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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헌재의 결론은 파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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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칼럼]

 

 나도 예상은 그렇게 했다. 국회가 12.3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소추했는데, 탄핵심판을 하는 헌법재판소 8명의 재판관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지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이 대통령 윤석열의 이런 비상계엄 선포를 헌법에 따라 판결한다면 윤석열의 계엄은 당연히 파면 외에는 방법이 없다. 현직 대통령 윤석열의 행위는 헌법 테두리를 크게 벗어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국회의 윤석열 탄핵소추사유 5가지 곧, 1) 12·3 비상계엄 선포 2) 국회·정당 활동 금지 포고3) 국회 계엄군·경찰 투입 4) 중앙선관위에 군 투입 5) 사법부 주요인사 체포·구금 지시 등의 적법성과 부합성을 점검하면 헌법과 법률 위반이 현저한 것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8명의 성향이 어떻다는 둥, 누구가 임명한 재판관이라서 인용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둥, 5:3(인용:기각)이나 4:4라서 복귀하게 돼 있다는 둥 혼란스런 말들이 생성됐었다. 

 예상은 '윤석열 파면'이라고 했지만 어긋나는 일들이 많아 선고 당일 두근두근했다. 나의 예상도 기대나 바람이나 희망이나 염원은 아니었다. 윤석열과도 그 누구와도 조금도 연관성이 없다. 만약 기각돼 바로 복직하더라도 상관은 없다. 나라가 왜 이 모양으로 돌아가는지 낙심할 뿐이었을 것이다. 복귀하면 치밀하게 준비해서 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 장악, 주요인사를 체포 구금할 우려가 높지 않을까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비관에 앞서 우리나라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음을 고려할 때, 결국은 쫓겨날 게 분명할 것이므로 미리 염려할 바는 아니라고 위안했을 것 같다.      

 4월4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대행은 결정문을 낭독했다. 문 대행은 차분했다. 5개의 쟁점사항을 포함한 모든 사항에 대해 조목조목 근거를 제시하며 위반임을 밝히거나 피청구인의 (근거 없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문 대행은 오전 11시 22분,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탄핵 선고 주문을 읽었다. "이 결정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해 헌법 수호의 의무를 저버렸다"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라고 부언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문을 낭독하고 있다.(2025.4.4) / 사진. MBC 방송 캡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문을 낭독하고 있다.(2025.4.4) / 사진. MBC 방송 캡쳐

 이날 결정문을 보면 윤석열의 비상계엄에 대해 헌재는 "우리나라 국민은 오랜 기간 국가긴급권의 남용에 희생당해 온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며,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설파했다. 곧, 1952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산 '정치파동' 계엄선포, 1971년 12.6.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1972년 10.17. 유신체제 비상계엄 선포, 1979년 12.12 이후 1980년 5.17 비상계엄 선포, 1987년 10.29 비상조치 폐지에 이르기까지 언급하고는 이렇게 이어갔다. 

 "피청구인은 마지막 계엄이 선포된 때로부터 약 45년이 지난 2024.12.3 또 다시 정치적 목적으로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을 남용하였다....더 이상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다....국가긴급권의 남용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질서를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국익을 중대하게 해하였음이 명백하다...국민으로부터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결정문에서 윤석열을 파면하면서도 인상적인 것은 피청구인에 대한 배려의 대목이었다.

"피청구인이 수립한 주요 정책들은 야당의 반대로 시행될 수 없었고, 야당은 정부가 반대하는 법률안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피청구인의 재의 요구와 재의에서 부결된 법률안의 재발의 및 의결이 반복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피청구인은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되어 가고 있다고 인식하여 이를 어떻게든 타개하여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계엄선포 및 조치들은...피청구인이 가지게 된 이러한 인식과 책임감에 바탕을 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하면서 "피청구인이....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그것이 객관적 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나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여부를 떠나 정치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배려했다.

 그러나 "피청구인 내지 정부와 국회 사이의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조율되고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라며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적인 의사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의 본질과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명했다. 

 이번 결정문에 대해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서,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며 헌법재판관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도 "보기 드물게 헌법가치를 강조한 명문"이라고 하였다. 

 자신의 주장을 밝히는 논증의 글을 쓰면서 주장과 함께 근거를 제시하고 그 이유(추론규칙)를 밝히고 그리고 상대방인 피청구인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는 배려의 공간도 마련하며 완벽할 정도로 논증을 완성한 이번 탄핵결정문은 후인들에게도 귀감이 될 것이다. 

 외신에서는 "한국이 부럽다", "우리는 왜 한국처럼 못하나"라는 탄성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서울신문 2025년 4월 6일자 보도). "한국, 너희 재판관 빌려줄래? 트럼프 탄핵하고 돌려줄게"라고 하는 등 윤석열 파면 외신에 '한국 민주주의 축하' 댓글이 줄을 잇는다(오마이뉴스 2025년 4월 4일자). 이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 

 (*사족 아닌 사족을 붙이자면, 이번 윤석열 파면에 언론의 정도를 생각하며 크게 기여한 신문과 방송 등 언론들이 많았다. 윤석열 때문에 그런 언론이 얼마나 탄압 핍박을 받았나.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아실 것이고, 알고자 하면 아시게 될 것이다. 반면에 윤석열 편에서 설득력 없는 이상한 논조로 언술행위를 하여 사내에서조차 기자들로부터 인정을 못 받는 신문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이 바로 신문의 날이다. 정도를 걷는 휼륭한 신문들에게, 종사하는 기자들에게 찬사와 경의를 보낸다. 이번 윤석열 탄핵과 파면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일 것이다. 반면 그러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신문들은 반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정론을 펴지않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 사이비이다.)   

참고 / <'윤석열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문 전문>

[유영철 칼럼 41]

유영철(兪英哲) / 언론인.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언론정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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