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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14일, 대구에서 자행된 고문과 공포의 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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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특별기고 ➁] 김균식(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경상·강원지부장)


광주학살의 서막, 80년 5월 14일 저녁 대구

바야흐로 2023년 5월의 숲은 연두빛 싱그러움과 초록빛 그리움의 잎사귀를 매단 채 초여름의 수묵화를 활짝 펼쳐놓았다.

생각해보니 43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80년 5월이란 서사에 얽매여 살고 있다. 전두환 외 반란군부의 민주주의 파괴와 헌정질서 파괴범죄에 맞서 온몸으로 항거하였던 아름다운 청춘들의 피어린 고난,특히 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행위,즉 천인공노할 국가폭력에 무참히 꺾여버린 몸뚱아리에 새겨진 말 못할 고통 ㅡ 원인 모를 질병과 우울증, 정신분열을 비롯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ㅡ 등에 시달리며 망각과 기억의 경계에 서성대며 살아가는 작금의 모습에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이하에서는 전편에 이어서 80년 5월 대구에서의 5월투쟁의 최대 절정이었던 3개 대학(경북대,계명대,영남대) 연합 가두시위가 제대로 결합되지 못하는 그 쓸쓸한 결말로 인해, 한편의 드라마 같았던 대규모 투쟁이 '민주정부 수립'이라는 국민적 여망을 시민들에게 각인도 시키지 못하는 실패로 끝나니 곧바로 반란군부의 재빠른 반격과 탄압의 실체와 대면하게 된다.

광주학살의 전초전 형태를 띠게 되는 무자비한 진압과 국가폭력의 어마어마한 공포 앞에서 치가 떨리고, 너무나 섬뜩한 경험을 하게 된다. 즉 인간의 존엄성과 자존감은 무지막지한 폭력 앞에서 박탈당하고 생명을 구걸하는 짐승의 모습을 한 비열한 몰골을 노정하게 되는 것이다. 80년 5월 14일 저녁과 밤 사이에 대구 일원에서 자행된 군 병력으로 추정되는 세력에 의한 시위 진압과 시위대간의 공방과 그 현장에서 체포된 시위 참가자에게 가해진 가공할 폭력의 축제는 광주에서 벌어질 학살과 광란의 카니발로 그 야만성을 대구에서 일차적으로 드러냈다고 본 필자는 생각하는 바이다.

'대구 폭도'가 마주친 공포의 아수라장

43년 전 젊음의 20대는 인간의 존엄함과 고귀함을 희화화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우롱하고 비웃는 괴물들 앞에서 그냥 무너져 내렸다.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참혹하고 잔인해서 떠올리는 것조차 싫었던 무법의 현장에서의 기억의 조각 조각을 기록으로 남긴다.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범죄 중에서 국가 공권력이 자행한 반인권적 범죄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명예를 파괴하는 야만이자 인간에 대한 능멸이다. 즉 인간에 대한 학살이다. 80년 5월 14일 오후 4시경에 대구백화점 가두시위 현장에서 불법으로 연행, 체포되어 군 부대인 50사단 연병장에서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포와 두려움에 직면한다. “대가리 박고 고개 숙여"라는 호통과 함께 호송차에서 내리자마자 시작된 군인들의 춤추는 곤봉과 마구 내리쳐지는 M1 개머리판, 그리고 인정사정 없는 군화발길질에 짓밟힌 몸뚱아리는 금새 굳어지며,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두려움과 공포에 빠뜨렸다.

패고 또 패고 숨조차 제대로 못 쉴 정도로 마구 짓밟는 그들의 살기 띤 얼굴과 충혈된 눈동자는 악귀 그 자체였고 진한 술 냄새와 역한 냄새마저 확 풍긴 것으로 기억된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비명소리와 나뒹구는 몸뚱아리, 그리고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는 통곡마저 귀에 맴돌았다.지옥의 문턱까지 왔는지 모를 정도로 호되게 몰아치는 그들의 공세에 초주검의 상태에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기절한 것 같았다.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국가 공권력의 첨병인 군인들에 의한 무지막지한 범죄행위가 휘몰아치며 50사단 연병장에서 한바탕 광란의 탈춤을 추면서 그들의 복수놀이 및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조롱, 비웃음, 뻘짓 등이 몇시간이나 계속 되었다. 이들의 살인적인 행위는 인간을 짐승으로 만들게 하였다. 인간으로서 제정신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광기마저 드러낸 것이다. 인간에 대한 배신행위인 것이다.

