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명단도, 회의록도 모두 꽁꽁 감췄다.
'박정희 기념사업'을 둘러싼 대구시의 공공 정보는 모두 비밀주의에 싸여있다.
동대구역 광장 3m 박정희 동상 건립을 비롯해 대구시가 추진하는 모든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 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정비하는 이들 이름과 신분, 주고 받은 말 등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구시에 7일 확인한 결과, 김윤상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9월 7일 대구시에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 대해 전반적인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추진위 구성(명단, 직함) ▲심의 실적과 결과(회의록) ▲박정희 기념사업 과정에서 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 등이다. 시민 개인 자격으로 공공사업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답변서로 일부 정보를 공개했다. 총 위원 명수와 심의 횟수, 공청회 여부를 밝혔다. 답변서에 따르면,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인 대구시 행정부시장(김선조)을 포함해 당연직 3명, 대구시의회 추천 1명, 민간 위원 7명 등 추진위 위원은 모두 11명이다. 회의는 지금까지 모두 4차례열어 안건을 심의했다. 박정희 기념사업과 관련한 공론화 과정에 대해서는 "없음"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다시 정보를 요청했다. 그는 "답변 중에 위원의 구성은 인원 수만 표시되어 있고,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다"며 "성함과 소속 정도는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대구시는 "위원 명단 비공개"라는 짧은 답변을 남겼다. 비공개 사유에 대해서는 "위원 비방과 논란 방지 등 안건 심의 공정성 보호"라고 설명했다. 위원 명단도, 회의록도 정보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 행정국 관계자는 7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당연히 평상시면 (정보를) 공개하는데, 논란이 너무 많아 비공개했다"며 "반대단체에서 (위원을) 인신공격해 욕을 먹을까봐 우려된다"고 했다.
특히 "대구시 업무를 도와주기 위해 개인 시간을 내 오는 분들인데, 공개될 경우 개인 사업장에 불매운동을 한다던가 어떠한 위협이 있을 수 있다"면서 "모두 개인 신념에 따라 찬반 입장을 갖는데, 위원들이 지탄까지 받아가면서 할 수 없다. 부담스러운 게 당연한다. 보호 차원에서 비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적 근거도 설명했다. 그는 "'대구광역시 각종 위원회 구성 및 운영 조례' 제8조에 따르면, 위원 명단 공개 규정이 있는데 당연히 기본적으로는 공개가 맞지만, 안건 심의에 있어 공정성을 필요로할 경우에는 비공개도 가능하다고 나와 있다"며 "위원들이 위축돼 공정성이 훼손되면 심의에 제한이 있으니 이를 근거로 명단을 비공개했다"고 덧붙였다. 회의록 비공개도 같은 조례를 근거로 비공개했다고 답했다. 그는 "같은 조례 제11조를 보면, 위원 전원이 비공개를 결의하면 회의록을 비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십억 세금이 드는 논란의 공공사업에 대해 대구시가 과도하게 정보를 감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추진위는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한다. 조례 최초 제안자는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홍 시장은 지난 4월 대구시의회 임시회 개회식에서 "오늘날 경제 성장은 박정희 산업화 정신에서 비롯됐다. 산업화 상징 도시 대구시가 기념사업을 해야 한다"고 조례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시민사회와 야당은 앞서 거세게 반발했다. "친일(親日) 부역자", "유신 독재자" 박 전 대통령 과오를 고려할 때 기념할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구시는 조례를 밀어부쳤다. 국민의힘이 압도적으로 다수당(31석 국민의힘, 1석 더불어민주당)인 대구시의회는 찬성 31표, 반대 1표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 따라 대구시는 민간 위원 과반 이상으로 구성된 추진위를 꾸렸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추진위 구성 후 대구시는 5개월간 여러가지 박정희 기념사업을 진행했다.
동구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예산 2,500만원 넘게 투입해 5m 규모의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세웠다. 또 예산 14억5,000만원을 들여 동대구역 광장과 옛 미군부대 자리인 남구 대명동·봉덕동 대구대표도서관(가칭) 공원에 각각 높이 3m, 6m 규모의 박정희 동상 2개를 건립한다. 동대구역 광장에 세울 동상의 작가를 선정해 현재 제작 중이다. 대구시는 올해 안으로 동상을 세울 계획이다.
이처럼 대구시의 박정희 기념사업은 베일 속에 감춰진 채 진행되고 있지만, 그 과정과 절차는 모두 불투명한 상태다. 공론화 과정을 '패싱'하더니, 정보 공개 청구마저 외면하고 있다. 시민 개인이 정보 공개를 청구하고, 시민단체가 정부에 감사를 요청해도 대구시는 꿈쩍도 않고 있다.
임성종 '박정희 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홍 시장과 대구시는 모든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시민 몰래 졸속으로 박정희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박정희가 기념할 인물이냐는 논쟁 뿐 아니라 모든 정보를 감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상북도의 경우 대구시와 달리 박정희 기념사업 정보와 일정을 공개하고 있다"면서 "공공의 영역 사업을 할 경우 공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욕 먹고, 지탄 받을까봐 자신들의 명단도,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위원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자신의 결정이 알려질까봐 겁이나 공개를 못한다? 이해는 되지만 용납이 안된다. 최소한의 정보인데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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