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수감되는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것같다. 윤석열은 재직중 계엄선포, 탄핵, 파면…, 미증유의 나쁜 기록을 세우며 물러나고, 구속되고 한 이후에도 불가해 쪽으로, 알 수 없는 깊이로 스스로 빠져들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인간의 상식을 벗어나서 본다면 이해못할 부분이 있으랴마는, 상식의 범주에서 보면 그러하다.
윤석열은 참 창의적(?)이다. 그런 발상이 어떻게 나왔을까. 법을 아는 그가 정상이라면 특검에 협조하는 게 마땅할 텐데! 그런데 특검이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들어간 구치소 안에서 그가 그런 창의적인 저항을 하다니. 구치소 수감자의 기본의복인 수의를 벗고, 아래위 속옷 바람으로 눕고, 누워서 버티고, 할 수 없이 특검이 돌아서자 바로 껴입고…. 전 국가원수 대통령이라는 그 품위같은 건 아예 없는가. 외신도 ‘저항의 새로운 방법(new method to resist)’이라고 조롱조의 해외토픽으로 다루지 않았던가. 비아냥이 일어나자 그 후 윤측은 ‘그게 아니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잠시 수의를 벗었다고 말했다. 현장을 다녀온 특검은 특검대로 ‘그게 아니고’ 누운 상태에서 완강히 저항했다고 밝혔다.
윤은 법을 잘 아는 사람이다. 오직 법만을 배웠다. 서울대 법대를 다녔다. 오랜 기간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검사가 됐다. 운좋게도(검찰총장이라는 자리는 위계서열이 뚜렷한 검찰조직에서 9수한 검사로서는 여간 올라가기 어려운 자리가 아니기에) 검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대통령까지 됐다. 법대로만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윤 이상으로 잘할 사람도 드물 것이다. 윤은 일반인도 잘 아는, ‘법은 만민에게 평등하다’는 법언도 훤히 알 것이다. 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은, 윤이 평생 법을 다루었기에 ‘만민에게 평등한’ 법의 이치와 같을 것이라고 지지하는 사람들은 좋게 생각했을 것이다.
윤은 10여년전 아주 참신한 한마디로 국민 앞에 등단했다. 이 또한 역사적인 기록이 될 것이다. 2013년 10월 21일이다. 국회 국감장에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윤은 단호하게 말하게 된 것이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일 때였다. 윤이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에서 배제되는 등 수사외압이 심각하다고 폭로하자, 한 의원이 질타성으로 “증인은 사람(검찰총장)에게 충성하는 것이냐?”고 질의했다. 그러자 이를 받아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이 한마디는 강직한 검사의 트레이드마크로 화했다. 누구의 영향도 간섭도 없이 오로지 법대로(법의 정의대로) 공정하게 처리한다는 이미지로 화했다. 이 매력적인 한 마디가 그후 윤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것은 분명한 것같다.
그러나 실제로 윤은 그런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이 계엄과 탄핵, 파면을 거치면서 특검이 시행되면서 드러나게 됐다. 윤-김 대통령부부의 공천개입사건을 맡은 김건희특검팀의 조사에서 드러난 윤석열-명태균 통화내용이, 명태균-김건희 통화내용이 그것을 입증한다. “윤 당선인이 직접 윤상현에게 전화를 걸어 ‘비서실장 전화 받았지? 김영선 잘 좀 해줘’라고 확인하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윤상현은 특검에서 진술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라는 윤석열-명태균 통화도 널리 알려진 부분이다.
윤이 왜 명태균 부탁을 들어주려 애썼는지, 대선과정에서 명태균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그러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영선 외에도 윤-김의 개입으로 공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도 거론되고 있다. 윤과 통일교와 신천지 등 종교세력과의 관계도 드러나고 있는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윤은 어떻게 대통령이라는 이 나라 국가원수의 자리에 전국민의 직접선거로 뽑히게 됐을까. 윤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은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윤을 두둔해온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부인인 김과 함께 윤의 됨됨이를 알게 됐다는 점이다. 보수언론들의 거리두기도 시작됐다는 점이다. 아무리 두둔해 주고 싶어도 깜이 안되니까, “해도해도 너무한다.”싶으니까, 기가 막히니까, 포기 내지 폐기하는 것같다. 자체적인 후보 대신 외부에서 윤석열을 옹립하여 정권을 창출한 국민의힘도 윤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모양으로 바뀌는 것같다.
7일 아침에도 특검팀은 구치소로 윤을 체포하기 위해 나섰으나 윤이 완강히 거부하는 바람에 부상 등의 우려가 있다는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1시간여만에 집행을 중단했다고 한다. 지난 1일 첫 체포영장 집행 불발후 재시도한 게 무산된 것이다. 이 또한 자료는 쌓이고 나중에 재판에서 감안될 것이다.
6일 김건희는 특검 첫 조사를 받으러 왔다. 김건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 및 뇌물수수), 건진법사 청탁 의혹(알선수재) 등 16개 혐의로 소환됐다. 이날 김건희는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규정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대해 달라는 듯 주문하고 7시간여 조사를 받고 밤에 돌아갔다. 특검은 6일 오후 김건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한다. 윤-김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되는 미증유의 사건이 발생할지 두고 볼 일이다.
그보다는 이번 기회에 우리 유권자들이 정치 내부를 바르게 분석하는 안목을 가졌으면 좋겠다. 정치인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뜯어보고 진정성을 평가하는 나름의 잣대를 가졌으면 좋겠다. 특히 대구 경북은 그러하다.
지난날 내가 신문기자 초년일 때 편집국 한 간부는 당시 국회의원인 누구를 칭하면서 “○○○! 그는 ‘내가 바로 ○○○입니다.’하는 말 빼고는 전부 거짓말이다.”고 했는데 아직도 귀에 쟁쟁한다. 자꾸자꾸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은 는다. 어느 날 자기 이름 빼고는 전부 거짓말이 될지도 모른다.
이번 달 8.15, 광복 80주년!이다. 일제치하에서 벗어났지만 해방정국이후 민주화까지 얼마나 위태위태하면서도, 다이내믹하면서도, 온갖 부정과 부패와 비리를 겪으면서도, 의분에 찬 혁명과 의거로 이 나라가 바른 역사의 길을 열어왔던 게 아닌가. 윤석열과 같은 대통령이 왜 나왔는지, 그런 사람이 한때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의아스럽지만 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했더라도 지금은 대통령이 아니지 않은가.
순국선열들이 우리나라를 보호해주시는 것 같다. 시민들은 서민들은 착하고 부지런하고 바르지 않는가! 나라에 무슨 어려운 일이 발생하면 몸과 마음을 내놓지 않는가!
[유영철 칼럼 44]
유영철(兪英哲) / 언론인.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언론정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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