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이 공급 부족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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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나라를 걱정하는 대선 후보라면 토지보유세 강화해야


공급 부족설

문재인 정부의 큰 실정으로 임기 중 주택 가격이 폭등했다는 점이 꼽힌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은 자신이 집값을 잡을 수 있다면서 이런저런 부동산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윤석열, 안철수 후보는 임기 중에 주택 25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이재명 후보도 250만 호를 제시했다가, 1월 23일에는 311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후보들이 이처럼 주택 공급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집값 급등의 원인이 공급 부족이라고 하는 ‘공급 부족설’이 상당히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급 부족설로는 집값 급등을 설명하기 어렵다. 2020년 가구 수는 209만 가구이고 주택은 217만 호로서, 주택보급률이 103.6%(서울 94.9%)에 달한다. 2017년~2020년 사이에 공급된 주택은 연간 61만 호(수도권 30만 호)인데 그 이전 2011년~2016년의 연간 53만(수도권 30만) 호보다 많다. 이런 상황인데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급등했다고 할 수 있을까?

주택 ‘공급’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신규로 건축하는 주택의 물량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주택의 물량이다. 신규 주택이 늘어난다고 해서 시장 매물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주택 소유에서 불로소득이 생기는 상황에서는 신규 주택의 상당 부분을 기존 주택 소유자가 매입하고는 시장에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다주택 소유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면 다주택자가 집을 팔려고 내놓게 되는데, 그러면 신규 주택이 늘지 않아도 시장 매물은 늘어난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급 부족설은 순진하거나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주장이라고 의심할 수 있지 않을까?

금리 하락설

공급 부족설 이외에 집값 상승을 설명하는 견해로 ‘금리 하락설’이 있다. 주택을 포함한 내구성 자산의 매매가격은 이론상 미래에 발생할 순수익의 현재가치로 결정된다. 미래 수익을 현재의 매매가격으로 환산할 때 할인율을 적용하며, 매매가격은 할인율과 반대 방향으로 변한다. 할인율로는 시장금리를 사용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시장금리(91일 CD금리 기준)는 최근 10년간 3% 수준에서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택 등 자산의 가격이 상승하기 마련이다.

국토연구원도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금리’라는 진단을 내놓았다(2021년 12월 24일 발행 <국토 이슈리포트> 50호, “주택가격 변동 영향 요인과 기여도 분석”). 주택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금리, 국내 실물경기, 주택 공급, 가구 수를 선정하고 이들 요인이 실제 집값 상승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였는데, 금리의 영향이 40% 정도로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사진 출처. KBS 뉴스 <금리 인상에 이자부담 가중…부동산 위축 압력>(2022.1.15) 방송 캡처
사진 출처. KBS 뉴스 <금리 인상에 이자부담 가중…부동산 위축 압력>(2022.1.15) 방송 캡처

젖은 모래설

현실에서는 흔히 주택 가격이 한동안 안정적이다가 단기간에 치솟는데, 이런 현상은 공급 부족이나 금리 하락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의 다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기본적으로 매우 보수적이다. 거래 대상의 덩치가 크고 원하는 타이밍에 매각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시장 참가자들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 부동산 시장에 일단 불이 붙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불로소득 잔치에 숟가락을 얹기 위해 또는 가만히 있으면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진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가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전자를 ‘투기적 가수요’, 후자를 ‘영끌 가수요’라고 부를 수 있겠다. 모래를 담은 쟁반을 기울일 때 마른 모래라면 조금씩 낮은 쪽으로 흘러내리지만 젖은 모래는 서로 달라붙어 있다가 기울기가 어느 정도를 넘으면 와르르 쏟아진다. 이처럼 가수요 바람이 일면 잠잠하던 가격이 회오리바람처럼 치솟게 된다. 이런 설명을 ‘젖은 모래설’이라고 해두자.

보유세로 부동산 불로소득 없애야

그럼 이런 문제를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완벽한 정보가 존재하므로 불로소득이 발생할 여지가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불완전한 현실의 주택시장에서도 불로소득만 없도록 해주면 가수요가 사라지고 젖은 모래가 생기지도 않는다. 그렇게만 하면 시장을 통해 실수요에 맞는 공급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정부는 시장에서 주택을 마련할 수 없는 계층을 위한 맞춤형 공급을 담당하면 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 사진. 후보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 사진. 후보 페이스북
사진 출처. KBS 뉴스 <금리 인상에 이자부담 가중…부동산 위축 압력>(2022.1.15) 방송 캡처
사진 출처. KBS 뉴스 <금리 인상에 이자부담 가중…부동산 위축 압력>(2022.1.15) 방송 캡처

부동산 불로소득을 없애는 최선의 수단은 보유세다. 대선 후보 공약에 보유세 강화가 들어 있을까? 이재명 후보는 ‘국토보유세’로 ‘토지이익배당제’의 재원을 마련한다고 하였다. 윤석열 후보는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와 통합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는데, 부동산 보유세를 오히려 줄이고 집값은 공급 확대로 잡겠다는 뜻인 것으로 짐작된다. 안철수 후보는 <삼프로 TV>에서, 집값이 “정상화되려면 미국식으로 보유세는 높고 거래세는 낮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부동산 보유세 기준만으로 등수를 매기자면 이, 안, 윤의 순이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토지이익배당제를 하지 않겠다고 물러서기도 해서 아쉬움을 남겼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당분간은 금리가 올라가는 국면이므로 집값이 다시 폭등할 가능성은 낮다. 그보다는 빚을 내서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들의 가계부채를 염려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후보라면, 자신의 재임 기간을 넘어 나라의 백년대계를 책임진다는 자세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세운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을 후속 정부가 풀어버리는 바람에 문재인 정부 시기에 ‘젖은 모래’가 와르르 쏟아졌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추가 설명]
1. 부동산은 토지와 건물로 구성되는데, 인공물인 건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부동산 불로소득은 토지에서 생긴다. 아파트가 건물 면적 단위로 거래되기 때문에 건물에서 불로소득이 생긴다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이는 착시현상이다. 부동산 불로소득 대책은 토지에만 집중하면 된다.

2.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차단하면서 동시에 매매가격이 안정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토지의 연간 임대가치에서 매입가격에 대한 이자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매년 보유세로 징수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소유자는 매입가격에 대한 이자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없고, 부동산의 임대가격이 변하더라도 매매가격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이런 수단을 필자는 ‘지대 이자 차액세’ 또는 ‘이자 공제형 지대세’라고 부르는데, 자세한 설명은 필자의 다른 칼럼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2021/4/5 <평화뉴스> 게재, <한국의 팬데믹 부동산 투기를 막을 백신 있다>.)

 
 
 





[김윤상 칼럼 112]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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