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낙마자들'에 대한 언론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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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낙마' 작게 다루고 관대 / <한겨레> 대통령 한계·독선적 리더십에 초점


고대와 현대를 통틀어 맹자는 탁월한 사상가이면서 언론이다. 그의 사상이 현대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탁월한 것은 알려진 사실. 한편으로 그의 사상은 그의 언론활동이 떠받친 점에서 그는 탁월한 언론인이다. 그가 당대에 한 언론활동의 요체는 여러 가지지만 그 중에서도 사이비(似而非)를 통해 정로(正路)를 드러낸 점에서 그렇다. 바로 말-담론의 본성으로써 말이다.

맹자는 당대 언론이 널리 퍼뜨리는 말-담론의 본성을 이렇게 설파했다.

◾치우친 말(피사 詖辭)에 그 사람 마음 어딘가에 숨겨진 것(蔽)이 있음을 알며,
◾음란(음사 淫辭)한 말에 그 사람 마음이 어딘가에 빠져 있음(陷)을 알며,
◾간사한 말(사사 邪辭)에 그 사람 마음이 도리(道理)에서 벗어나 있음(離)을 알며,
◾회피하는 말(둔사 遁辭)에 그 사람이 어딘가 궁지에 처해있는  것(窮)을 알 수가 있다.

이 네 가지 악한 말이 사람의 마음속에 생겨나면 반드시 그 나라(政)를 해치게 되며, 그 나라 일(政)에 그 생각이 나타나게 되면 그 나라(事)를  해하게 되는 것이니, 후세에 성인(聖人)이 다시 나타난다 하더라도 내 말을 따를 것이다.

민(民)에 해 되는 네 가지 담론

맹자가 설파한 담론-말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다.

※ 이 표는 맹자의 『공손축장구 상』에서 정리했음 - 필자
※ 이 표는 맹자의 『공손축장구 상』에서 정리했음 - 필자

맹자가 살던 시대, 맹자가 무엇보다 관심을 기울인 것이 민(民)이었으므로 ‘나라(정 政)에 해가 된다’는 것은 사직, 군왕보다 더 우선하는 민(民), 민중, 민족에게 해가 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부적절하고, 부주의하고, 신용이 없고, 사실이 없는(아닌) 말을 퍼뜨린 것은 의도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는 말을 퍼뜨리는 그 개인에게만 해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정의로워야 할 사회, 나라, 민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이 돌아간다는 점이다.

언론권력을 향한 공분(公憤)의 화살
 
맹자가 지적한 네 가지 사악한 말-담론의 위력은 2300 여 년 전 그가 활동하던 시대에서 그친 게 아니라 오늘 대한민국에서도 왕성하다. 뿐만 아니라 맹자는 말-담론을 퍼뜨리는 언론인/언론기관에만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말-담론으로 포장하게끔 생각/의도를 권력이란 힘으로 심고 유도하는 배후(사실은 주체)에게, 나라-민중-민족에게 끼친 해악을 공공의 분노(공분)의 화살을 쏘아 그에게 되돌린다. 그래서 맹자는 ‘네 가지 악한 말’에 공분할 사람들은 당대에만 나오는 게 아니라 무궁한 세월이 흐른 뒤 등장할 시대에서조차 그럴 것이라고 단언한다.

"또 사퇴야? 하여간…"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등장했다. 그런데 언론인/언론기관에 달라진 모습은 있기나 한 것인가? 

“한만수 공정위원장 내정자가 자진 사퇴했습니다.…”
“또 사퇴야? 하여간…”

25일 낮 대구 상인역 지하철 통로 벽에 매달린 TV를 통해 뉴스를 지켜보던 바쁜 행인들이 질린 듯한, 하지만 ‘역시나’ 하는 반응을 보였다. ‘사퇴’, 벌써 몇 번짼가. 그래서 일간신문을 들쳐봤다. 사퇴한 면면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지, 언제까지 이런 사태를 봐야 하는지…, 실망감에서다.

<한겨레> 2013년 3월 26일자 1면
<한겨레> 2013년 3월 26일자 1면

「“성접대·역외탈세·무기상…잘나간다는 분들 죄다 이러냐”」(한겨레 2013. 3. 26. 1면)
「또…한만수 공정위장 내정자 사퇴」(매일신문 2013. 3. 25. 1면)
「김병관 37일 만에 사퇴/‘MB장관’ 김관진 유임」(조선일보 3. 23. 1면)
「수첩인사가 빚은 ‘참사’…박대통령, 유임카드로 ‘땜질’」(한겨레 2013. 3. 23. 1면)
「김학의 次官 자진 사퇴」(조선일보 2013. 2. 22. 1면)
「‘별장 성접대 의혹’ 김학의 법무차관 사표(한겨레 2013. 3/ 22. 1면)
「김병관 후보자 자진 사퇴」(매일신문 2013. 3. 22. 1면)
「어이없이 끝난 ‘公職의 꿈’」(조선일보 2013. 3. 19. 1면)
「또 낙마…이해 못할 청(靑) 인사검증/황철주 중기청장 내정자 사퇴/임명 전 물러난 세 번째 사퇴/“나홀로 인선 예견된 사태”」(매일신문 2013. 3. 19. 1면)