심수봉의 '그때 그사람' 개사곡을 부르라며 터집잡는 합수부 수사관

군인들로부터 초주검 상태로까지 몰려 기절하였다가 겨우 깨어나니 한 사내 앞으로 끌려가 무릎 꿇고 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를 하고 있으니 섬뜩하게 생긴 건장한 체격의 민간인 복장의 수사관이 다가와 다짜고짜 빰을 때리고 지휘봉으로 배를 푹 수시며 "야 새끼야! 너거 때문에 집에도 못 들어가고 이 시간에 이게 뭐야?"라고 고함을 지른다. 그리고는 종이와 볼펜을 주면서 너가 오늘 한 것 모두를 적어라고 하면서 또 지휘봉으로 머리를 마구 내리쳤다.몇 번이나 써라고 하고선 발길질로 몸을 마구 걷어차거나 몸둥이로 등짝과 팔,다리를 무작정 내리쳤다. 그러면서 심수봉의 '그때 그사람' 개사곡을 크게 부르라고 하고서는 듣고 있다가 "조개"라는 부분을 책잡아 "너거가 조개를 알아!"라고 호통을 친다. 또 너 "애인 있어"라면서 괜한 꼬투리로 마구 온몸을 때리고 밀쳐서 쓰러뜨렸다.

물이나 화장실도 주거나 보내주지 않으면서 계속 괴롭히면서 내가 쓴 내용을 확인하다가 갑자기 "야 새끼야 이제 넌 죽었어. 지금 시내에 폭동이 난 것같이 싞러운 모양이나 진압되고 나면 너것들은 이제 모두 즉결처분이야"라고 공포 분위기를 잡으면서 겁을 주었다. 그러는 가운데 지치고 잔뜩 긴장한 몸이 굳어지더니 쥐가 일어나 고통을 호소하자 "이 새끼 이거 아직 정신을 못 차렸네" 하면서 착검한 채 경비를 서고 있는 군인들을 불러 "이놈 델고 가서 좀 굴리고 와"라고 시킨다. 이에 따라 닥달하는 군인들에 의해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낮은 포복, 높은 포복 등의 얼차려를 포함한 기합에 한 정신이 없었다. 온몸은 토해낸 땀과 분비물로 법벅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군인들이 마구 내리친 M1개머리판에 코피가 터지고 어쩔줄 모르는 가운데 또 기절해 버렸다.그렇게 긴 하루가 시간도 모른 채 흘러갔다.

고문기술자(괴물이자 악마들)의 등장 ㅡ 노덕술의 후예

언제쯤인지 모르지만 50사단 향토관(진격관)에서 합수부 수사관로부터 시달리고 있는 중에 불현듯이 나타나 비웃는 웃음을 흘리며 "김선생 고생 많구만. 이제 우리하고도 인사해야지"라며 가슴 떨리게 하는 일단의 무리들, 즉 노덕술의 후예들인 고문기술자들이 나타났다. 생각도 못한 그들의 호출에 참으로 황당했다. 어느날 밤중으로 기억되는 50사단 헌병대 영창에서 이름이 불려져 밖으로 나가 검은 짚차에 올라타 눈에 천으로 된 안대를 채우고 차가 출발하는 순간 뇌리를 스치는 섬뜩한 불안감이 솟구치며 고문기술자(괴물들)이 드디어 왔구나 하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

어딘지 모르지만 냉랭하고 소름끼치는 듯한 분위기 방으로 인도되어 상당한 시간동안 안대도 풀지않은 상태인 가운데 홀로 몸으로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하였으나 시간에 맞추어 그들이 먼저 나타나 천을 풀고 의자에 앉아 있는 나를 위에서 내려다 보며 "김균식 그동안 잘 까불었제. 오늘은 자네가 지은 업을 풀도록 하자. 너가 지난 79년 9월 4일 시위로 폼 잡고 대구를 흔들어 우리를 엿먹인 것과 우리가 상부로부터 받은 수모를 정리를 하려고 너를 초대했으니 그리 알고 준비하시게"라며 얘기하고서는 바로 의자를 빼며 벌렁 나뒹굴게 하고 기부터 잡았다.

그 당시 부산, 울산, 원주 등을 이야기하며 그때 헛탕진 자기들 빚을 갚으라며 일어나 옷부터 벗어라고 했다. 그리고선 책상 위에 올라가 서라고 하고나서 무릎에 각목을 끼우고는 두 명이 양쭉에서 올라타 사정없이 꿀렁이니 비명이 터져나오고 고통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끼쳐온다. 아무 말도 않고 죽을 표정으로 견디고 견디는 몸을, 등짝을 몸둥이로 내리치면서 구두발로 가슴을 차 또다시 나뒹게 한 뒤 한 놈이 내 몸을 올라타고선 뺨을 마구 때리고 꿀렁였다. 그동안 합수부 수사관들의 폭행과 구타, 그리고 수시로 자행되는 군인들의 보복행위로 엉망이 된 몸은 그들의 가벼운 장난에도 견디지 못해 쾍쾍거리고 숭을 헐떡이자 "이 새끼가 요령피우네"라며 두 놈이 번갈아가며 마구 몸둥이로 패고 또 팼다.

