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송전탑 반대 할머니들에게 돈봉투 돌려

프레시안 김윤나영 기자
  • 입력 2014.09.1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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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단독] 경찰서장 이름 적힌 봉투에 100만~300만 원씩


경찰이 추석 연휴였던 지난 9일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경북 청도 삼평1리 지역 할머니들에게 100만~3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할머니들을 회유하려고 돈을 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1일 청도 34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따르면, 청도경찰서 정보보안과 전모 계장은 지난 9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할머니 6명의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흰 봉투를 건넸다.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이라고 인쇄된 흰 봉투에는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씩 총 8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할머니들은 정보보안과 계장으로부터 "이현희 서장님이 할머니들 병원비 하라고 주고 갔다"는 말과 함께 돈 봉투를 건네받았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이 받은 돈봉투. 청도경찰서 정보보안과 계장은 할머니 2명에게는 100만 원, 2명에게는 300만 원을 건넸다. ⓒ이보나
할머니들이 받은 돈봉투. 청도경찰서 정보보안과 계장은 할머니 2명에게는 100만 원, 2명에게는 300만 원을 건넸다. ⓒ이보나

할머니 6명 중 2명은 돈 봉투를 다시 돌려줬고, 4명 중 2명은 100만 원씩을, 나머지 2명은 300만 원씩을 받았다. 할머니들은 돈 봉투를 안 받으려고 했으나, 자식이 대신 받거나 전 계장이 툇마루에 두고 도망가서 어쩔 수 없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평1리 주민인 이억조(76) 할머니는 "우리가 너무 싸우고 경찰한테 끌려다니고 하니, (전 계장이) 약 좀 먹으라는 말은 했다"며 "그래서 나는 '이런 거 필요 없다, 이런 거 받으려고 싸운 거 아니다, 안 받고 싸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막무가내였다"고 말했다.

금액이 100만 원, 300만 원으로 각기 다른 이유에 대해서 이보나 공대위 상황실장은 "이현희 서장의 성이 '고성 이 씨'인데, 300만 원 준 할머니들은 같은 성씨라면서 돈을 더 줬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서장이 개인적으로 건넨 돈이라면, 돈의 출처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내 이름으로 (돈 봉투에) 써 놓은 거는 봤는데, 거기까지만 말하고 다음부터는 어떤 답변도 안 하겠다"고 했다. 이 서장은 800만 원의 출처에 대해서도 "나도 모른다"고 말했다.

돈을 건넨 청도경찰서 전 모 정보보안과 계장은 "(누가) 제보를 하는 모양인데, 답변할 수 없다"고 말하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프레시안] 2014.09.11 (독립언론네트워크 / 프레시안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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