 언급되는 1주택자가 낸 종부세액은 평균 82만원으로,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의 평균 공시가격은 17억1000만원, 시가로 환산하면 24억~28억원이다. 지난해 종부세로 총 4조2000억원이 걷혔는데 그 중 88.5%(3조7000억원)는 종부세 대상자 중 상위 10%가 냈다. 가구 전체로 보면 상위 0.17%의 초부자들이 전체 종부세의 90% 가까이 낸 것이다. 

경향신문 2024년 6월 6일자 4면(부동산)
경향신문 2024년 6월 6일자 4면(부동산)

그렇다면 1주택자 개인은 얼마나 종부세를 낼까? ‘2020~2022년 주택분 종부세 1주택자 백분위 자료’를 보면, 2022년 1주택자 종부세 대상자 중 하위 50%가 낸 연평균 세액은 19만8000원이었다. 20만원 좀 안되는 금액을 징벌적 세금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경향신문 '종부세, 누가 얼마나 냈나 보니…시가 24억~28억짜리 집 가진 상위 0.8%가 평균 82만원 냈다'(2024.6.6) 참고)

지방제정과 종부세

종부세는 국세로 걷혀서 지방에서 교부받는 세금이다. ‘시도별 종부세 세수 실적 및 부동산교부세액’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부동산교부세액 4조9601억원 중 24.8%(1조2294억원)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75.2%(3조7307억원)는 비수도권에 배분되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전체 종부세수의 49.5%인 2조3000억원 가량이 걷었고, 받은 부동산교부세액은 4750억원이다. 

서울·경기를 제외한 모든 시·도가 납부한 종부세액보다 받은 부동산교부세액이 더 많다. 전남은 종부세 979억원을 거두고 부동산교부세액으로 5078억원을 받았다. 경북은 지난해 종부세로 1257억원을 거두고 부동산교부세액은 5280억원을 받아, 교부액을 4.2배 더 많이 받았다. 

부동산교부세액이 지방세 수입보다 더 많은 지자체도 있다. 강원 화천·양구·인제군, 전북 진안·무주·장수군, 전남 구례군, 경북 청송·영양·울릉군 등이다. 울릉군은 부동산교부세액(180억원)이 지방세 수입(90억원)의 두 배나 되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지방재정에서 종부세로 교부되는 부동산교부세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종부세를 폐지하고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하면 된다는 이야기는 지방재정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수도권 세수가 느는 만큼 지방은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합헌'

지난 5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종부세 위헌 소송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징벌적 이중과세’라는 주장과 ‘공평 과세’라는 평가가 팽팽했지만 헌재는 종부세법이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으며 입법 취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꾀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는 정책적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종부세는 상위 0.17%의 초부자가 내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 재정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가재정 적자에도 감세만 이야기하는 윤석열 정부나 수도권에서의 지지율만 생각하며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민주당 모두 지역과 서민의 삶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총선 민심은 이미 그들의 안중에 없는 듯하다. 이미 징벌적 성격이 많이 완화된 종부세 폐지를 위해서는 면밀한 논의와 검토가 전제되어야 한다. 일요일 방송에 나와 먼저 이야기하는 대통령실의 행태도 문제고 적자투성이 국가재정을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은 더욱 문제적이다. 

[남은주 칼럼 54] 남은주/ 전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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