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경북 구미 공장에 대해 철거를 시도하자 노사가 한때 대치했다.
박정혜(39)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42) 조직2부장 등 해고노동자 2명이 40일째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어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고용승계" 확답 없이는 옥상에서 내려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다른 해고노동자 5명은 쇠사슬을 몸에 묶고 철거 시도를 막기 위해 3m 망루에 올랐다. 그러자 사측과 법원 집행관들은 이날 강제 철거 시도를 접고 집행일을 다른 날짜로 연기했다.
양측이 대치를 풀어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해고자들은 옥상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대구지법 김천지원 집행관 4명과 한국옵티칼 청산인은 16일 오전 9시 20분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 공장 철거 집행에 나섰다. 사측이 낸 '공장철거 방해금지 등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해 공장을 철거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철거 인력은 같이 오지 않았다.
구미 경찰은 양측의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공장 주변에 경찰 병력 300여명을 배치했다. 이어 집행관은 망루 앞을 막아선 노동자들에게 "자진 철수"를 명령했다.
■ 하지만 금속노조(위원장 장창열)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지회장 최현환)는 이날 공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노동자 생존권을 짓밟는 강제집행"이라며 "해고자 11명에 대해 사측이 경기 평택 공장으로 고용승계할 때까지 공장을 철거할 수 없다"고 철거 집행을 반대했다.
특히 노조 측은 집행관에게 '철거공사 방해금지 등 가처분' 인용 판결에 대한 '이의신청(1.25)'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강제집행할 명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대구, 포항, 경주 등 곳곳에서 온 노동자들과 진보정당 당원 등 1,000여명이 모여 정문 앞 도로에 서서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정문 너머 공장 옥상에서는 해고자 2명이 지난 1월 8일부터 40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노조 사무실을 강제 철거하겠다는 것은 결국 공장 철거를 하겠다는 말"이라며 "이의신청 결과가 나오는 기간까지 고려해 집행 일정을 늦춰야 한다. 만약 법원에서 이의신청을 인용할 경우 집행관들이 책임질 수 있냐"고 항의했다.
■ 집행관들은 오전 9시 50분쯤 "자진 철수 협의 불가능", "노조 측 격한 강제집행 반대" 등을 이유로 집행 종료를 선언했다. 다만 법원 결정에 따라 추후 집행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호길 집행관은 "현재 강제 집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아 종료를 결정했다"면서 "다음 일정은 집행관들끼리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장 옥상에서 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들도 있기 때문에, 안전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며 "집행을 위해 진입하게 되면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철수한다"고 덧붙였다.
■ 사측은 이날 철거를 못해도 반드시 철거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배재구 한국옵티칼 청산인은 이날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조와의 대화는 불가능한 상태"라며 "몇 년이 걸리든 법대로 (강제 철거를)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미 공장 해고자들에 대한 평택 공장으로의 고용승계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가'라고 못박았다.
청산인은 "평택 한국닛토옵티칼 공장으로의 고용승계 의무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법인이라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법원에서 (공장 철거를) 방해하지 말라는 판결이 났는데도 막고 있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편광 필름을 납품하는 일본 '닛토덴코' 그룹의 자회사다.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지난 2003년 구미4국가산업단지에 입주했다. 2022년 10월 공장에 불이 나자 사측은 한 달 뒤인 11월 공장 청산을 통보했다. 노동자 210여명 중 19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11명의 노동자는 이를 거부하고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년 넘게 농성 중이다. 지난 1월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낸 '공장철거 방해금지 등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했다. 노조는 법원 결정에 반발해 1월 25일 이의신청을 낸 상태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