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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시대, 대구 현장활동가의 2014 송년
김선우ㆍ정수근ㆍ김두현..."무책임한 국가, 죽어가는 강, 통일은 없었다"
2014년 12월 30일 (화) 17:59:22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2014년에도 우리는 안녕하지 못했다. 3백여명의 생목숨이 차가운 물 속에 잠들었고, 낙동강은 '4대강사업'의 부작용으로 신음했으며, 통일은 보수언론의 '종북몰이'에 퇴색됐다.

올해 대구에서 '세월호', '낙동강', '통일'과 관련해 활동한 시민단체 활동가 3명의 말을 30일 들어봤다. 김선우(40) 세월호참사 대구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정수근(43)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김두현(46)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이들은 각자의 현장에서 세월호 진실규명과 4대강 복원, 통일을 위해 뛰며 목소리를 높였다.

   
▲ (왼쪽부터)김선우 세월호참사 대구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김두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것이 국가인가'. 세월호 침몰참사를 지켜본 국민들이 던진 물음이다. 참사로 드러난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에 국민들은 눈물과 통곡으로 질책을 쏟아냈지만 이내 한숨을 쉬고 눈을 감았다. 누구도 책임 지지 않았다. 정부는 누구의 목숨도 구하지 못했다. 살아남은 자들의 몫으로 남은 책임은 유가족의 슬픔으로만 남았다. 해결 된 건 없는데 강제로 슬픔에서 분리됐다. 우리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 대구를 찾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 티셔츠에 적인 문구(2014.7.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로 우리나라는 침몰했다. 보수정권은 본 모습을 드러냈다. 무능력한 국가에 국민은 없었다"

김선우 집행위원장은 이 같이 말하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6일 이후 대구에서도 시민들의 저항은 이어졌다. 대구 72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세월호참사 대구시민대책위'는 세월호 참사 200일째인 지난 10월 31일까지 7개월 동안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벌여왔다. 진상규명 서명운동은 9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성금 9백여만원이 모였고 15만여명이 서명했다.

대구대책위는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고 대구 도심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행진을 벌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김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의 단식에도 동참했다. 팽목항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안산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단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채 사건을 종료했다.

   
▲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 기자회견'(2014.8.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세월호 참사 200일 대구 촛불집회(2014.10.3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는 단순 침몰 사고가 아니다. 규제완화와 돈 중심의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참사다. 때문에 각 지역에서 대책위가 꾸려져 국민들의 성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 "희생자들과 유가족은 우리 이웃이고 그들이 아닌 누군가가 당할 수 있는 일이기에 옆에서 손을 잡아주는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우리 각자가 옆에 서주는 것이 가장 큰 희망의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을 국가가 떠 안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정쟁 속에 가라앉은 세월호 진실이 내년에는 반드시 밝혀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대구 달성보 일대에서 발견 된 큰빗이끼벌레(2014.7.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올해는 사람뿐 아니라 자연도 안녕하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정권이 끝난 지금도 강을 괴롭히고 있다. 낙동강은 3년째 녹조라떼로 병들었고, 올해는 이름도 생소한 큰빗이끼벌레까지 창궐했다. 악취까지 진동하는 강은 식수마저 위협하고 있다. 4대강 보(洑)도 균열로 물이 새고 있다. 인근 농민들은 침수피해까지 입었다. 해마다 수 조원의 뒤처리 예산이 투입돼 걱정만 쌓이고 있다.

"녹조라떼는 3년째 발생했고 올해는 큰빗이끼벌레까지 창궐했다. 낙동강은 해마다 죽어가고 있다"


정수근 국장은 현장에서 바라본 낙동강 상태를 걱정했다. "직접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4대강사업 후 매년 낙동강 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4대강에 16개보가 들어서면서 유속이 느려져 여름이면 강에는 녹조가 형성돼 악취가 나고 보는 균열로 물이 새고 있다. 게다가 4대강사업 후 보 주변 강에 관광 사업이 활성화 되면서 대구에서는 낙동강에 유람선 사업까지 벌어져 식수 안전에 대한 우려와 논란도 있었다. 경북 영주에서는 4대강 아류사업으로 내성천정비사업이 진행돼 천혜의 자연경관이 파괴되고 있다. 현장을 답사하고 기자회견과 집회를 벌여도 토건사업은 멈출 줄을 모른다.

   
▲ 녹조와 청태가 뒤엉킨 강정고령보 좌안(2014.7.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뻘밭으로 변한 강정고령보(2014.7.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 국장은 "보에 강물이 막혀 있는 한 녹조라떼도 큰빗이끼벌레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여름이 되면 또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재자연화, 복원이 시급하다"고 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사업 주범으로 국정조사를 비롯해 어떤 법적 책임이라도 져야 한다"며 "강을 죽인 정치권과 이에 동조한 사람들 모두 처벌을 받아야 한다. 보가 있는 한 강의 죽음은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신은미씨와 황선씨의 대구 토크콘서트(2014.1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보수언론이 시작한 재미동포 통일운동가 신은미씨에 대한 '종북몰이'는 혐오세력의 민낯을 드러냈다. 통일은 종북이 됐다. '마녀사냥'은 결국 사제폭탄으로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말로는 '통일대박'을 외쳤지만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해자를 옹호하면서 증오는 증폭됐다. 남북관계는 더 경색됐고 통일은 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 실체 없는 '종북' 바이러스는 통일담론을 잠재웠다.

김두현 사무처장은 "대구에서 통일운동을 11년동안 해 왔지만 올해처럼 신기한 광경을 본 것은 처음"이라며 "10~20년이 아니라 한 50~60년은 후퇴한 듯한 모습에 광기마저 느꼈다. 통일을 말하면 종북이 되는 이 하수상한 시절에 평화통일, 남북관계 개선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일 '6.15남측위 대구경북본부'와 '대구경북진보연대'는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평화통일토크콘서트 '신은미·황선 평양에 다녀왔수다'를 열었다. 당초 콘서트 장소를 빌려주기로 했던 경북대와 대구YMCA는 뒤늦게 불허를 통보해 결국 장소를 3번 옮겨 동성아트홀에서 열렸다. 또 당일 콘서트는 재향군인회와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 회원 3백여명이 출입을 막고 '콘서트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여 지연됐다. 뿐만 아니라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일부 시민들의 전화협박도 이어졌다.

   
▲ 보수단체의 토크콘서트 반대 집회(2014.1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 사무처장은 "보수언론이 종북 낙인을 찍으면 법적 절차도 없이 즉결처분하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종북 낙인이 찍힌 자들을 배제함로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는 모습이 백색테러로 이어졌다"고 했다. 또 "박 대통령이 테러를 치켜세우는 발언을 해 종북몰이에 동조하는 것은 자신이 말한 통일대박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통일세력을 낙인찍어 보수세를 결집하는 것은 군사정부 시절에나 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의 내년도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언행불일치를 접고 지난 2002년 박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던 그때 수준으로만 대북정책을 펼치면 좋겠다"면서 "종북몰이로는 통일대박은 없다. 지금 상태로는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 평화통일 모두 낙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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