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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앞두고, 자꾸 사라지는 '월성원전 이주대책' 현수막...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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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사는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원전 인근 주민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현수막들이 누군가에 의해 잇따라 철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성원전 현장 국정감사를 앞두고서는 더 많은 현수막들이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진 현수막은 최근 1년 사이 수십장에 달한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불기소했다. 떼어간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지도 않았다.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이주대책 마련하라", "월성 2, 3, 4호기 수명연장 중단하라"...국회 산자중기위의 '월성원전 현장 국정감사'가 있던 날 경북 경주시 양남면 등 원전 인근 주민들이 월성원전 홍보관에서 현수막을 들고 의원단을 기다리고 있다.(2024.10.18) / 사진.경주환경연
"주민 이주대책 마련하라", "월성 2, 3, 4호기 수명연장 중단하라"...국회 산자중기위의 '월성원전 현장 국정감사'가 있던 날 경북 경주시 양남면 등 원전 인근 주민들이 월성원전 홍보관에서 현수막을 들고 의원단을 기다리고 있다.(2024.10.18) / 사진.경주환경연

'경주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와 '경주환경운동연합'의 말을 18일 종합한 결과, 이주대책위는 최근 1년 사이 월성원전 홍보관 앞 천막농성장과 그 인근에 내건 현수막 가운데 20여장을 도둑 맞았다. 

'이주하고 싶은 사람 이주시켜달라. 한수원은 나아리 이주대책 마련하라', '가슴 저린 농성 10년 간의 피울음을 기억합니다. 힘내십시오. 늘 함께하겠습니다' 지난 9월 21일 내건 2개의 현수막도 누군가에 의해 사라졌다.  '삼중수소 월성 중수로 핵발전소 나아리 이주대책 마련하라' 10월 초 내건 현수막도 떼갔다. 

현수막 내용은 대체로 월성원전 인근 마을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하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이다. 원자력안전법상(제89조) 원전제한구역 기준은 914m, 원전에서 914m까지 국가가 이주를 지원한다. 하지만 915m부터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기준에서 제외된 월성원전 인근 마을 주민들은 이주대책위를 꾸려 지난 2014년부터 10년째 국가를 향해 이주대책을 마련해달고 촉구하는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농성장과 그 일대에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붙여 10년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주하고 싶은 사람 이주시켜달라. 한수원은 나아리 이주대책 마련하라' 등 이주대책위 천막농성장 인근에 내건 현수막 2개는 최근 도둑 맞았다.(2204.9.21) / 사진.경주환경연 
'이주하고 싶은 사람 이주시켜달라. 한수원은 나아리 이주대책 마련하라' 등 이주대책위 천막농성장 인근에 내건 현수막 2개는 최근 도둑 맞았다.(2204.9.21) / 사진.경주환경연 

그러나 최근 누군가 계속 현수막을 가져가 돌려주지 않고 있다. 사라진 현수막 값만 100만원 이상이다. 이와 관련해 경주경찰서에 '절도죄' 혐의로 고발했지만, 경찰은 "CCTV가 흐려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다", "죄가 없다", "벌 줄 게 아니다"며 최종 무혐의 불기소 처분했다. 떼어간 사람이 누구인지도 함구했다. 이후 현장 국감을 앞두고서는 더 많은 현수막이 사라지고 있다. 1~2개씩 떼가더니 최근 6장 넘게 떼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 10일 경주에 본사를 둔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는 18일 월성원전에서 현장 국감을 벌였다. 

현수막만 사라진 게 아니다. 의원들과의 짧은 만남도 불발됐다. 의원단 30여명을 태운 버스가 18일 현장 국감장을 찾았다. 주민들은 의원들에게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홍보관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의전을 준비하던 한수원 직원들이 홍보관에서 돌연 철수했다. 첫 일정을 홍보관이 아닌 월성원전 안으로 바꾼 탓이다. 

'삼중수소 월성 중수로 핵발전소 나아리 이주대책 마련하라' 현장 국감을 앞두고 10월 초 내건 이 현수막도 사라졌다. / 사진.경주환경연

황분희 이주대책위 부위원장은 "한수원 사장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전 인근에 사는 주민들 목소리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힘 없고 권력 없는 약자들은 국감장 밖에서 현수막 붙이는 것 밖에 못하는데, 이도 못하게 억압을 하니 너무 억울하고 허탈하다. 제발 주민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하소연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18일 논평을 내고 "한수원의 치졸함은 현장 국감 방해"라며 "현장 국감은 단순 시설 시찰이 아니라 지역 민도를 체감하는 것인데 격쟁도 못하게 방해한 것은 권리를 막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상홍 사무국장은 "의원단과 주민들의 짧은 마주침까지 막고, 현수막까지 철거하는 것은 과잉대응"이라며 "10년 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심해졌다. 하소연하는 주민들 목소리마저 틀어막아선 안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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