한참을 그러다가 나를 질질질 방한구석에 놓여 있는 곳으로 끌고가서 번쩍 들어 눕혔다. 양손 양발을 뭔가로 묶고 눈은 천으로 다시 가리고 입에 다시 무엇을 넣은 듯 하는 가운데 물을 마구 붓고 또 붓고 계속 해댔다. 기침과 함께 가슴이 터질 듯 한데 묶여 있으니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어지는 그들의 물고문에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는 상태가 한동안 계속 되자 난 그냥 눈을 감았는데 눈꺼풀이 마냥 덮히고 시야가 흐려지며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그들이 지휘봉으로 마구 찔러대는 것과 한 놈의 특이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 들며 내가 아직 살아 있나 싶었다. 또 한 놈의 다른 목소리인 "김균식, 너 인상은 그렇지 않은데 우예 잘 견딘다"는 우렁우렁한 톤으로 훈계를 한다. 그러더니 앞으로도 몇차례 더 만나자며 지옥같은 공포를 조성하며 나를 옥죄어 오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리고 어둑어둑한 백열등과 군데군데 핏자국이 남아있는 흰 벽의 그림자가 불안과 두려움의 소름을 돋게 했다.

태백공사(일명 보안사 대구분실) 지하실을 울리는 비명소리에....

80년 5월의 끝자락인지 모를 어느날 지금은 전문주얼리빌딩으로 바뀐 대구시 중구 소재의 옛 동아백화점 건너편 건물의 태백공사로 불려나가 또 한 번의 소름 끼치는 현장을 마주한다. 일명 '보안사 대구분실'로 일컫어지는 '안가'의 지하에 초대받은 나는 조금은 밝은 백열등이 켜진 지하실 방에 또 홀로 남겨진 채 주위와 분위기 탐색에 열중일 때 들이닥친 고물기술자들과 조우해 그들과 한 합을 겨루게 된다.

"어이 김균식이 이제 왠만하면 시원하게 다 털어놓고 한 판 놀다가세나. 그래야 니도 몸을 챙길 것 아닌가?"라며 첫 말문을 연 땅딸막한 50대의 평범한 얼굴의 괴물과 마주했다. 또 한 인물은 아주 깐깐한 인상의 조금은 무서운 분위기를 지닌 괴물로 비쳐졌다. 이놈이 내 주위를 빙빙 돌며 구두소리로 귀를 자극하며 기를 죽이네. "어이, 김균식이 니 이제 모두 털어놓고 우리 하고 편하게 지내자. 아니면 시작부터 깨창나던가? 둘 중에 하나 빨리 선택해라. 나는 잘 안 기다리는 성질이니 잘 판단해라이!" 그러면서 아직까지 잡히지 않은 김진태와 백현국, 임종호 등의 선배들과 "김대중이도 만났제"라며 공박해 들어왔다. 그러고선 정강이를 구둣발로 차고 빰부터 때린다. 내가 선배들은 잘 모르고, 김대중씨는 알지도 만난 적도 없다고 하니 두 놈이 번갈아 가며 인정사정 없이 지휘봉과 몸둥이로 온몸을 패고 찌르고 쑤시고 후려쳤다.

한참을 지나도 내가 똑같은 대답을 하니 "이 새끼, 잘 대해주니 영 말을 못알아 듣네"라며 옷을 벗기고 팬티차림 어색하고 뻘줌한 자세로 있으니 자기들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이야기 하라고 한다. 엉성한 자세의 내가 추운 듯 파르르 떨면서 움추리자 구둣발로 무릎을 마구 짓이기며 양빰까지 마구 후려치며 언성과 욕을 막 해댔다. 그래도 내가 모른다고 시치미를 때자 "이새끼, 진짜 안되겠네 이거"라고 흥분하면서 구석의 벽 쪽으로 끌고 가서 물구나무를 서라고 하고선 채찍 같은 것으로 그동안 진격관의 합수부 수사관과 헌병대 영창, 그리고 군인들에 의해 생긴 엉망진창과 상처투성이 몸을 마꾸 후려패고 쑤셔박는다. 내가 견디지 못하고 꼬꾸라지며 통증을 토하며 헉헉거리자 다시 일으켜 세우고 물구나무를 세운다.

