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0월항쟁이 발생한 지 78년이 흘렀다. 국가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숨진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유족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유족들이 더 이상 외롭지 않도록 10월항쟁 정신을 계승하고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시민모임'이 닻을 올린다.
<10월항쟁을 기억하는 시민모임 4610>은 오는 1월 27일 오후 대구 달서구 도나의집(진천동 470-23)에서 창립총회를 연다. 모임 이름의 '4610'은 항쟁이 일어난 1946년 10월을 의미한다.
창립총회에서는 대표 선출, 회칙 통과, 사업 계획안, '시민모임에 바란다' 토크콘서트 등을 논의하고, 활동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시민모임'은 지역사회 인사들이 항쟁을 기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김경애, 김명숙, 김은희, 김태영, 신영철, 우창수, 이재갑, 천용길 준비위원 등 발족 대표 제안자는 8명이다. 10월항쟁의 정신을 계승하고, 시민들이 항쟁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알리자는 취지다.
시민모임은 지난해 7월 첫 모임을 가진 뒤 10월 발족식을 가졌다. 올해 1월 10일까지 모두 11번의 회의를 거쳤다. 온·오프라인으로 회원 신청을 받아 지금까지 30여명이 모임에 참여했다. 모임 시작을 알리고 자세한 규정은 정하지 않았던 발족식과는 달리, 창립총회에서는 활동을 위해 필요한 회칙, 사업계획 승인, 대표 선출 등 단체 결성 시 필요로 하는 사항을 의결한다.
시민모임은 올해부터 10월항쟁 기억길 걷기, 해설사 양성, 시월 합창단과 문화제 등을 계획했다. 구술·사진 등 10월항쟁과 관련한 기록들을 모아 아카이브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항쟁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교육 등을 할 예정이다.
기억길 걷기 프로그램의 경우 오는 3월까지 가이드북을 제작한 뒤 1년에 6번 정도 진행할 계획이다. 모임에서 양성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시민들과 함께 항쟁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10월항쟁을 알리기 위한 합창단도 구성해 연습 중이다. 현재 20여명이 합창단에 신청했다. 연령대는 5살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음악감독은 우창수 준비위원이 맡았다. 지난해 11월 첫 모임을 가진 뒤 2주에 한 번씩 연습하고 있다. 올해 10월 첫 정기 공연을 목표로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신영철 시민모임 준비위원은 "창립 취지는 시민들에게 10월항쟁이 어떤 의미를 갖고, 항쟁의 정신을 계승하는 방안에 대해 알리자는 것"이라며 "발족식은 모임을 시작한다는 상징적 의미만 담았고, 구체적인 규칙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회가 끝나면 바로 공식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영희 (사)10월항쟁유족회 이사장은 "78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시민들이 아직까지 잘 모르고 있는 10월항쟁을 이제라도 나서서 알리려고 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시민들이 항쟁을 올바르게 인식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서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10월항쟁은 대구시민들이 1946년 10월 1일 미군정의 친일 관리 고용·식량 공출 시행 등을 비판하며 거리로 나서 시위를 벌였다. 미군정과 경찰은 계엄령을 선포해 무력으로 진압했다. 대구에서 시작한 항쟁은 그해 12월까지 전국으로 퍼졌다. 10월항쟁 가담자·보도연맹원·대구형무소 수감자는 한국전쟁 전후 경산코발트광산·가창골·칠곡 신동재 등지에서 집단 사살됐다. 2009년 진화위는 10월항쟁이 공권력에 의한 희생이었다는 진상규명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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