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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이태원참사' 피해자들…"바라는 건 오직 진실, 정부 침묵말라"
대구, 이태원참사 1주기·세월호 참사 9주기 피해자 간담회
유족과 생존자들, 참사 당시 그날의 아픔 증언하며 눈물도
2차 가해·망각과 싸우는 중 "국민들에게 잊혀져 가 무기력"
변하지 않은 요구 "국가 책임 인정·책임자처벌·재발방지 대책"
2023년 11월 09일 (목) 12:27:15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june@pn.or.kr

"하나밖에 없는 제 여동생이었습니다"

'10.29 서울 이태원 참사'로 사랑하는 여동생을 잃은 김현아(가명.27)씨는 8일 오후 대구에서 열린 참사 1주기 피해자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씨는 "참사 발생 이후 1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며 "책임자 처벌, 진실규명은 전혀 진전이 없고 국민들에게 잊혀지고 있다는 게 무기력하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 '이태원참사 1주기·세월호참사 9주기 피해자 간담회' (2023.11.8. 모두의카페 다다름)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와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두 참사의 피해자와 유족들이 대구에서 참사 당일의 아픔을 전하며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진상규명이 되지 않는 현실을 비판했다. 피해자들과 유족은 이 자리에서 증언을 하다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참사로 희생된 가족과 친구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대구4.16연대와 대구통일열차, 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 경북대 인권모임은 8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 인근 '모두의카페 다다름'에서 '이태원참사 1주기·세월호참사 9주기 피해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김현희(가명)씨의 언니 김현아(가명.27)씨, 희생자 고 조경철씨의 누나 조경미(30)씨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증언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9년 전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장애진(26)씨와 아버지 장동원(53)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이 당시를 전했다. 대구시민 30여명이 2시간 가까이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시간도, 장소도, 양상도 너무 다른 두 참사. 하지만 원인은 같았다. 피해자와 생존자, 유족은 국가의 부재와 안전 시스템의 미작동을 두 참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참사 이후 국가의 무책임한 대응도 같았다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때문에 이들은 이날도 "각 참사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는 9년째, 이태원 참사 유족은 1년째 같은 요구를 국가에 하고 있다.
 
   
▲ (왼쪽부터) 박석준 대구통일열차 대표, 세월호 참사 생존자 장애진씨, 장동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총괄팀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 조경철씨의 누나 조경미씨, 희생자 김현희(가명)씨의 언니 김현아(가명)씨 (2023.11.8.)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김현아(가명)씨는 참사 당일을 떠올렸다. 지난해 10월 29일~30일 김씨는 동생을 찾기 위해 서울 병원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야기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참사 당일 무작정 119에 전화에 피해자들이 어디로 이송되고 있냐고 물어봤는데 '개인정보 때문에 가르쳐 줄 수 없다'고 말해서 서울 전역을 돌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다가 2시간 만에 동생을 찾았다"며 "우리 말고 다른 유족들은 12시간 넘게 못 찾은 경우도 많았다. 거의 대부분이 그랬다"고 전했다.

현아씨는 참사 당시 아픔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그뿐 아니라 망각과도 싸우고 있다. 그는 "그 일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잊혀져 가고 있어 무기력하다"면서 "오늘처럼 아직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그나마 동력이 된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활동하겠다. 지켜봐달라"고 호소했다.
 
   
▲ (왼쪽) 세월호참사 생존자 장애진씨, 이태원참사 희생자 김현희(가명)씨의 언니 김현아(가명)씨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2차 가해로 고통에 시달리는 유족도 있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조경철씨의 누나 조경미씨는 "유족들은 지금까지 보상금 한 푼 받은 적이 없다"며 "그런데 집회를 나가면 일부 사람들이 우리에게 '왜 세금으로 (이태원 참사 유족에게) 배상해야 하냐'며 심한 2차 가해성 발언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이태원)참사 200일이 지난 앞서 5월 8일 유족 집회에서 경찰과 유족이 충돌해 유족들이 다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생자 159명의 유족이 바라는 것은 오직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또 다른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대책 마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 대구 시민들이 세월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 전달할 응원 메시지를 적은 모습(2023.11.8.)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세월호 참사의 생존자인 장애진씨는 참사 당시 현장 상황을 전했다. 장씨는 "큰 배가 점점 기울어 창문 밖으로 컨테이너 박스가 떨어지는 것을 봤고"며 "창문으로 물이 차오르는 게 보였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배가 기울고 물이 차면서 위로 올라가는데, 바닥이 아니라 벽을 밟고 걸어 나갔었다. 안 나가면 진짜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참사의 최종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처벌과 책임은 빈칸으로 남았고 결국 이태원 참사로 이어졌다.

⊙ 장동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사참위(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세월호 특별법'에 의거해 조사를 벌였지만, 실제로 밝혀낸 것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사참위는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대통령에 공식 사과하라고 권고를 내렸다"면서 "그나마 의미있는 결과였지만, 정부는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모든 피해자들(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참사 등)이 똘똘 뭉쳐서 국가의 책임을 묻고, 명확하게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국가 책임을 명확히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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