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다'는 약속...시민들의 '나쁜나라' 티켓 나눔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2.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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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다큐 / 대구서 시작된 자발적 티켓 후원 서울·부산서도..."함께 보고 기억해야"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영화 <나쁜나라> 티켓 나눔 / 사진.대구55극장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영화 <나쁜나라> 티켓 나눔 / 사진.대구55극장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2014년 4월 16일 3백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600여일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 국민들은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해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제 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슬픔을 외면해 왔다.

수습하지 못한 9명의 시신은 여전히 차가운 진도 바다 물 속에 잠들어 있고, 이들의 유가족은 팽목항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막말과 극우단체의 비아냥과 조롱까지 쏟아져 물의를 빚었다. 또 최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는 방송3와 종편 등 대부분 언론의 외면 속에 국민들에게 생중계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55극장에서 상영 중인 나쁜나라 일부 장면(2015.12.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55극장에서 상영 중인 나쁜나라 일부 장면(2015.12.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같은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지난 1년 동안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나쁜나라(책임연출 김진열, 제작 4.16세월호참사 시민기록위원회)>에 대한 티켓 나눔 행렬이, 대구에서 시작해 서울과 부산에서도 자발적인 시민들의 힘으로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지역 유일의 독립영화전용관인 대구55극장에서 지난 15일 나쁜나라를 관람한 한 중년 여성은 "너무 마음이 아프다. 관객이 많이 없어 안타깝다. 더 많은 시민들이 영화를 함께 보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길 바란다"며, 55극장 측에 나쁜나라 티켓 55장(전석)을 구매해 다른 시민들에게 후원을 요청했다.

지난 17일 나쁜나라 티켓 나눔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의 행렬 / 사진.대구55극장
지난 17일 나쁜나라 티켓 나눔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의 행렬 / 사진.대구55극장

55극장 측은 이 같은 사실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 공지하고 지난 17일 오후 8시 나쁜나라 55석 티켓 나눔을 진행했다. 이후 SNS에서 이 사실을 확인한 시민 100여명이 당시 55극장에 몰려 시민 일부는 영화 관람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또 지난 20일에는 한 30대 여성이 나쁜나라를 관람한 뒤 티켓 5장을 구매해 55극장 측에 전달했다. 이 티켓은 청소년 5명에게 전달됐다.

미국 뉴욕에 사는 무명의 한 교민도 지난 20일 나쁜나라 티켓 55장을 구매해 55극장 측에 후원 의사를 밝혔다. 그는 "안녕하세요. 해외 교민입니다. 나쁜나라 티켓 55장을 구매하겠습니다. 여성분의 티켓 기부를 보고 저도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려고 합니다"라며 티켓 나눔 행렬에 함께했다.

55극장에 나쁜나라를 보러 온 관객들(2015.12.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55극장에 나쁜나라를 보러 온 관객들(2015.12.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뿐만 아니라 학생운동을 이유로 수배 10년, 감옥생활 5년을 한 윤기진씨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불안한 외출>에 대해서도, 한 50대 여성이 "양심수가 없길 바란다"며 티켓 55장을 55극장에 기부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시민들의 자발적 티켓 나눔 행렬은 대구에서 시작해 타지역으로 이어졌다. 부산 국도예술관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19일 낮12시 나쁜나라 40장을 한 관객이 기부했다"며 "아픔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전하고 싶어 나눔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19일에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독립 피디'들이 성금을 모아 서울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나쁜나라 무료 상영을 진행했다.

특히 55극장 측은 오는 31일 저녁 8시30분 나쁜나라 무료상영회를 가진다고 21일 밝혔다. 김창완 55극장 프로그래머는 "잊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생각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미 잊었고, 사건 책임자들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 하고 있다"며 "나쁜 기억은 잊고 좋은 기억만 간직한 채 신년을 맞는 것도 좋지만, 올해 마지막 날 나쁜나라를 통해 잊지 않겠다던 2014년 다짐을 다시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원회는 오는 26일 오후 4시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하는 송년회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가진다.

나쁜나라 포스터 / 사진.나쁜나라 페이스북
나쁜나라 포스터 / 사진.나쁜나라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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