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맞서 한겨울 거리에 나와 응원봉을 들며 "탄핵"을 외친 대구지역 청년들.
민주주의가 위협받자 캠퍼스에 대자보를 붙였다. '대구경북청년대학생 시국회의'를 만들어 시국대회에서 "윤석열 파면"을 외쳤다. 탄핵 이후의 세상은 "소수자가 존중받고,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가 되길" 희망했다.
6.3 대선을 앞둔 지금, 그때 '탄핵' 응원봉을 들었던 대구 청년들은 지금 무엇을 할까?
경북대학교, 영남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 학생들이 모인 '대구경북청년대학생 시국회의' 최초 제안자인 이채은(23.경북대 사회학과 20학번), 반소희(21.영남대 문화인류학과 24학번), 김지유(20.대구가톨릭대 제약학과 23학번)씨에게 22일 탄핵 정국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물었다.
대구경북청년대학생시국회의는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소모임을 만들어 회원들끼리 인권 등의 내용을 다룬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소소한 활동을 했을 뿐, 특별한 대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청년대학생시국회의' 단체 이름을 놓고 계속 사용할지 말지, 앞으로는 어떤 활동들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 탄핵 이후, 어떻게 지내나요?..."학과 공부, 환경 동아리, 서명운동 참여"
매주 동성로 광장에 나와 응원봉을 흔들었던 청년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시국회의 활동을 잠시 멈추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집회에 참여하느라 소홀했던 공부에 집중하고, 밀린 일들을 해결하고 있다.
이채은씨는 학내에서 환경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한다. 이번 달 주제는 '기후위기와 민주주의'다. 동아리에서는 대선과 관련해 후보들의 환경 공약을 눈여겨보고 있다. 후보들의 환경 공약들을 비교하고, 부원들과 토론하기 위한 활동을 기획 중이다. 또 노동과 평화, 안전 등 여러 의제들을 내용으로 퀴즈를 만들어 캠퍼스 내에서 부스를 열고 캠페인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환경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기후 관련 정책이나 공약들을 같이 공부하려고 준비하는 중"이라며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캠페인을 통해 여러 가지 사회 의제별 질문을 던지는 부스를 마련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반소희씨는 밀린 학과 공부와 함께, 대표를 맡고 있는 '영남대학교 민주학생 연대'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동아리 총회를 열고, 현재는 회칙을 쓰려고 준비 중이다.
반씨는 "탄핵만 되면 일상에서 밀린 일을 다 처리할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았다"면서 "동아리 차원에서 총회를 열었고, 회칙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 수업과 과제도 많이 밀려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의 활동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유씨도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도 대선 이슈에는 관심을 갖고 시간이 날 때마다 관련 뉴스를 찾아보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후보자 토론회를 생중계로 모두 지켜보며 후보들의 공약을 들었다. 또 시민사회에서 진행하는 대선 후보자 정책 개선 서명운동에 참여하며 연대하고 있다.
김씨는 "탄핵 선고 전 매주 토요일 열리던 시국대회가 없으니 허전한 느낌"이라며 "그래도 탄핵이 기각되면 어떡하냐는 걱정에서 해방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탄핵이 늦어지며 학교 생활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학점 등) 복구를 위해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래도 여러 시민단체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하는 정책요구안 서명운동 등에 개인 자격으로 연서명에 참여하며 꾸준히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6.3 대선, 관심 있는 분야나 내용은? "노동, 환경, 차별금지법"
환경, 노동, 다양성 이슈에 MZ 유권자들은 민감했다.
이채은씨는 환경 관련 동아리를 운영하는 만큼 대선 후보들의 기후위기, 에너지 공약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날 통화에서 후보들의 기후 공약에 대한 평가도 했다.
이씨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석탄화력발전소를 2040년까지 완전 폐쇄한다고 공약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시행하려 했으나 잘 안 됐다"며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를 시행하도록 계속 압박하는 것이 더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의 "탈원전" 공약과 재생에너지 비율 60% 확대 공약에 대해서는 "탈핵하고자 하는 의지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더 강하게 보여 좋았다"며 "지금까지 원전에 투입했던 재정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원전 비중 확대, SMR(소형모듈원자로) 상용화 공약에 대해서는 "기후 퇴보"라고 비판했다. 이씨는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은 기후위기 현실에 대해 제대로 직시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기업의 이윤만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김지유씨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노동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 대해 "반노동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김씨는 "김문수 후보는 과거 노동운동가 출신에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했는데, 노동 정책을 보면 사람을 사용자의 입장에서 기계처럼 대하는 공약들을 내고 있다"면서 "노란봉투법을(노조법 2, 3조 개정안) 반대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악법이라 규정하는 것을 보면 참담한 기분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준석 후보의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화' 공약에 대해서는 "편협한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주변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을 봐도 최저임금을 못 받고 일한다"며 "실상을 전혀 모른 채 차등 지급을 하면, 후보가 제시한 청년 유출 방지에도 맞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이야기도 나왔다. 반소희씨는 "이번 탄핵 광장에 등장한 평등 수칙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18일 경제 분야 후보자 토론회에서 권영국 후보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이재명 후보에게 물었으나 유보적이었다. 실망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김지유씨도 "권영국 후보가 지난 18일 TV토론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이야기를 했다"며 "수십년간 입법을 시도했다가 엎어지고를 반복했는데, 성소수자 등 탄핵 광장에서 나온 수많은 논의를 통합해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근간을 제공할 수 있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법 제정만이 혐오의 시대에서 사회대개혁을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 "투표 통해 내란 청산...꼭 참여해 민주주의 지켜야"
반소희씨와 김지유씨는 제20대 대선에 이어 이번이 2번째 대선 투표다. 당시에도 투표에 참여했지만, 이번 선거는 특히 "꼭 투표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다.
반씨는 "현실적으로 이번 대선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내란 청산"이라며 "이를 위해 내란에 동조한 정당의 후보를 낙선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씨는 "계엄 이후 탄핵 집회에 참여하면서 나 하나의 힘으로 이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보수 정당에서 후보가 당선된다면 내란 청산이 전혀 안 될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꼭 이번 대선에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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