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시장,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약속 잊었나?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8.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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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시·도 시행...대구시는 1년째 계획 없이 "검토 예정" / 시의회·시민단체 "의지 부족"


권영진 대구시장이 1년전 취임 당시 '관피아 척결'을 내세우며 대구시 산하기관장 임명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을 약속했지만, 1년째 구체적 계획 없이 제도 도입을 미루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대구시의회와 시민단체는 "스스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의지부족"이라며 "관피아 척결과 인사비리 해결을 위해 빨리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한 반면, 대구시는 "상위법에 위배된다"며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나 법률 등을 분석해 앞으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권 시장은 1년전인 지난해 7월 '33대 대구시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공무원 조직과 인사제도를 시민행복·창조대구 건설 비전과 목표에 맞게 혁신하겠다"며 "연공서열 중심 인사 혁파, 능력·성과·현장중심으로 인사혁신을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대구시 4대 공기업 임원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도입하여 철저한 검증을 통해 대구에서 만큼은 비정상적 관피아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진 대구시장 취임 기자회견(2014.7.1) / 사진.대구시
권영진 대구시장 취임 기자회견(2014.7.1) / 사진.대구시

대구시 산하기관장 임명권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도입해 관피아(관료+마피아 합성어)를 척결한다는 내용의 공약을 스스로 발표한 것이다. 그 동안 대구시장은 지방공기업법(제58조)과 지방자치법(제15조)의 '사장과 감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지방공기업의 경영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과 능력이 있는 자 중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한다'는 규정에 따라 산하기관장을 임명했다. 지방자치법(제110조)에 따라 정무직 2명에 대한 인사도 같은 방식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공약을 시행하면 현재 대구시장에게 임명권한이 있는 인사 20명에 대한 후보자 청문회를 임명 전에 진행해야 한다. 공사·공단은 ▷대구도시공사 ▷대구도시철도공사 ▷대구시설관리공단 ▷대구환경시설공단 등 4곳에 이른다. 출자·출연기관은 ▷대구엑스코 ▷대구신용보증재단 ▷대구경북디자인센터 ▷대구의료원 ▷대구문화재단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대구테크노파크 ▷대구청소년지원재단 ▷한국한방산업진흥원 ▷대구여성가족재단 ▷대구교통연수원 ▷대구경북연구원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등 14곳이다. 별정직 1급 상당 지방공무원에 해당하는 정무직 ▷정무부시장 ▷행정부시장 2명까지 더하면 모두 20명에 대한 청문회가 이뤄지는 셈이다.

이미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 경기, 인천, 대전, 광주, 전남, 전북, 경남, 제주도 등 절반이 넘는 9곳의 지자체가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 제주도는 특별법을 통해 행정부시장과 감사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 중이고, 전라북도는 2003년 '전라북도 공기업 사장 등의 임명에 대한 인사청문회 조례안'을 제정했다. 서울·인천·대전·광주·전남은 의회와 협약을 통해 시행 중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인사청문회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취임 두달간 준비과정을 거쳐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있다. 경남도 2013년 경남환경재단과 경남연구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시행했다. 부산은 인사청문회 도입을 위해 지자체와 지방의회 차원에서의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권 시장이 직접 약속한지 1년이 넘도록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다. 특히 대구테크노파크 원장ㆍ대구경북자유구역청 청장ㆍ대구교통연수원 원장을 권 시장 고려대학교 동문으로 임명하고, 수행비서ㆍSNS 담당관ㆍ운전기사 등 7명의 별정직도 권 시장 선거캠프 인사로 채워 '낙하산', '보은성 인사' 논란을 빚은 상황에서 인사청문회 도입까지 미뤄 의회와 시민단체의 비난을 사고 있다.

대구시의회 김원구(경제환경위원회) 의원은 26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 적폐 해소와 발전을 위해 능력위주의 투명한 인사를 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인사청문회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또 "상위법이 문제가 되면 타 시·도처럼 의회와 협약을 맺거나, 대구시 자체에서 조례를 제정하면 문제가 없다"며 "1년째 도입을 미루는 것은 권 시장 의지 부족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시장 스스로 관피아 척결을 위해 인사청문회 도입을 공약하고 1년째 밑그림도 그리지 못하는 것은 고유권한을 침해받기 싫어하는 것을 단체장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라며 "낙하산, 보은, 학연·혈연·지연인사를 막기 위해선 청문회 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지연은 어떤 이유도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청문회를 도입해도 최종 임명권은 시장에게 있다"면서 "전문성, 적합도, 도덕성을 평가해 인사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이견이 없다면 지체해선 안된다"고 했다.

'대구 공무원 관피아 척결 촉구 기자회견'(2014.12.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공무원 관피아 척결 촉구 기자회견'(2014.12.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대구시는 "상위법 위배"와 "도입 근거 부족"을 이유로 "검토 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김태한 비서실장은 "지자체 인사청문회 도입이 상위법에 위배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 도입 근거가 부족하다"며 "권 시장이 단독으로 하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때문에 시기, 계획, 검증대상·수위, 시행방법 등을 공식적으로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속적인 도입 요구가 있어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도입을 안하려는 게 아니다.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전북도지사가 전북도의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지자체장 임명권 행사에 앞서 지방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한 조례는 단체장 임명권에 대한 견제·제약에 해당해 지방공기업법·지방자치법에 위배된다"고 2004년 판결했다. 때문에 전북도의회는 2014년 사전검증에서 사후검증으로 바꾼 조례를 다시 만들었고, 전북도지사는 또 도의회를 상대로 소송을 내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경남은 2013년 도의회가 청문회를 실시한 뒤 홍준표 도지사가 시행을 거부하고 있다. 

한편, 전국 16개 시·도의회의장단 협의회는 지난 5월 28일 울산시의회에서, 서울시·충북도의회가 공동 제출한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도입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 건의안'을 채택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차원의 개정안 움직임도 있었다. 지난 2012년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의원 등 12명의 국회의원은 '지자체 인사청문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행정자치부가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다"며 거부해 여전히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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