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52) 여사가 12일 구속됐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구속된 것은 우리 헌정사상 처음이다. 남편인 윤 전 대통령은 '12.3 불법 비상계엄'과 관련한 내란혐의로 지난 7월 9일 재구속돼 한달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 35분까지 김 여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했다. 정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해외 순방에 동행한 김 여사가 당시 착용한 명품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6,200만원)를 받은 것에 대해 거짓 진술한 사실이 드러나 영장 발부의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김 여사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국민의힘 공천개입과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통일교 등 현안 청탁과 관련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 구인 피의자 거실에서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대기하던 김 여사는 영장이 발부되며 수용동으로 옮겨져 서울남부구치소 일반수용실에 정식 수감됐다. 김 여사의 수용 번호는 4398번이다. 그는 1.9평 독거실에 머물며 변호사 접견을 할 수 있다. 이 곳에 머무는 동안 법원을 오가며 재판을 받게 된다.
앞서 6일 김 여사는 특검에 출석하며 포토라인에서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짧은 입장을 내놨지만, 특검 출범 41일 만이자 소환 조사 엿새 만에 수감되는 불명예를 썼다. 특히 소환 조사 과정에서 특검팀이 제기한 각종 혐의와 의혹들에 대해 여러번 진술을 번복하는 등 쟁점에 대해 말을 바꿨다. 결국 다른 증인들이 김 여사의 거짓말을 고발하며 끝내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대구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국정농단 정점(頂點)의 구속"이라며 "사필귀정", "자업자득"이라고 평가했다.
김 여사와 관련한 남은 의혹들에 대해 "한 점 의혹 남김 없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은재식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13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거짓을 거짓으로 덮고 계속 말을 바꾼 권력자의 자업자득"이라며 "구속은 시작이다. 국민들에게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쏟아지는 의혹, 혐의, 불법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해 명백히 죄를 밝히는 게 특검의 남은 과제"라며 "그래야만 국가가 바로 서고 새로운 길을 가는 토대를 마련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한민정)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정농단의 정잠 김건희 구속을 환영한다"며 "사필귀정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 평했다. 또 "지난 정권 윤석열이 행한 온갖 추악한 악행들의 근간에 언제나 김건희가 있었다"면서 "모든 혐의를 허투루 수사해선 안된다"고 했다.
이어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코바나콘텐츠 관련 특혜 의혹들도 함께 수사해야 한다"며 "'VIP 격노설'의 연결고리도 철저히 수사해 숨진 해병대 채 상병을 온전히 애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에 4회 연속 나오지 않고 있다. 구치소 수용실에서 법정으로 데려오는 인치가 어렵다는 서울구치소의 말을 받아들여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네 차례 모두 궐석재판으로 진행하고 있다. '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구인영장 발부 등 출석 의무 강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강제 물리력 행사 시 사고를 우려해 피고인 윤 전 대통령 출석 없이 공판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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