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이어 이번엔 경북이다.
경북도청 앞에 10m짜리 초대형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들어선다.
더 크고 높게 경쟁하듯 커지고 있다.
◆ 경상북도(도지사 이철우)와 '사단법인 대구경북미래연구원 박정희대통령동상건립 추진위원회(박동추)'의 말을 19일 종합한 결과, 이들은 오는 11월 14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일에 맞춰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 천년숲정원에 높이 10m 박정희 동상을 세우고 제막식을 열 예정이다.
구미에 있는 5m 동상의 두 배다. 대구에 들어설 2개(3m, 6m) 동상과 비교해도 크다. 최대 규모다.
동상 앞면에는 '민족중흥 위대한 총설계자 박정희' 문구를 새긴다. 18년 임기 동안 '12대 업적'도 적는다. 훗날 국민교육 콘텐츠 자료로 활용한다. 이상일 대구가톨릭대 환경조각과 교수와 이상호 작가가 공동 제작한다.
민간단체 '박동추'는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 107주년인 2024년 그를 기리는 동상을 세우기 위해 19일부터 시민 모금운동도 펼친다. 동상은 지자체 예산이 아닌 자체 모금으로 충당한다. 10억원이 목표다. 이들은 11월 제막식 후 '박정희 모델의 세계사적 의미'를 주제로 국제컨퍼런스를 열 예정이다.
이 단체 공동위원장은 박정한 대구경북미래연구원 이사장, 박몽용 전 경북새마을운동협의회장, 공원식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 양재곤 재경대구경북시도민회 회장 등, 자문위원장은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 자문위원은 변태석 아시아포럼21 이사장, 김명환 전 산림청장, 김진영 전 국회의원, 홍종흠 전 매일신문 논설주간 등이다.
김형기 '박동추' 추진단장은 "위대한 업적을 후세대가 모두 알아야 한다"며 "공과가 있지만 큰 틀에서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한 분이니 동상을 세워 올바른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민주사회이기 때문에 찬성과 반대 의견 모두 환영한다"면서 "하지만 도민 대부분이 (건립에) 찬성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 동상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시기는 올해 3월이다. '박동추' 관계자들은 지난 3월 28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면담을 갖고 공공부지(천년숲)에 동상 건립을 건의했다. 이 지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 동상을 민간단체가 자체 예산으로 지어서 경북도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구두 약속을 한 상태에서 '박동추'는 19일 오후 경북도청 안민관 다목적홀에서 제2기 출범식을 가졌다. 이어 경북도에 공문을 보내 정식 사업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부지 제공 근거는 '경상북도 전직대통령 기념사업' 조례다. 이어 '경상북도 공공조형물 건립 조례'에 따라 심의위원회를 꾸려 사업 타당성을 따진다.
경북도 관계자는 "작은 흠보다 공을 평가해야한다는 내부적 의견이 많아서 동상 건립을 수용한 것으로 안다"며 "조만간 정식 행정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시민단체들은 반발했다. 인권을 탄압하고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차지한 "독재자 우상화"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대구경북 곳곳에 박정희 동상이 들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은 동대구역과 대구대표도서관 두 곳에 3m, 6m 박정희 동상 2개를 건립하기로 해 비판을 샀다. 경북 경주 보문관광단지 관광역사공원 안에도 박정희, 박근혜 동상을 세워 논란이 된 바 있다.
'경북시국행동'과 '열린사회를위한안동시민연대'는 19일 오후 경북도청 안민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 독재자 박정희 우상화 동상 건립을 반대한다"며 "건립 사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홍준표 시장과 이철우 지사는 죽이 잘 맞는 아삼륙"이라며 "둘 다 광장에 박정희를 추앙하는 동상을 만들겠다고 난리"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정희는 친일 민주군 장교에, 수많은 민주 인사를 탄압하고, 온갖 공안사건을 조작하고,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도청 앞에 흉물을 세우지 말라"고 했다.
김태영 민주노총경북지역본부장은 "경북도가 합의를 했거나 최소한 묵시적 동의를 했기 때문에 민간단체가 동상을 세우려는 것"이라며 "구시대 유물 박정희를 부활시키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대구경북은 이데올로기 맹신자들 놀이터가 아니다. 경북도민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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