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송전탑 반대 '기자회견'했다고 소환조사?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11.2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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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활동가 4명에게 '출석' 통보..."미신고 불법집회" / "정당한 기자회견, 공권력 남용"


경찰이 '송전탑 공사 중단'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도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미신고 불법집회"를 이유로 '출석요구'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과 시민단체는 "집회가 아닌 정당한 기자회견"이라며 "출석요구는 공권력 남용"이라고 주장한 반면, 경찰은 "불법에 대한 합법적 조사"라고 반박했다. 

대구북부경찰서는 청도 삼평1리 주민 이모(47)씨와 김모(63)씨, '청도 345kv 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 2명 등 모두 4명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출석요구를 통보했다고 20일 밝혔다.

'에너지총회에 대한 송전탑 반대 청도 주민 입장발표 기자회견'(2013.10.13.대구 엑스코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에너지총회에 대한 송전탑 반대 청도 주민 입장발표 기자회견'(2013.10.13.대구 엑스코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세계에너지총회가 열린 지난 10월 13일 총회 장소인 대구 엑스코 앞에서 "미신고 집회"를 벌이고, "해산 명령에 불응"했다"고 보고 경찰이 조사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공동대책위 활동가 2명에게는 10월 중순, 주민 2명에게는 이달 5일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이 가운데, 공동대책위 활동가 2명은 20일 소환조사를 받았고, 주민 2명은 경찰과 일정을 조율 중이다. 

앞서, 지난 10월 13일 이들 4명을 비롯한 공동대책위 70여명은 에너지총회 장소인 엑스코 앞에서 오후 5시부터 30분가량 '에너지총회에 대한 송전탑 반대 청도 주민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송전탑 공사, ▶핵발전 중심 에너지 정책, ▶폭력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청도 대책위 기자회견에 앞서 오후 4시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가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청도 주민들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야외 공간을 오래 점거하는 것은 기자회견이 아닌 집회"라고 주장했다. 또, "공무집행 과정에서 손모씨가 경찰차 위에 올라가 재물을 손괴했고, 해산 요구에도 불응했다"며 "불법행위를 했으니 출석요구는 합법적"이라고 설명했다.

'청도 송전탑 반대 기자회견에 출석요구 남발하는 경찰 규탄 기자회견'(2013.11.20.대구북부서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청도 송전탑 반대 기자회견에 출석요구 남발하는 경찰 규탄 기자회견'(2013.11.20.대구북부서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청도 대책위와 주민 등 20명은 20일 북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 헌법에는 집회와 결사 자유가 보장돼 있고, 기자회견 또한 불법집회가 아니다"며 "출석요구서를 남발하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자 기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현행 집시법상 옥외집회만 집회시작 48시간 전 관할 경찰서에 신고할 의무가 있고, 기자회견은 집회에 포함되지 않아 경찰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

특히, 이들은 "경찰은 밀양과 청도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벌어지는 주민들에 대한 인권유린은 방관하면서 오히려 출석요구와 벌금, 체포, 구속 등으로 송전탑 공사 반대 주민 손발을 묶고 있다"며 ▶"출석요구 추가남발 중단", ▶"국민 기본권 유린에 대한 사과", ▶"출석요구 철회"를 촉구했다.

경찰의 출석요구를 비판하는 삼평1리 주민 이차연 할머니(2013.11.20.대구북부서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찰의 출석요구를 비판하는 삼평1리 주민 이차연 할머니(2013.11.20.대구북부서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소환조사를 받은 한 활동가는 "평화적 기자회견이었는데 출석요구를 받아 황당하다"며 "경찰은 송전탑 공사장 인권유린에 신경쓰길 바란다"고 했다. 주민 이모씨도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대구까지 오게 하고 벌금을 물리는 행위는 반대 운동을 중단하라는 의도적 표적수사"라고 지적했다. 삼평1리 주민 이차연(76) 할머니는 "작년 용역직원들한테 수모를 당할 때 경찰은 코빼기도 않보이더니 이제는 이렇게 멀리 있는 사람을 괴롭힌다"며 "억울한 심정 말하러 나온 사람한테 참 못할 짓"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부경찰서 정보수사팀 관계자는 "3시간 가까이 야외의 한 공간을 점거하고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했고 해산을 명령했는데도 불응했다"면서 "순수한 기자회견이 아닌 미신고 불법집회로 보는게 맞다. 일단 출석을 요구했으니 소환에 응하고 경찰서에 와서 조사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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