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후보, 왜 지지하세요?"가 아닌..."어떤 후보, 왜 싫어하세요?"를 묻다
'보수의 텃밭' 대구에서 선거를 치를 때마다 보수정당 정치인들이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서문시장.
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선을 8일 앞둔 26일 오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을 찾았다.
전국의 정치부 기자들이 선거철만 되면 이곳을 찾아 상인들에게 묻는"어떤 후보를 지지하세요?", "왜 그 후보를 지지하세요?"가 아닌, 조금은 색다른 질문을 하기 위해서다.
지겹도록 받았던 그 질문 말고, "어떤 후보를 가장 싫어하세요?", "그 후보를 왜 싫어하세요?"를 물었다.
서문시장 상인들에게 이번 대선 후보들 중 가장 '비호감도'가 높은 후보는 누구일까. 그리고 그 후보를 어떤 이유에서 싫어할까.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이후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유력 주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하지만 서문시장 상인들이 가장 '비호감'이라고 입을 모은 사람은 안타깝게도 이 후보였다.
이날 만난 상인 대부분은 이 후보에 대한 비호감을 나타냈다.
이재명·민주당에 대한 노골적 적대감 "대장동·줄탄핵·전과...안찍어줘"
이유를 들어보니, '형수 욕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탄핵안 남발' 등의 이유가 많았다. 이 후보 개인 뿐 아니라 민주당이라는 '정당'을 싸잡아 "비도덕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노골적인 '적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전집을 운영하는 상인 A(71)씨는 "전과가 있는 범죄자에다가 법도 지키지 않고, 법관도 줄탄핵하려 하는 등 자기 멋대로 하려는데 대통령을 하면 되겠냐"고 말했다. 또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나라가 독재화되는데 왜 찍어주려 하냐. 출마 자격조차 없다. 백날 해봤자 이재명 안 찍어준다"고 했다.
50년째 서문시장에서 젓갈 장사를 하는 김모(84)씨는 "이재명이 너무 막말하고 자기 재판받는 것도 지연시켰다"며 "(재판을) 받고 할 건 해야 하는데, 죄가 있어도 받지도 많고 막말도 엄청했기 때문에 싫다"고 말했다.
45년 동안 이불 장사를 했다는 B(79)씨는 "이재명은 욕도 하고 행실이 좋지 않다"며 "토론회를 봐도 제대로 말도 못하고 어물쩍 넘어가지 않았냐"고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에 대해서는 "이준석은 아직 기회가 있다. 다음을 봐야 한다"며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보수 표를 다 깨먹는다. 지금은 (후보로) 나오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문시장 1지구 혼수상가에서 만난 서모(65)씨는 "자기 가정 관리도 제대로 못 하면서 어떻게 대통령을 하겠냐"며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무죄 판결) 사진을 오려놓은 게 합성이라는데 이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 이야기를 할 때도 실실 웃어가며 장난같이 한다"면서 "국힘 찍어도 대구 경기가 수십년간 안 좋다 하는데, 그냥 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아닌 이재명이 싫다...법치국가인데, 부인 법카 등 왜 처벌 안하냐"
민주당보다 이재명 후보가 더 싫다는 의견도 있었다.
약재를 판매하는 C(70)씨도 "형수에게 욕도 하고 거짓말도 참 많이 했다"며 "민주당이 싫은 게 아니라 이재명이 싫다"고 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대한민국이 발전하기 시작했다"며 "박 전 대통령 힘이 아니면 경제는 발전되지 못했고, 대구도 그에 대한 혜택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시민들 정서에 많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복 상인 이모(59)씨는 "계란 하나를 훔쳐 먹어도 감방에 들어가야 하는데 왜 못 잡아넣냐"면서 "어디 혈세를 가지고 부인이(김혜경씨) 법인카드를 다 쓰고 다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인데 이재명은 법으로 양XX 짓을 하니까 상인들이 다 싫어한다"며 "이재명 말고 딴 사람이 나왔으면 이만큼 욕하지 않는다. 이재명은 대통령 되지도 않았는데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후보에 대해서는 "똑똑하기는 참 똑똑한데...아직 대통령하기는 좀 어리다"고 꼬집었다.
"김문수, 단일화 말 바꾸기...국힘 찍어줬는데 대구 발전 안돼 실망"
김문수 후보를 싫어하는 이유는 '한덕수와의 단일화' 문제가 컸다. 단일화를 약속해놓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김 후보를 싫어한다고 대답한 한모(52)씨는 "김문수는 한덕수에게 단일화한다고 말해놓고, 말을 바꾼 것이 싫었다"면서 "예전에는 노동운동을 하며 존경을 받았지만, 지금은 반노동적이다. 옛날 느낌이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50대 최모씨는 "대구에서 국힘을 많이 찍어줬는데도 지역내총생산(GRDP) 꼴찌 등 지역 발전이 안되는 것 같아 실망"이라면서 "박근혜,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이전까지 뽑았던 후보는 다 됐는데 (탄핵으로) 두 번이나 실패를 봤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은 너무 사람이 안 돼서 싫고, 김문수는 싫진 않지만 당(국민의힘)에 실망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마음에 드는 대선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이준석 깐족, 어딜 가든 갈라치기"..."권영국 선비 같아, 그런데 잘 몰라"
이준석 후보를 싫어하는 사람은 '갈라치기 정치'를 이유로 들었다.
익명의 시민은 이 후보에 대해 "흔히들 버릇이 없다고 말한다"며 "개혁신당 내에서 허은아 전 대표랑 싸운 것만 봐도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비호감' 이유를 밝혔다.
이모(30)씨는 "이준석 후보는 어딜 가든 갈등이 발생했다. 갈라치기가 심해 안정성이 없는 것 같다"며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 사회가 더 갈라지고 나눠질 것 같다"고 꼬집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전모씨는 "토론회를 보면서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깐족거리는 것을 많이 봤다"며 "다른 후보들보다 수준이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권영국 후보는 토론회에서 선비 같은 모습을 많이 보였다"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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