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남구, '강기훈 유서대필' 공안검사와 민주화운동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3.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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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전 '수사검사' 출신인 새누리당 곽상도 / 당시 '전국연합' 간부였던 더민주당 김동열 후보


4.13총선 대구 중남구 지역구에서 특수통 출신 '공안검사'와 386세대 '민주화운동가'가 맞붙는다.

새누리당 곽상도(57), 더불어민주당 김동열(49) 후보가 주인공이다. 특히 두 후보는 24년만에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과 관련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곽 후보는 당시 서울지방검찰청 강력부 검사, 김 후보는 사건 관련 단체인 전국민족민주연합(전민연) 후신 전국연합 지역부장이었다.

곽상도 새누리당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후보 / 사진 출처. 곽상도 홈페이지
곽상도 새누리당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후보 / 사진 출처. 곽상도 홈페이지

사건 당시 곽 후보는 검사로서 강기훈씨를 기소하고 그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를, 김 후보는 검찰의 '조작'이라며 강씨 무죄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을 벌였다. 하나의 사건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던 두 사람이 25년 뒤 같은 지역구 국회의원 1석을 놓고 경쟁하게 된 것이다.

더민주당 김동열 대구 중남구 후보(2016.3.16.더민주당 대구시당)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더민주당 김동열 대구 중남구 후보(2016.3.16.더민주당 대구시당)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인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1987년 개혁적 분위기를 뒤엎은 3당합당에 반발한 이른바 '분신정국'에서 발생했다. 1991년 5월 8일 전민연 사회부장 김모씨는, 명지대 학생 강모씨가 시위 중 경찰에 폭행당해 숨진 것에 항의해 분신자살했다. 당시 서강대 총장 박홍 신부는 "분신을 조장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고 했고, 검찰은 "조장 세력을 색출하겠다"며 공안 정국을 형성했다.

검찰은 김씨 유서를 전민연 총부부장 강기훈씨가 대필했다며 '자살방조죄' 등 혐의로 기소했다. 재야세력은 반발했지만 1심 재판부는 강씨에게 징역3년, 자격정지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같았다.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했다. 강씨는 3년간의 모진 옥살이를 했고 이 과정에서 간암까지 얻었다.

<경향신문> 1991년 5월 9일 15면 사회
<경향신문> 1991년 5월 9일 15면 사회

이후 강씨는 "검찰 조작사건"이라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상조사를 신청했고, 진실화해위는 재조사를 권고했다. 곧 그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2012년 재심청구를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당초 자신들의 감정결과를 뒤엎고 유서필적은 강씨가 아닌 김씨 본인의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어 2015년 5월 14일 대법원은 강씨의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는 21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당시 나는 전민연 후신 단체인 전국연합의 대구경북 지역조직 실무자였고, 곽 후보는 사건을 수사한 검사였다"며 "조작사건의 공안검사와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저항한 386세대 운동권의 대결이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한겨레> 1992년 7월 25일 1면 종합
<한겨레> 1992년 7월 25일 1면 종합

특히 "유서대필 사건으로 민주화를 열망한 운동권은 치명타를 입었다"며 "유죄 판결이 나면서 민주화운동열기는 줄었고 여론은 우리에게서 등을 돌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24년만에 무죄가 밝혀졌지만 곽 후보는 당시 피해자인 강기훈씨에게 사죄도 않고 있다"면서 "참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곽 후보측은 22일 "명단에 들어있었을 뿐 참여 기간도 짧다. 직접적 연관은 없다. 후보가 이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고 했다. 곽 후보는 민정수석 내정자 시절인 2013년 2월 보도자료를 내고 "수사에 일시 참여했다. 야간조사가 있었지만 고문, 협박할 상황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야간조사가 허용됐다. 잠 안 재우는 고문을 한 것으로 호도하지 않길 기대한다"고 해명했다.

<한국일보> 2015년 5월 15일 4면 종합
<한국일보> 2015년 5월 15일 4면 종합

20여년 검사 생활을 접고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 참여하면서 시작된 '조작사건 검사' 꼬리표는 몇 년째 해명을 해봐도 좀처럼 떨어질줄 모른다. 청와대 민정수석, 제11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여당의 대구 국회의원 후보 공천 등 공직자 옷을 입고 있는 동안 이 문제는 계속 그를 따라다니고 있다.

유서대필 사건 피해자인 강기훈씨도 지난 2013년 2월 곽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에 내정된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1991년 6월 서울지방검찰청 11층 특별조사실에서 잠 안재우기를 담당하셨던 검사 양반. 이렇게 나타나셨다"는 짦은 글을 올렸다.

이 같은 이력 때문에 <2016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은 20명의 '공천부적격자 리스트'에 그를 포함시켰다. 이유는 ▷유서대필 조작사건 검사 ▷회삿돈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변호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식 정보 제공자 의혹 등 모두 3가지다.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후보 5명의 명단 / 자료.중앙선관위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후보 5명의 명단 / 자료.중앙선관위

한편 후보등록 마감(24~25일)을 앞둔 22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에 등록된 중남구 후보는 12명이다. 새누리당이 8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곽 후보 공천으로 나머지 7명이 탈락하면서 모두 5명이 경쟁하게 됐다. 야당은 김동열(더민주당)·최창진(34.노동당), 무소속은 박창달(70), 김구(53) 후보가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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