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교수가 광복절에 사면·복권되었다. 조국 교수는 2019년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 후보가 된 이후 검찰개혁을 추진하다가, 역으로 온 가족이 검찰의 표적수사를 당했다. 언론도 가세하여 조국 교수를 위선자로 만들었다. 작년 22대 총선에서는 조국혁신당이 비례정당 투표에서 24.25%를 득표하여 국회의원 12석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12월에는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됨에 따라 감옥에 갇혔다가 이번에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이런 과정에서 조국 교수는 계속해서 화제의 주인공이 되어왔다.
조국혁신당에 기대하는 개혁 과제
필자는 작년 총선 직후 쓴 칼럼에서, 조국혁신당에게 “전략적 지렛대를 활용하여, 거대 양당이 거부하거나 내켜 하지 않는 정치개혁을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체적으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지역정당제를 도입하여 정치 생태계를 다양화하고, 현재의 선거의회(국회) 외에 추첨으로 구성하는 시민의회를 도입하여 국정에 국민의 상식을 많이 반영해달라고 했다.(참고 칼럼 1 - “정치개혁, 돌풍의 조국혁신당에 기대한다” 2024.5.6)
이번 칼럼에서는 조국 교수의 개인사와도 직결되는 세 가지 개혁 과제를 추가하려고 한다. 첫째로, 교육개혁이다. 조국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 그토록 거센 논란을 일으킨 것은 학벌주의가 많은 국민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근본 해법은 당연히 학벌 특권 없애기이다. 필자는 대학 평준화와 입학 추첨제를 제시한 바 있다.(참고 칼럼 2 - “대학 평준화 + 입학 추첨제” 2022.7.4)
둘째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독점, 자의적 표적수사를 막을 수 있는 검찰개혁이다. 윤석열 정부의 탄생과 몰락 과정을 통해 ‘검찰공화국’의 문제점이 생생하게 드러난 덕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개혁이고, 현재 여당과 조국혁신당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므로 더 이상 설명하지 않는다.
특별사면은 국민의 상식으로
셋째로, 특별사면 제도의 개혁이다. 사면에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이 있다. 일반사면은 범죄의 종류를 정하여 해당 범죄로 형의 선고를 받은 자 모두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거쳐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사면이다. 반면 특별사면은 죄를 범하여 형의 선고를 받은 자 중에서 일부를 특정하여 형의 집행을 면제해 주는 사면이다.
특별사면은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다.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와 법무부장관의 상신을 거쳐 대통령이 결정한다. 사면심사위원회의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이며 위원도 법무부에서 위촉하므로 사실상 대통령의 재량으로 사면 대상자를 정할 수 있다. 입법부에서 법을 만들고 사법부에서 법에 따라 재판한 결과를 이렇게 대통령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면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기본원리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많다. 그래서 과거 개헌 논의 때도 특별사면권을 폐지 내지 제한하자는 의견이 나왔었다.
그래도 필자는 특별사면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검찰이든 법원이든 법을 기준으로 판단할 뿐인데, 법이 상식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형사소송에서 재판은 기본적으로 검사의 기소 없이는 개시되지 않으며 판사는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과 동일성이 있는 사건만 심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검찰의 자의적 표적수사를 법원이 견제할 방법이 없다. 판검사는 사회 상위계층에 속하므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판단을 할 수 있고, 최근 여러 사례에서 보았듯이 정치적 편향성이 의심되는 판단을 하기도 한다.
특별사면은 사법제도의 이러한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특별사면으로 정치인, 고위공직자, 대기업 총수들이 많이 풀려났고 그때마다 국민은 소외감 내지 배신감을 느꼈다. 대통령이 사면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없도록 국민의 상식으로 견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선거의회 + 시민의회의 조합을
국민의 상식을 가장 잘 반영하려면 각계각층을 잘 대표하는 국민으로 구성된 모임에서 숙의를 거쳐 결정하여야 하며, 무작위추첨 방식으로 의원을 뽑는 ‘시민의회’ 방식이 강력한 대안이다. 필자는 [참고 칼럼 1]에서 시민의회의 업무를 이렇게 예시하였다.
선거제도와 국회의원 처우 등 국회의원의 이해가 충돌하는 안건은 당연히 시민의회에서 다루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이 필요한 기관장의 인사에 현재는 대통령, 국회, 정당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데, 중립을 보장하려면 시민의회가 결정하는 것이 옳다. 대통령의 사면권과 법률안 거부권도 시민의회의 통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 공직자 탄핵소추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도 시민의회에 맡겨야 정파적 편견을 초월할 수 있다.(참고 칼럼 1 - “정치개혁, 돌풍의 조국혁신당에 기대한다” 2024.5.6)
시민의회는 개헌 사항이지만, 다소 미흡하더라도 개헌 없이 국민의 뜻을 모으는 방법도 있다. 8월 중에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3법이 좋은 예다. 종전에는 공영방송(KBS, MBC, EBS) 사장을 대통령과 여당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임명해왔으나 이제는 전체 인구의 성별·연령별·지역별 분포를 대표하는 100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하는 ‘국민추천위원회’에서 3명 이하의 복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는 추천받은 후보 가운데 재적 이사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 이사회 구성에서도 정치권의 몫이 40% 정도로 줄었다. 이런 방식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 대상에 특별사면 등 다른 안건을 추가하면 된다.
“3년은 너무 길다”는 조국혁신당의 호소력 있는 구호가 윤석열 정권의 자멸로 실현되었다. 이제 조국혁신당은, 국민의 상식을 국정에 더 많이 반영하는 개혁, 거대 양당이 거부하거나 내켜 하지 않는 개혁을 향한 “쇄빙선”이 되어 주기 바란다.
[김윤상 칼럼 154]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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