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관광역사공원 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옆에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상까지 들어섰다.
역사적 논란의 아버지 동상 옆에 탄핵된 딸 동상까지 세워져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우상화 시설물"이라며 부녀지간 두 전직 대통령 동상에 팻말을 내걸고 반발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팻말에는 "역사의 죄인",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상 팻말에는 "국정농단 주범"을 적었다.
경북도 산하 경북문화관광공사에 16일 확인한 결과,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관광역사공원 '역사의 다리'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참모진 등 4개 동상 옆에 지난 주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상 1개를 추가로 세워 동상은 모두 5개가 됐다.
공사는 지난해 11월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에 관광역사공원을 개장했다. 보문관광단지 역사와 문화를 담은 공원 조성사업이다.
1979년 4월 개장한 대한민국 1호 관광단지인 경주 보문관광단지의 개발 50년 즈음해 보문관광단지 역사 발자취를 담고, 체험·휴게형 공원을 설립하는 조성사업이다. 경북도는 전체 예산 50억원을 사용했다.
그러나 공원에 실물 사이즈 박정희 전 대통령 청동 동상 2개, 박 전 대통령 전신을 부각시킨 조형물, 친필 휘호 조형물, '경주를 개발하라' 친필 지침서, 사진 등을 설치해 논란이다.
정자에는 어린 박근혜(딸), 어린 박지만(아들) 동상도 있다. 특히 다리 위 동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4년 4월 딸 박근혜씨와 보문단지를 시찰한 것을 본딴 동상이다.
경주시민총회와 경주겨레하나, 민주노총경주지부, 경주환경운동연합, 민주당·진보당경주시지역위원회 등이 모인 '(가)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경주범시민운동본부'는 16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와 박근혜 시설물 설치는 시민 기만, 꼼수 행정"이라며 "우상화 시설물들을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관광역사공원을 지을 당시만 해도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없어 우상화 공원이 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완공된 공원에 군부독재자로 일본 천황에게 혈서로 충성 맹세를 하고, 독립군을 때려잡은 민족반역자 박정희 동상을 세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군사쿠데타와 유신독재로 전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악흑시대를 만든 장본인을 칭송하고 미화하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탄핵 당한지 얼마안된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상까지 세운 것은 더 큰 문제"라며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경북문화관광공사는 민생이 어려운 이때 시민 혈세 50억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설물들을 철거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조만간 경북문화관광공사를 항의 방문하고 "우상화 시설물 철거" 촉구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반면 경북문화관광공사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상은 새로 예산을 들여 만든 게 아니라, 기존 사업에 한 패키지로 추진된 것"이라며 "내부 사정이 있어 설치가 늦어져 최근 세웠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우상화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우상화나 미화가 아니다. 보문관광단지의 역사를 재현하다 보니 당시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상을 설치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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