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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도 4월 총선이 기다려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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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칼럼] 새 시대 올 듯도 한데 인물은 있는가


  “이제 진정성이 없는 분들이 대접받고 살아가던 시대는 침몰하고 있다” 이외수 작가의 책 (『절대강자』)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 속에는 불통과 불신의 상징인 이명박 정권 하의 정치·사회 현상들을 통탄하는 의미가 내포돼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온통 국민만을 생각한다는 정책을 들고 나오는 마당이니, 억지득지 때 묻은 사람들의 시대가가고 새 시대가 열릴 것만 같은 요즘이다.

 진정성이 없는 분들이 대접받고 살아가던 시대가 침몰한다면, 그 대안은 무엇이겠는가. 두 말할 것도 없이 신뢰와 진정이 통하는 세상일 것이다. 그런 세상이 희망사항으로 끝나지 않고, 실현가능한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모두들 정치를 믿지 못하고, 정치인들이 코미디의 조롱거리로 풍자되는 세상에서 우리의 정치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짐들이 이제야 나타나고 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우리사회는 불신사회가 되었다. 어제 한 약속도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뒤집은 것이 한 두 차례가 아니다. 그들의 말을 믿었다가 낭패를 본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정치 불신, 검찰 불신, 언론 불신, 사법부 불신은 이제 우리사회의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도 그들에게서 진정한 사과의 말 한마디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사회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아닐까 싶어 안타깝다. 한명숙 무죄사건과 정연주 무죄사건에서 드러난 국가폭력의 피해는 그 누가 보상해야 한단 말인가.

 화제의 영화 ‘부러진 화살’을 두고 갑론을박이 많다. 영화가 사법부의 불신을 부추기고, 법원 측에 대한 배려가 전무했다는 불찰이 있다고 비난받을 소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박정희의 유신, 전두환의 군사독재를 거치는 과정에서 사법부가 눈감고 아옹하며 저지른 숱한 과오를 제대로 회개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부러진 화살’이 주는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카타르시스를 주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을 많이 만들고 적을 많이 만들면 그 업보를 피할 수 없다. 절대강자였으면서도 사면초가(四面楚歌)를 듣고 생을 마감한 항우도 민심과 신하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패했다. 소용돌이치는 한나라당의 현실도 막무가내 이명박 정권의 업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 업보를 물려받은 박근혜의 비상대책위원회는 감당하기 어려운 내부의 적을 양산하고 있다. 그렇다고 개혁이라는 깃발을 내릴 형편도 못된다. 그래서 사면초가의 가능성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안세력인 야권은 전열을 잘 가다듬어 가는 편이다. 이쪽저쪽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도 불길하지 않고, 사람 없어 삭막한 여당과는 대조적으로 괜찮은 인물도 많다. 다음 시대의 짐을 짊어질 일꾼을 한나라당에서는 찾기 어렵다고들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에는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많다. 그리고 그들의 이미지는 진정성 없는 사람들이 대접받고 살아가던 시대가 침몰할 때의 대안세력으로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만큼 그런대로 깨끗하다.

 아직도 대구경북의 정서는 보수꼴통의 면모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처럼 이곳에도 봄바람이 밀려올 조짐이 보인다. 사람들의 말이 어제 그제와는 벌써 많이 달라졌다. 내일의 인물들에 대한 평가에도 어느 정도의 분별력이 엿보인다.

 야당의 불모지 대구에서도 야권 일부 인사의 선전(善戰)이 기대되는 여백이 그래서 넓다. 그리고 그들의 부상(浮上)은 변화를 싫어하는 대구의 정서를 바꾸는 부차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나와 정치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정치가 공해는 되지 말아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외면하고 싶었던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구에서도 4월 총선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김상태 칼럼] 19
김상태 / 언론인. 전 영남일보 사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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