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 5.18 유공자가 몇 명 있는지 아느냐. 우리가 북한에서 온 군인들이냐!
김종길(72)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대구경북동지회 대표는 14일 오전 국민의힘 도태우(54) 대구 중구·남구 국회의원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이처럼 말하며 분노했다.
1980년 김 대표는 대구지역에서 유인물을 제작해 5.18의 진실을 알리다가, 영장 없이 강제 연행돼 대공분실에서 한달간 조사 받으며 고문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는 고통을 당해 국가로부터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김 대표는 "5.18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여야가 다를 수 없다"며 "도 후보는 5.18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금지하는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물고문, 전기 고문 등 온갖 고문을 받았다. 도 후보 발언은 너무 참담하다.
김균식(65)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경상강원지부 대표도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대구에서 폭도로 몰려 '내란죄'에 준하는 '소요죄'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2년 6개월 동안 감옥에 있었다"며 "당시 온갖 고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80년 5월 대구에서 투쟁했던 당사자로서 도태우 후보자의 발언은 너무나도 참담하다"고 한탄했다.
5.18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5.18 망언'의 도태우 후보, 이번엔 '전두환 미화' 과거 발언으로 논란이다. 당시 대구지역에서 5.18의 진실을 알리고 전두환 신군부에 맞서 싸웠던 5.18 관련 단체들은 도 후보를 규탄하고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공천 유지를 결정한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공천 철회"를 요구했다.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대구경북동지회(대표 김종길)·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경상강원지부(대표 김균식)·대구경북열사희생자기념단체연대회의(대표 임성종)·대구참여연대는 14일 남구 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 후보는 44년 민주주의 역사에서 민주, 인권, 평화의 초석인 5.18운동을 북한 개입설로 왜곡했다"며 "그의 망언과 역사 인식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도, 변호사로서도 자격 미달"이라고 규탄했다.
특히 "광주시민을 비롯해 대구경북 5.18 유공자들과 가족, 오월 정신의 계승과 현재화를 위해 분투한 시민사회를 모욕하고,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영혼 없는 사과 몇 마디로 그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발적인 국회의원 후보직 사퇴 또는 국민의힘의 즉각적인 공천 철회"를 요구했다. 또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5.18유공자·가족들에게 공개 사죄도 요구했다.
만약 후보로서 계속 선거에서 뛸 경우, 도 후보 선거사무소 인근에서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지역 총선 후보들도 이날 오후 중구 경북대병원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후보들은 "도 후보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본인 유튜브에서 기정사실화했다"며 "나아가 5.18 주범인 전두환을 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새 시대의 문을 연 보기 드문 군인 대통령'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어떤 이유와 결과로 도 후보를 재공천했는지 그 사유를 밝혀야 한다"면서 "이런 후보를 살려 놓은 이유를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국민들에게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도 후보 공천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대구 달서구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 후보의 공천 유지 결정에 대해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격론 끝에 후보직 유지로 결론을 내렸다"며 "본인(도태우 후보)이 '5.18정신을 훼손하는 언행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민들께 잘 설명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도 후보는 2019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5.18민주화운동 북한 개입'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도 후보는 2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게재했다. 국민의힘 공관위(위원장 정영환)는 공천 재논의 끝에 '공천 유지' 결정을 내렸다.
한편, 도 후보는 페이스북 등 본인 SNS 계정에 과거 모든 게시물을 삭제(비공개) 처리하고, 5.18 망언에 대한 사과문 게시물만 남겨놨다. 도 후보의 입장을 듣기 위해 휴대폰과 사무실로 여러 번 전화했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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