그러면서 한 놈은 나갔다 오더니 "야 임마, 옆방에서는 술술 잘 부는데 넌 왜 고집부리고 이 야단이야? 진짜 제대로 된 맛을 한 번 보여줄까?"라면서 권총을 빼내고서 이마와 관자놀이에 총구를 대고서 차르륵 거리면서 공포와 협박을 거칠게 한다. 또 "너희같은 놈들 지금이라도 몇 명 죽이고 아무데나 갖다버리고 그냥 묻어 버려도 돼,이 새끼야!"하고선 방아쇠에 또 손가락을 넣었다 뺏다를 몇번씩이나 하는 위협을 크게 외친다. 그래도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자 팬티마저 훌라당 벗겨 버린다. 지휘봉으로 성기마저 툭툭 건드리며 "김균식,야 새끼야 니 이거 못쓰도룩 병신 만들어 줄까? 저기 있는 전깃줄 뽑아 감고서 한 번 돌려볼까?"하였다.

내가 그냥 맥없이 쓰르르 무너지자 이 인간들이 날 놓아둔 채 문을 살짝 열어놓고 잠시 자리를 뜬다. 그 순간 내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며 이 놈들이 이제 전기고문까지 하려나 보나 하는 생각이 훅 들며 전율이 일어났다. 그런 가운데 열린 문을 통해서 복도의 공기를 뚫고 "아! 아!, 죽여라! 그냥죽여라!" 하는 고함과 비명소리가 귀를 후벼파고 들려왔다. 그 와중에 몸과 옷자락엔 땀과 눈물, 각종 분비물이 뒤섞여서 묘한 냄새와 함께 구역질까지 돋아났다. 그러하며 몸은 차갑게 식으면서 딱딱하게 굳어간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마저 불법 침해한 군인들의 폭력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서 국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불가침의 권리를 가진다. 80년 5월 14일부터 근 70일 이상 50사단 헌병대 헌병들이 의해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저질러졌다.

"야 이 개쌔끼들아! 너희 때문에 외출 외박도 없이 좆뺑이 친다", "너거 뭐 잘 났다고 데모하고 지랄이고 지랄이야!" 등의 모욕적인 말과 조롱, 말도 안되는 것을 터집잡아 우롱과 비웃음, 매일 반복되는 기합과 집단 얼차려, 철창타기, 손바닥. 발바닥 비틀기와 때리기, 부동자세로 정좌하기 등의 비열한 행위로 헌병대에  임시 수용된 정치범을 괴롭히는 뻘짓을 한 일부 헌병들의 잘못된, 부끄러운 행동들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 중차대한 위법행위로 지탄받아야 할 국가폭력의 적나라한 현장이었다. 게다가 임시 수용자들에게 영양가도 없고 엄청 작은 양의 식사와 대소변조차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야만적인 처우로 인간으로서의 수치심과 자존감을 증폭시키는 만행도 자행하였다.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이상에서 살펴 보았듯이 국가 공권력을 이용하여 국민을 상대로 자행한 국가의 반인권적 범죄, 인간의 준엄성을 파괴한 범죄는 민주국가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중대범죄 행위이다. 분노와 절망, 슬픔과 두려움, 조롱과 능멸로 점철된 도무지 감당하기 어려웠던 80년 5월 그날 그때의 참담함과 부끄러움을 떨쳐내고자 그 어두운 기억 속으로 걸어들어가 국가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진 야만적 폭력과 그 악의 평범성을 고발하고자 43년전 그때의 치가 떨리고 너무나 부끄러운 80년 5월의 내면을 호출해 당시의 구체적 장면을 미시적으로 풀어보았다.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인간형들을, 괴물들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톺아서  80년 오월의 우리의 부끄러운 국가권력의 민낯을 만나보았다. 야만의, 잔인한 폭력의 광란과 광기를 생각하면서 인간 존엄성의 문제를 돌아다 보면서 새로운 하늘을 열어젖혀서 미래를 향한 꿈을 먹고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특히 80년 5월 14일 저녁과 밤에 이곳 대구에서, 저질러진 국가권력의 섬뜩한 폭력은 광주학살의 서막이자 전초전으로서의 양상을 지니고 있고,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는 오직 지금뿐인 오늘이여! 진정으로 맑은 모습의 5월의 하늘이 역사적 아이러니와 지역을 넘어서는 울림으로 발견되기를 간절하 빌어본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 스스로가 침묵을 깨고 일상에서 변화를 찾을 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야만과 부끄러움의 벽을 넘어설 수 있으리라. 부디 세상의 고통과 아픔에 허덕이는 가난하고 힘없고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일깨우는 향기와 소리의 초여름으로 아우성치는 초목군생들이여! 더욱 싱그럽고 뜨거웁게 우리들 가슴에 깃드소서...

끝으로 광주와 광주 밖이라는 공간과 5월만이 아닌 시간의 변주곡으로부터 벗어나야만 제대로 된 5월정신을 구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꿈이라도 꾸어야지 현실을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5.18 특별기고➁]
김균식 /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경상·강원지부장
 
 














[5.18 특별기고 ➀] 1980년 5월, 대구 항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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