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주민 1만4,754명이 박정희 동상 등 박정희 기념사업을 폐지해달라는 내용의 조례를 청구했다.
주민 발의 조례가 청구된 것은 지난 2011년 12월 3만여명이 무상급식 조례를 발의한 후 13년만이다.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16일 오전 대구시의회(의장 이만규)에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의 폐지조례안' 청구안을 접수했다. 지난해 6월 26일 주민 조례 발의를 청구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주민e직접' 플랫폼에 전자 서명을 올리고, 거리 서명운동을 펼친지 6개월 만이다.
전자 서명 서명기한인 올해 1월 14일까지 모두 1만4,083명의 주민들이 온라인으로 전자 서명했다. 거리 서명 운동에는 671명이 동참했다. 주민조례청구 제도상 필요한 1만3,690명을 훌쩍 넘긴 수치다.
서명부를 접수 받은 대구시의회는 사무처는 앞으로 청구인 명부 심사를 한다. 규정에 맞는 서명인지 여부를 가린다. 서명부가 규정을 지켜 문제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의회로 넘긴다. 의회는 폐지조례안을 발의할지 말지 그 여부를 심의한다. 이어 최종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찬반 여부를 투표한다.
'주민조례청구' 제도에 따르면 해당 지자체에 주민등록 주소를 둔 만18세 이상 주민, 청구권자 총수의 150분의 1 이상이 연대 서명을 통해 지자체 의회에 조례를 제정·개정 또는 폐지를 청구할 수 있다.
주민들이 발의한 조례는 대구시가 작년 5월에 제정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를 폐지해달라는 내용이다. "박 전 대통령은 기념할 인물이 아니므로 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게 청구 취지다.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는 홍준표 대구시장 발언으로 시작됐다. 홍 시장은 지난해 "박 전 대통령 산업화 정신을 기리겠다"며 대구시 명의로 기념사업 조례를 발의했다. 대구시의회는 전체 의석 중 1명 반대(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나머지 31명 전원 찬성(국민의힘)으로 조례를 통과시켰다.
대구시는 조례를 근거로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이라고 부르고 표지석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22일에는 6억원을 들여 3m 박정희 동상까지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했다. 대구 남구 대표도서관 앞에도 6m 높이의 동상을 세우기로 했지만 일단 설치를 보류한 상태다. 조례 제정 후 기념사업이 계속되는 셈이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친일 독재자 우상화 조례"라며, 주민 힘으로 조례를 폐지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범시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의 친일, 독재, 부패의 악행은 열거하기 입이 아플 정도로 차고 넘친다"며 "내란원조인 박정희 동상을 동대구에 세우고 기념을 하겠다고 조례까지 세우는 것은 구시대 망령이 떠돌게 해 대구의 미래를 망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주민 1만5천여명이 참여한 조례를 발의해 박정희 기념 조례를 폐지시키고자 한다"면서 "대구시의회는 홍준표 시장의 퇴행과 독주를 견제하지 못하고 부화뇌동한 지난 2년 6개월을 반성하는 뜻에서 홍 시장이 저지른 잘못을 바로 잡아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를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금수 범시민운동본부 정책팀장은 "이제 공은 대구시의회로 넘어갔다"며 "홍준표 시장 눈치를 보지 말고, 조속한 시일 내에 주민 뜻이 담긴 조례를 발의해 기념 조례를 폐지시켜달라"고 말했다.
임성종 범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대구시의는 더 이상 홍준표 시장의 거수기가 아닌, 주민 1만5천여명이 발의한 대구시민들의 거수기로 거듭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승무 범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홍 시장은 대권 놀음에 빠져 시정은 내팽개치고 그 일환으로 박정희 동상을 세웠다"며 "아직 박정희로 인해 고통 받은 분들이 생존해 있는데 이런 작태를 하는 것은 시민을 위한 것도, 대구시를 위한 것도 아니다. 공동체를 망치는 이 조례를 조속히 폐지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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