박근혜 정부 주요 인사 낙마자와 낙마 사유를 일간신문에서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이동흡 헌재소장 내정자(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 등으로 42일 만에 사퇴)
·김용준 국무총리 내정자(부동산 투기 및 아들 병력 등으로 7일〃)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2중국적·CIA 자문위원 논란으로 16일〃)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주식 백지신탁 잘못 이해로 4일〃)
·법무부 차관 김학의(건설업자와 유착 및 성접대 의혹으로 취임 9일〃)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부동산 투기 및 주식신고 누락 등으로 38일〃)
·한만수 공정위원장 내정자(비자금·세금 탈루 의혹 등으로 14일〃)   


자격 없음? 능력 있음?

왜 낙마자들이 잇따라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언론사마다 기사를 다루는 시각이 다르고, 또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낙마자들이 잇따르는 사유에 대해서는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다음 기사 제목을 보면 시각차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무엇을 말하려는지 읽을 수 있다. 민에 해를 끼칠 자질을 감시하는 감시견과, 함께 권세를 향유할 애완견돌보미의 자세 차이라고나 할까.

<한겨레> 2013년 3월 23일자 1면
<한겨레> 2013년 3월 23일자 1면
<조선일보> 2013년 3월 23일자 3면(정치)
<조선일보> 2013년 3월 23일자 3면(정치)

「수첩인사가 빚은 ‘참사’…박대통령, 유임카드로 ‘땜질’」(한겨레 2013. 3. 23. 1면)
「위증에 세금 탈루…박 대통령, 이래도 밀어붙일까」(한겨레 2013. 3. 21. 1면)
「박대통령의 ‘깨알 리더십’…공직사회 속앓이」(한겨레 2013. 3. 20. 1면)
「인사 하루전 신원조회 요청…청와대 인사시스템 ‘유명무실’」(한겨레 2013. 3. 20. 4면)
「청와대, 공직임명 최소한 절차도 확인 안한 ‘아마추어 인선’」(한겨레 2013. 3. 19. 5면)
「“人事발표 임박해 1명만 정해 통보…검증시각 물리적으로 부족/이번주에만 3명 낙마 릴레이…박대통령 인사의 문제점은」(조선일보 2013. 3. 23. 3면)


위 두 신문의 작은 제목들을 비교해보자.

 
두 신문은 ‘별도 인사 시스템 구축 필요’, ‘청 인사위 검증 거친 후보들 중 최종 선택하는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두 신문이 지적하면서 언외(言外)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인사권을 쥐고 전횡하는 대통령의 한계’ 일 것이다. 물론 두 신문을 포함해 많은 일간신문들은 이미 박대통령의 통치에 ‘정치는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그런 흐름에서 보면 낙마자들은 박대통령으로서는 ‘아깝다’고 하겠지만 여·야 정치인들이나 검증 주체들은 ‘MB 때 그나마 활발했던 그 검증이 그립다’고 할 것이다.

'낙마' 만드는 인사를 보는 시각차

그렇다고 한겨레, 조선일보 두 신문의 검증 관련 언급이 같은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조선일보가 박대통령의 절차를 배제한 ‘독선’인선 스타일을 부각하고 있는 데 비해 한겨레는 박대통령의 ‘수첩인사 인재풀 누더기’ 다시 말해 박대통령의 ‘한계’와 ‘밀어붙이기’라는 본성을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나홀로 인선’이라는 용어 속에 ‘입이 있어도 말을 하지 않는 조직’으로서의 인사위를 그다지 드러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한겨레는 박대통령의 한계와 성품을 독자들에게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낙마’라는 같은 결과를 보이고 있는 박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두 신문의 시각과 말은 처음엔 한 방울의 물이었지만 ‘이 골짜기’와 ‘저 골짜기’로 나뉘어 흘러감으로써 결과적으로 남해와 황해로 흘러가는 낙동강과 한강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순진' 고백 보도…낙마자에 관대

그런데 조선일보에서 두드러지는 것이 있다. 낙마자들에게 비교적 관대하다는 점이다. 자질을 중시하지 않는 모습이다. 주요 공직 후보자들을 검증함으로써 ‘나라(政)-민, 민중, 국민, 민족’(맹자는 민(民)이 귀하고, 사직은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고 했다. 나라는 민이 근본이기 때문이다-『진심장구 하』)에 끼칠 수 있는 해악을 없게 해야 하는 것이 맹자가 말하는, ‘말’을 담당한 기관-언론인/언론기관-의 책무이고 ‘의’(義)로서  ‘바른 길’(정로 正路)이다. 조선일보는 주요 공직자-공변된 인사-들에 대한 감시자 역할에 물을 타고 있는 것이다. 2중국적·CIA 자문위원 논란으로 16일 만에 사퇴한 김종훈에 대한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를 보자.

