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 박문진씨 고공농성 166일째 / 조계종·노동계·정당 인사 18명 명덕역~의료원 2km 오체투지 "한 걸음마다 무사히 땅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염원으로"...23일 인권단체 기자회견·27일 송년문화제
목탁 소리에 두 손 모아 무릎 꿇고 차디찬 아스팔트 길바닥에 온몸을 던져 해고자 복직을 염원했다.
166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해고자를 생각하며 걸음 마다 그의 안녕과 다시 직장으로 건강히 돌아갈 수 있길 바랐다. 한겨울 시민들의 오체투지(五體投地) 행렬에 지나가는 시민들도 숙연해졌다.
영남대학교의료원 해고자 고공농성을 지지하며 종교계, 노동계, 정당, 시민사회 인사들이 13일 오체투지를 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영남대의료원 노조정상화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3시간 넘게 대구시 남구 명덕역에서 농성이 진행 중인 의료원까지 약 2km를 오체투지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혜찬 스님을 비롯해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과 김진경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영남대의료원 지부장, 손호만 전 전교조대구지부장, 장태수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 황순규 민중당 대구시당 위원장 등 모두 18명의 인사들이 이날 오체투지에 참여했다.
13년 전 해고된 박문진(간호사) 전 노조 지도위원과 송영숙(간호사) 전 노조 부지부장의 해고 사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고, 해고자 고공농성이 166일째 이어져 이들을 지지하기 위해 오체투지를 하며 사태 해결을 염원한 것이다. 박 전 지도위원과 송 전 부지부장은 함께 고공농성을 벌이다가 송 전 부지부장이 건강이 악화돼 현재는 박 전 지도위원 홀로 74m 병원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재 2차 사적 조정까지 진행됐고 한 달 전 조정안까지 나왔지만 사측이 가장 큰 요구인 '복직'을 받아들이지 않아 사태는 장기화되고 있다. 해고자들과 시민사회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기획노조탄압에 의한 부당해고라며 복직과 노조 정상화 등 5대 요구를 사측이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대법원에서 정당한 해고라는 판결이 났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진경 영남대의료원노조지부장은 "한 걸음마다 해고자가 무사히 땅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염원으로 오체투지에 나섰다"며 "너무나 길고,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하루 빨리 복직할 날을 기다린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인 혜찬 스님은 "13년 최장기 해고자의 아픔은 사회적 고통"이라며 "한여름을 지나 한겨울까지 이어진 해고자의 고공농성 투쟁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한편, 영남대의료원 노조정상화 범시민대책위는 오는 23일 고공농성 해고자 한겨울 인권보호 촉구 기자회견을 영남대의료원에서 열고, 오는 27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복직 촉구 송년문화제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