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막아내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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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칼럼] 여성가족부 폐지로 대표되는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정책 후퇴


지난 7일 윤석열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이 주호영 원내대표 대표발의로 당 소속 115명 전원이 이름을 올려 발의되었다. 여성가족부 폐지 및 국가보훈부 격상, 재외동포청 신설이 그 내용이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발의된 이 앙상한 정부조직개편안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신냉전시대, 불평등과 기후위기, 남북관계의 악화, 경제문제 등 산적한 문제에 대응해야하는 지금, 발의된 정부조직의 개편안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방향이 문제 해결에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이런 개편안 발의에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동참했다는 데에 참담함을 느낀다. 정치 초보자인 대통령은 차제해 두고 유구한 집권의 역사가 있는 국민의힘의 능력이 이 정도라는데 정말 불안해진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여가부를 폐지하고 여가부의 '청소년·가족', '양성평등', '권익 증진' 기능은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여성 노동'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는 것이 내용이다. 대한민국의 성차별 현실을 바꾸고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젠더기반폭력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 강력한 성평등 추진체계가 제안되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이다. 특히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라는 이름은 '여성을 인구재생산 도구'로 보고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며 복지의 수혜자로 본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시민의 주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2022.10.15.서울) / 사진 제공. 대구여성회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2022.10.15.서울) / 사진 제공. 대구여성회

필자는 여가부 폐지가 단순한 성평등정책의 후퇴라고 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 힘 지자체장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이미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정책과 구조가 축소, 통폐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여성부분 뿐만 아니라 인권, 복지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선봉에 홍준표 대구시장이 서있다. 매우 상이한 3개의 기관과 대구여성가족재단을 통폐합했으며, 대구여성회관과 동부여성회관은 도시관리본부 관할에 넘겨 정책집행 구조가 아니라 시설로 만들었고 양성평등기금은 폐지했다. 또한 전국의 17개 시도에 모두 있으며 인권행정의 골간인 '인권위원회'를 폐지하고 사회복지기금, 남북교류협력기금 등도 폐지했으며 100조가 넘는 토건사업을 예고하고 있다.

역시 국민의힘 소속 시장이 있는 부산도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을 축소 통폐합했으며 경남은 여성가족재단 건물로 통폐합 시도가 무산되었으나 의회의 국민의힘 소속의원들은 계속해서 역차별 운운하며 다시 통폐합을 이야기 하고 있다.

더불어 인권관련 구조도 후퇴하고 있다. 가장 모범이라 불리었던 서울시는 3월에 인권위원들의 임기가 만료되었지만 공모조차 하지 않고 있고, 충남은 인권조례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예고하고 있으며 인권담당관이 있는 지자체도 구조의 변경과 축소, 예산의 감축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미 윤석렬 정부 들어 국민의 힘 지자체장들은 성평등, 인권정책에 있어 퇴행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2022.10.15.서울) / 사진 제공. 대구여성회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2022.10.15.서울) / 사진 제공. 대구여성회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와 개편안 철회를 위해 지난 토요일 195개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는 서울 종로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를 진행했다. 윤석렬 정부는 물론 여가부 폐지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규탄발언이 이어졌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발의된 지 45일 이후에 국회에 상정된다. 국정감사 이후 11월 말이 될 것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탄핵 외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169석의 더불어민주당의 행보가 관건이다. 대한민국이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사람들,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막아내야 하는 것은 여성가족부 폐지로 대표되는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정책 후퇴임을.

 
 
 






 [남은주 칼럼 38]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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