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10년 만에 전국 최초로 대구시가 폐지했던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일'.
3년 전 폐지 과정에서 대형마트 측과 상인연합 측이 주고 받은 20억원 돈을 둘러싸고 논란이다. 시민단체와 노조와 정치권은 "의무휴업 폐지를 위한 부정한 뒷거래"라고 주장한 반면, 대형마트 측은 "합법적인 상생발전기금"이라고 반박했다.
대형마트들이 속한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진보당 정혜경(비례대표) 국회의원, 대구시의 말을 24일 종합한 결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트레이더스,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들이 생기면서 인근 전통시장과 슈퍼마켓 등 소상공인들 수입이 줄어들면서 타격을 입었다.
일부 지자체는 2012년부터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상생, 마트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일요일에는 대형마트가 쉬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매출이 높은 일요일만이라도 대형마트 문을 닫아 전통시장과 슈퍼마켓으로 소비자들이 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대구를 비롯해 전국에서 같은 조례를 만들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2022년 6월 당선되자마자 대형마트의 일요일 의무휴업은 "좌파의 상징",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대구시장직인수위원회는 대구시정 50개 정책 중 하나로 '대형마트 주말 영업'을 발표했다. "불필요한 규제"라며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단체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도 비슷한 시기 '의무휴업 폐지'를 추진했다. "기업자율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가 목표다. 대구를 시작으로 다른 지자체도 일요일 휴업을 폐지하고, 평일 휴업으로 변경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대구 기초단체들은 2022년 12월부터 대구시상인연합회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슈퍼마켓협동조합 등이 '의무휴업 변경 관련 상생발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자체들은 관련 조례도 개정했다. 그리고 지난 2023년 2월부터 대구 전역의 대형마트들은 일요일에도 영업을 시작했다.
추진 과정에서 마트노조는 "한 달 겨우 두번 일요일에 쉬는 마트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뺐는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마트노동자들은 "마트업계 당사자성"을 내세우며 "협상에서 노동자들을 제외한 채 휴업일을 바꾸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국 첫 사례인 대구에서 양측이 가장 세게 충돌했다. "의무휴업일 변경을 막아달라"며 소송까지 냈지만 법원이 기각하면서 일요일 휴업은 사라졌다.
하지만 당시 변경 과정에서 대형마트와 상인연합이 20억원을 주고 받은 사실이 최근 드러나 논란이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2022년 12월 '의무협업 변경 상생발전 업무협약' 체결 후 2023년 1월, 2024년 12월 대구시상인연합회, 대구수퍼마켓협동조합 등에 20억원을 줬다. 논란이 되는 것이 돈의 성격이다.
◆ 의무휴업일 변경을 위해 주고 받은 "뒷돈", "뒷거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구MBC>는 지난 17일 "의무 휴업일 변경 두고 오간 수상한 '뒷돈 20억 원'"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보냈다. 이 같은 보도 이후 마트노조와 자영업자연합회를 비롯해 진보정당과 지역 시민단체까지 20억원을 "뒷거래"라고 규정하며 한국체인스토어협회를 규탄했다.
마트노조와 정혜경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짜 상생 조작, 의무휴업 뒷거래 체인스토어협회"라며 "휴업 변경 대가로 상인연합회 등에 20억원을 건넸다는 대구MBC 보도가 나왔다. 윤석열 정권 들어 의무휴업 무력화 시도가 계속됐고 앞장선 대구에서 이런 사실이 뒤늦게 밝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부산, 서울에서도 현금이 오간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며 "여러 지자체의 상생협의회 회의록에서 상생지원금과 상생협력기금 등을 논의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혜경 의원실이 이날 공개한 '의무휴업 변경 결정'을 위한 대구 북구 '상생발전협의회' 2024년 7월자 회의록을 보면, 이 자리에 참석한 A위원은 "소문에 의하면 '특별조정교부금'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렇게까지 굴욕적으로 회의를 해서 승인(휴업 변경) 시켜줘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자들이 '시간 좀 달라', '(일요일에) 쉬게 해달라'며 홍 시장님에 대해 엄청 반발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기초단체장들이 한마디 말도 못하고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 자리에 이해관계자인 노동자 한 분도 없다는 것 역시 심각한 오류"라고 했다.
정 의원은 이 회의록을 근거로 기자회견에서 "당시 막대한 금전을 지급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며 "노동자를 철저히 배제하고 밀실행정을 벌인 것에 대해 강력한 감사와 수사가 필요한다"고 발언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위원장도 "대형마트 자본의 로비단체인 체인스토어협회와 지자체가 작당모의해서 마트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놓고 뒷거래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상임회장은 "20억 검은 돈이 오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며 "대구시는 과연 몰랐냐. 새 정부는 전국에서 의무휴업을 무력화한 행위를 전수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대구경실련도 지난 19일 성명서를 내고 "대형마트 의무휴무일 평일 전환과 관련한 부정한 거래는 심각한 수준의 비리"라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사과하고 관련 공무원들을 엄중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반박했다. "뒷돈 또는 뒷거래가 아니라, 합법적 상생발전기금"이라는 것이다.
협회 측 관계자는 24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에서 명시한 이해당사자간의 합의, 상생협력 일환으로 중소유통 발전을 위해 합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상생발전기금"이라고 했다. 이어 "대형유통사가 상생기금 형태로 중소유통을 지원하는 것은 유통법상 상생 취지에 정확히 부합한다"며 "지역 전통시장과 슈퍼마켓이 해당 협약의 대표성이 있는 당사자로서 지원 대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일부 협회가 이 합의에 반대했지만, 대다수는 찬성했다"면서 "법에서 명시한 이해당사자가 아닌 단체들의 주장은 이 합의를 깰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위해서는 유통법상 이해당사자간의 합의가 전제돼야 하고, '상생지원방안'에는 교육·컨설팅, 공동마케팅, 경품·비품, 시설개선, 상생기금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며 "상생기금 형태의 기부가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대구MBC의 보도 등은 적법 절차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적법하고 투명하게 진행된 중소유통 지원을 부정한 뒷거래로 왜곡한 것은 본질 왜곡"이라고 했다. 또 "대구의 상생기금 지원 건은 법인과 법인이 '법인명' 거래계좌를 통해 이뤄졌다"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만장일치란 없는데, 일부의 반대를 전체의 문제라며 '뒷돈'이라고 표현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뒷돈이든, 상생기금이든 20억원이 오고 간 정황을 "몰랐다"며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민생경제과 관계자는 "저희로서는 알지 못한 일"이라며 "뒤늦게 알게 돼 곤혹스럽고 당황스럽다"고 답했다. 또 "우리는 정책을 시행했을 뿐이지 어떤 지원금을 준 사례도 없다"면서 "만약 돈을 주고 받았다면 그것은 체인스토어협회와 상인연합 간의 일이지, 우리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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