<조선일보> 2013년 3월 20일자 1면
<조선일보> 2013년 3월 20일자 1면

큰 글씨 인용문, 컬러 인물사진을 곁들인 이 기사는 2중국적, CIA 자문위원 논란에다 미국 국적을 포기하면 미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세금을 부과할 것을 겁내서 자진사퇴했을 것이란 언론의 보도와는 전혀 맥을 달리했다. 한 마디로 1면 거의 전단을 할애해 ‘김종훈의 변명’을 부각했다. 김종훈은 자신이 ‘순진’한 것은 고백했으나 그 ‘순진’함을 이용하려는 세력(있다면)의 존재를 고백하지는 않았다. ‘한국정치와 관료주의’를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순진(결백), 그로 인한 피해자임을 부각하려 했다.

검증이 '능력' 인사 걸림돌 된다?

한 술 더 뜬 것은 말-담론을 맡은 조선일보의 행태. ‘김종훈을 위한 변명’을 1면에 크게 실음으로써 무엇을 노렸는가 하는 점이다. 김종훈의 ‘순진’고백을 통해 조선일보는 ‘검증’이 주요인사의 능력을 드러내지 못하게 한 ‘걸림돌’이란 것을 은연중에 강조하려 한 것은 아닌가. 만일 그렇다면 조선일보의 이 ‘순진’고백 보도야말로(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행해진 일련의 유사한 말-담론) 마음에서 나왔지만 부적절하므로 숨기고, 부주의하여 빠뜨리고, 신용이 없으므로 도리에서 떠나고, 사실이 없으므로 궁지에 처하고 그 결과 나라를 해롭게 하고야 마는 피사, 음사, 사사, 둔사가 아닐까. 언론의 본령인 감시견 노릇을 직무유기한 파생물인….

맹자, '사이비'를 말하다

(맹자는 공자의 ‘사이비’론(논어의 『양화』편에 처음 나온다)을 인용해 사이비언론을 준열하게 질타하고 있다(『진심장구 하』). 맹자의 ‘사이비’(似而非)론은 이렇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사이비(似而非)를 미워하나니 강아지풀을 미워하는 것(오유 惡莠)은 그것이 벼 싹을 어지럽힐까 염려해서이고, 말재주 있는 자를 미워하는 것(오녕 惡佞)은 정의를 어지럽힐까 염려해서이고, 말 잘하는 입을 가진 자를 미워하는 것(오이구 惡利口)은 신의를 어지럽힐까 염려해서이고, 정나라 음악(鄭音-음란한 음악이었다)을 미워하는 것(오정성 惡鄭聲)은 아악(雅樂)을 어지럽힐까 염려해서이고, 자주색을 미워하는 것(오자 惡紫)은 붉은 색을 어지럽힐까 염려해서이고, 향원을 미워하는 것(오향원 惡鄕原)은 덕을 어지럽힐까(후덕자와 혼동될까) 염려해서이다’”)

"누가 말을 안다고 하느냐"

2천3백 여 년 전 말-담론을 발한 언론인/언론기관의 저의와 의도, 그리고 ‘가짜보다 더 염려스러운 진짜 같은 가짜’가 만들어낸 해악의 결과를 통찰하고 준열히 꾸짖은 맹자는 자신의 이 말에 대해 “후세에 성인(聖人)이 다시 나타난다 하더라도 내 말을 따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후세’는 2013년의 대한민국도 포함될 것이므로 그를 ‘미디어창’에서 다룬다고 해도 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의 말은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는 2300백 여 년 전 당대의 주류언론이 쏟아낸 말-담론의 본성에 비추어 질타한 정로(正路), 정언(正言), 정신(正信)의 정신으로 이 시대의 주류 언론인/언론기관들에게 자신을 돌아보라고 이렇게 당부한다.

 “강아지풀과 벼, 말 비슷한 말과 진짜 말을 구별하라. 크디 큰 주요 공직자 검증을 작게만 다루는 언론들이 민(민족)이 죽어나가던 일제강점기엔 일제의 추종세력으로 일본국왕 부처 사진 아래에서 동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그리고 지금 쏟아놓는 그들의 말이 민(민족)에게 어떤 해를 끼칠지 살피라”고. 그리고 묻는다. “누가 말을 안다고 하느냐”고.






[평화뉴스 - 미디어창 225]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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