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회생활로 모은 돈에 전세대출을 받아 들어온 집인데 전재산을 잃고 은행 빚까지 떠안았다."
전세사기 피해자인 대학생 김아영(가명.28)씨는 7일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 2년 동안 일을 해 모은 돈과 은행으로부터 전세대출을 받아 4,000만원을 마련해 지난 2020년 대학가 원룸촌이 몰린 경북 경산시 압량읍 한 다세대주택 임대인과 전세계약을 맺고 입주했다. 아무 문제 없이 집에서 살고 있었다.
지난 2022년 5월 재계약을 할 때까지만 해도 전세사기인지 알지 못했다. 최근에서야 전세사기를 당한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올해 초 자신과 비슷한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본인이 사는 주택 전체가 '전세사기 피해 건물'인 것을 알게 됐다.
건물 소유주와 임대인은 잠적했다.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수도세와 공동 전기료도 납부하지 못해 단전·단수 위기에 처했다. 같은 주택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이들은 8가구다. 피해자 대부분 20~30대 청년들이다. 피해 금액은 5억여원이다.
경산지역 대학가 전세사기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 피해 세입자 25명, 피해 금액 30억원에서 한달사이에 60명, 80억원으로 늘었다.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오늘 임대인들을 '사기죄' 혐의로 집단 고소했다.
김씨를 포함해 경산 영남대학교 인근 압량읍, 조영동, 부적리 등 다세대주택 세입자 25명은 7일 오전 해당 건물 임대인 6명에 대해 '사기죄' 등 혐의로 경산경찰서에 고소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인 세입자 25명이 임대인으로부터 받지 못한 전세금은 20억원대다.
'경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최성준, 석진미)'는 이날 오전 경산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해도 경산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경산시를 규탄했다. 또 정부를 향해 "선구제 후회수 등을 포함해 '전세사기 특별법'을 즉각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긴급 생계비·이사비·법률 지원 ▲피해 현황 파악 ▲시장 면담 등을 경산시에 요구했다.
대책위가 파악한 경산 대학가 일대 전세사기 피해자는 7일 현재 60여명, 피해 금액 80억원대다. 대책위는 경산 내 다른 지역까지 조사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고, 피해자들을 추가로 모아 2차 집단 고소도 준비하고 있다.
대책위는 "피해자들은 투잡(2개 일자리), 쓰리잡(3개 일자리)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치권 소식은 여전히 희망적이지 못하다"며 "국민 재산을 지키고 안녕을 책임져야 할 정부와 지자체는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피해자의 일상 생활 복귀와 제대로 된 법 개정을 위해 전세사기 범죄가 발 디딜 수 없게 역할을 다하라"고 말했다.
최성준 공동위원장은 "경산은 대학이 많아 학생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전세사기로 첫 좌절을 어린 나이에 느끼고 있다"고 한탄했다. 또 "지자체 업무를 피해자들이 생업을 포기한 채 피의자를 찾아다니고 있다"면서 "경찰은 신속히 수사해 범인이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진미 공동위원장은 "2030에서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했고, 계속 피해자가 늘어나는데도 경산시는 아무런 답이 없다"며 "지자체가 먼저 나서서 피해자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산시는 기초단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할 수는 없다고 했다. 대신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경산시 주거지원팀 관계자는 "국토부 지침대로 전세사기 피해 신청서를 받아 경상북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피해자 인정을 받으면 기초단체에서 저리 대출이나 긴급 주거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세사기 문제는 기초단체와 정부가 각각 지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 "역할을 분담해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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