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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끊기고, 물새는 집에 방치된 청년들...경산 전세사기 피해 213명·250억,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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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인근 압량읍 2030 세입자들
보증보험 가입 안된 깡통주택 대부분
연락 끊긴 집주인, 관리 안되는 주택들
"악취까지 올라와, 곧 장마철 온다는데"
"너무 괴로워...정부와 지자체 대책 절실"
대책위, 6월 말 상담소 운영·시설보수
경산시 "피해자 인정 받아야 지원 가능"

전기와 수도, 인터넷은 모두 끊어졌다. 

옥상은 방수 처리가 안돼 집안 곳곳이 누수 흔적이 보인다. 

집주인은 도망쳐 연락이 안되고 전재산인 전세금을 돌려줄 기미도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방치하고 있다.

사기 당한 집에 남겨진 청년들의 이야기다. 

"전기공급 제한 알림" 안내문이 현관문에 붙어 있다. (2024.6.14)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경북 경산시 압량읍 영남대학교 인근 전세사기 피해 다가구주택의 14일 오후 모습이다.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고, 집 현관 앞에는 '전기공급 제한 알림' 안내문이 붙었다. 건물 현관 CCTV는 작동하지 않고, 방 안 곳곳에는 누수 피해 흔적들이 보였다.

이 곳에 사는 전세사기 피해자인 세입자 A(27)씨는 지난 2021년 5월 대출 1억원을 포함한 1억4,000만원을 내고 입주했다. A씨는 임대인이 사업을 하고 있고, 건물이 여러 채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믿고 2년 계약을 맺었다. 앞서 2023년 5월 재계약까지 했다.

하지만 그해 12월 말 임대인으로부터 "A씨에게 반환할 임차보증금을 소유하고 있다"는 채무 확인 등기 한 통을 받았다. 등기를 받고 이유를 듣기 위해 임대인에게 연락했으나, 임대인은 "파산 신청 준비 중"이라고 변명했다.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피해자 B(26)씨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 2021년 대출금 5천만원을 포함해 5,500만원으로 임대인과 전세 계약을 맺었다.

경북 경산시 압량읍 전세 사기 피해자 A씨가 작동하지 않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다. (2024.6.14)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북 경산시 압량읍 전세 사기 피해자 A씨가 작동하지 않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다. (2024.6.14)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지난해 12월 A씨와 같은 내용의 등기가 와 임대인에게 이유를 물었으나 "파산 신청을 하기 위해서"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전세금을 돌려주겠다는 말은 없었다. 해당 다세대주택의 전세사기 피해자는 모두 8가구, 피해 금액은 5억여원이다.

피해자들은 지난 2월 임대인을 '사기' 혐의로 경산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은 현재 수사 중이다. 건물은 법원 경매에 넘어간 상태다.

A씨는 "전기, 수도, 인터넷 모두 끊긴 상태"라며 "옥상이 방수 처리가 안 돼 있어 물이 샌 흔적도 집 곳곳에 있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때문에 "다가오는 장마철이 너무 걱정된다"며 "지자체가 피해자들의 안전한 주거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석진미 '경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우편함에 쌓인 전기료 고지서를 정리하고 있다.(2024.6.14)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석진미 '경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우편함에 쌓인 전기료 고지서를 정리하고 있다.(2024.6.14)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최성준 공동위원장이 건물 벽면의 파손된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2024.6.14)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최성준 공동위원장이 건물 벽면의 파손된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2024.6.14)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압량읍 소재 다른 다세대주택 건물 우체통에는 전기료 고지서가 쌓여 있었다.

건물 복도 한 켠에는 타일이 깨져 돌출돼 있어 위험한 모습이었다.

현관 곳곳에는 법원, 국세청 등에서 날아온 등기 우편물 도착안내서가 붙어 있었다.

이 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피해자 C(29)씨는 지난 2022년 5월 전세보증금 4,500만원을 내고 계약을 맺었다. 올해 5월 계약 기간이 만료됐는데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계속 살고 있다.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임대인에게 연락해 전세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임대인은 "한 달만 기다려달라"고 말한 뒤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건물은 지난해 12월 법원 경매에 들어갔지만, 피해자들은 지난 4월 경매 유예를 신청한 상태다. 피해자들은 지난 2월 임대인을 사기 혐의로 경산경찰서에 고소했다. 

이 건물의 피해자들도 단전과 단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4월 전기와 수도가 끊긴다는 고지서를 받고 피해자들이 돈을 나눠 납부하고 있었다.

C씨는 "전체적으로 건물에 대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며 "오·폐수 관리도 안돼 싱크대로 역한 냄새가 계속 올라온다"고 밝혔다.

경북 경산시 압량읍 일대 다가구주택 밀집 지역(2024.6.14)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북 경산시 압량읍 일대 다가구주택 밀집 지역(2024.6.14)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경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석진미, 최성준)와 함께 14일 경산 영남대 일대 다세대주택 일대를 둘러본 결과,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책위에서 파악한 경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는 213명, 피해 금액은 250억원에 이른다. 올해 1월 피해자 25명, 피해금액 30억원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늘었다.  

피해 지역은 영남대 인근 압량읍, 부적리, 임당동, 조영동을 포함해 진량읍과 하양읍까지 확대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학생을 포함해 2030 청년세대에 몰렸다.

피해 사례를 보면 임대인 1명이 건물 5~6채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깡통주택들이 대부분이다. 보증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건물의 세입자들이라서 임대인이 돈을 돌려줄 때까지 구제 방법이 없다.

대책위는 경산시가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대책은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대책위 차원에서 피해 건물 수리, 전세 사기 피해 상담소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오는 6월 28일부터 '전세사기 피해 상담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주중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상담 내용은 ▲피해자 초기 대응 매뉴얼 ▲민사·형사 고소 상담 ▲전세사기 특별법 관련 설명 등이다.

상담소 운영과 함께 피해 건물 시설 보수 신청을 받는다. ▲고장난 물품 교체 ▲건물 월 1회 청소 ▲공용전기요금 2개월분 지원 등에 대한 신청을 받는다. 비용은 대책위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석진미 공동위원장은 "경산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되고 있으면 지자체에서 지역 주민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데, 피해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려 하지도 않는 것 같다"며 "시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물관리 문의" 경북 경산시 압량읍 한 다가구주택에 붙은 팻말(2024.6.14)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건물관리 문의" 경북 경산시 압량읍 한 다가구주택에 붙은 팻말(2024.6.14)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경산시는 국토교통부의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에 따라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산시 주거지원팀 관계자는 "전세사기로 당장 갈 곳이 없거나 퇴거해야 하는 피해자들에 대해 긴급 주거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며 "국토부로부터 전세 사기 피해자 인정을 받고, 결정문을 가져오면 긴급 복지 지원 등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남권 전세사기 피해자 연합 대책위원회'는 14일 오후 경산 남매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와 국회에 현행 임대차 제도 개선, 국민의 안전한 주거권 보장 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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