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200일, 새해 첫 교섭...해법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0.01.17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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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17일 실무교섭...쟁점 '해고자 특채 후 명퇴·노조탈퇴 8백여명 원상회복' 조정안 실행 방식
노 "정년 18년 남은 해고자 정상 복귀, 탈퇴 여부 재조사" / 사 "현장 복귀 부담, 옛일 분란 소지"


고공농성 200일...2020년 새해 첫 노사 실무교섭, '조정안' 놓고 다시 논의  

햇수로 해고 14년, 복직 촉구 고공농성 200일. 영남대학교의료원 노사가 장기 해고 사태를 풀기 위해 새해 첫 교섭을 한다. 쟁점은 6개월에 걸쳐 만든 사적 조정안의 복직과 노조 정상화 세부 방식이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과 영남대의료원 노사는 17일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한 사적조정 실무교섭을 연다고 밝혔다. 사적조정위원들이 6개월간 다듬은 '조정안'이 협상 테이블에 재상정된다. 조정위원들은 조정안을 던진 것으로 역할을 끝내 협상에서 빠진다. 대신 대구노동청이 중재자 역할을 맡는다.

고공농성 200일...영남대의료원 로비에서 5명 동조 단식농성(2020.1.16) / 사진.민주노총대구본부
고공농성 200일...영남대의료원 로비에서 5명 동조 단식농성(2020.1.16) / 사진.민주노총대구본부

재교섭 쟁점...'조정안' 중 박문진 거취 '합의', 송영숙 복귀·노조 정상화 등 방식 입장차

쟁점은 조정안 실행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정위원들은 반년간 중재 끝에 '복직·노조 정상화'로 의견을 좁혀 12월 30일 조정안을 노사에 제안했다. ▲복직 방식은 해고자 박문진(59.간호사) 전 노조 지도위원과 송영숙(43.간호사) 전 노조 부지부장을 '특별채용'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정년 1년 남은 박 전 지도위원은 특채 후 명예퇴직해 복귀할 수 없도록 했다. 대신 명예퇴직금과 해고 기간을 고려해 생계비조의 위로금을 지급키로 했다. 송영숙 전 부지부장은 정년이 18년 남은 만큼 1년 무급휴직 뒤 현장에 복귀해 일할 부서를 노사가 추후 합의해 정하기로 했다. ▲노조 정상화 방식은 2006년부터 이뤄진 노조 집단 탈퇴와 관련해 조합원들에게 다시 노조 탈퇴 여부를 물어 원상회복 시키기로 했다.

순조롭게 합의되나 했더니 노조만 조정안을 받고 사측이 거부하면서 협상은 막판에 어그러졌다. 모든 조정 절차는 멈췄고 고공농성은 해를 넘겼다. 이 가운데 대구노동청장이 중재자 역할을 자청하며 재교섭을 추진해 노사는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하지만 조정안에 대한 입장차는 여전하다.

김진경 지부장 "명퇴에서 얼마나 더 양보해야...1명 복귀·노조탈퇴 원상회복 '조정안' 마지노선"

김진경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회장 단식농성 기자회견 (2020.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진경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회장 단식농성 기자회견 (2020.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해법은 이미 조정안에 다 담겼다며 조정안에서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김진경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장은 "재교섭 마지노선은 조정안"이라며 "5대 요구에서 2대로 이미 많이 양보했다. 보태자 안할테니 무엇도 뺄 수 없다"고 16일 밝혔다. 김 지부장은 "박 전 지도위원이 특채 직후 사직하는 것을 눈물로 받았다"며 "여기에 정년이 18년 남은 해고자 복귀마저 막는 건 억지"라고 비판했다. 또 "조정위원들도 '젊은 해고자는 현장 근무토록 하라'고 했다"면서 "송 전 부지부장 정상 복귀는 조정안에 있다. 복귀 거부는 명분없다"고 지적했다. '내부 부서 반발로 복귀는 어렵다'는 사측 입장에 대해서는 "일부 반대할 수 있지만 조정안 공개 후 전 직종의 다수 여론은 '노조가 양보했다', '안타깝다'는 반응이었다"며 "해고자가 돌아오는 게 싫은 비겁한 변명"이라고 반박했다.

정상화 방식도 조정안을 따르겠다는 게 노조 방침이다. 850여명 노조탈퇴자에게 다시 탈퇴 여부를 물어 조합원을 원상회복한다는 방안이다. 김 지부장은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사과 등 핵심 요구는 다 뺐다"며 "다시 조합원들 선택을 받아보겠다는 게 최소한의 요구"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김 지부장은 "창조컨설팅과 사측의 계약 후 열달간 무려 850여명이 노조를 탈퇴했다"면서 "같은 문구의 탈퇴서가 하루 최대 50장씩 무더기로 들어왔다. 탈퇴 강요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강제, 억압, 불법, 탄압성을 인정해 최소한 이 정도의 기회는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영남대의료원장의 고공농성 사태 입장 발표 간담회(2019.8.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태년 영남대의료원장의 고공농성 사태 입장 발표 간담회(2019.8.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태년 의료원장 "현장 복귀 소식에 내부서 반발...정상화는 노조 몫, 옛일 꺼내면 분쟁 소지" 

사측은 조정안을 거부한 작년 말과 입장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박 전 지도위원 거취에는 합의했지만 문제는 송 전 부지부장 현장 복귀·노조 정상화 방식이다. 현장 복귀도 노조 정상화 문구 명문화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재교섭에서 조정안을 손봐야 한다는 게 사측 방침이다.

김태년 영남대의료원장은 "2010년 대법원의 '정당한 해고' 판결에도 의료원은 개원 후 최초로 사적조정제도를 받았고, 향후 특채 관련 규정 개정도 검토하며 사태 마무리에 애썼다"며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고 접점을 만들고 싶어 대화를 이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다만 "2명 다 나가면(명퇴) 어떻게(조정안 합의) 해보겠는데, 1명이 1년 뒤 복귀한다고 해서 근무지 정함을 놓고 내부 부서가 부담스러워해 반대 의견이 많다"며 "어느 부서라도 비슷해서 경영진 결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상화 방식에 대해서는 "과거를 해결하려 조정하는데 옛일을 꺼내면 합의가 어렵지 않겠냐"면서 "왜 탈퇴했냐, 누가 탈퇴했냐, 강요가 있었냐. 진실공방이 오가면 분란의 소지가 된다. 그래서 문구를 넣는게 너무 부담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근무자 중 당시 관련자들이 있는데 적절한 방식은 아닌 것 같다"며 "노조 정상화는 의료원과 별도로 온전한 노조의 몫으로 진행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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