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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성로에서 '박정희 우상화 규탄' 시민대회 "역사왜곡 중단하라"...극우단체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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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이라고 부르고 표지석을 세운지 나흘째.  8.15 광복절을 앞두고 동대구역이 찬반 두 진영으로 갈라지더니, 그 불똥이 주말 동성로까지 튀었다.

광장에 동상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대구시 기념사업을 놓고 시민사회 반발이 커지고 있다. "우상화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박정희 광장·동상 건립에 '찬성'하는 극우단체들도 맞불 집회에 나섰다. 

주말인 17일 오후 대구 최대 번화가 동성로에서 "박정희 우상화 사업 중단" 시위가 열렸다. 

"박정희 우상화 사업 철회하고, 역사왜곡 중단하라" 4차 대구 시민대회(2024.8.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정의당 녹색당 대구시당 등 야5당은 17일 오후 5시 30분부터 중구 동성로 CGV한일 앞에서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홍준표 대구시장 규탄 4차 시민대회'를 열었다. 조국혁신당 대구시당위원장인 차규근 국회의원과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 등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설치하고, 올해 하반기 3m '박정희 동상'을 설치하는 등 대구시가 추진하는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해 이들은 "친일부역자, 독재자 우상화 사업"이라고 규정하며, 기념사업을 주도한 홍 시장을 향해 "처참한 역사 인식을 보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수많은 인권유린·노동탄압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며 "대구 관문 동대구역 광장에 그 이름을 붙이고, 동상까지 세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홍 시장은 박정희 우상화 사업과 역사왜곡 작업을 모두 중단하라"면서 "만약 우상화 사업을 그대로 강행할 경우 '박정희 광장' 표지판과 '박정희 동상'을 시민들 손으로 철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정희 동상' 찬반 시민 거리 설문조사 보드판과 사진전(2024.8.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정희 동상' 찬반 시민 거리 설문조사 보드판과 사진전(2024.8.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정희 기념사업 지원 조례안 폐지' 청구 서명 캠페인(2024.8.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정희 기념사업 지원 조례안 폐지' 청구 서명 캠페인(2024.8.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규석 범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홍 시장은 박정희 산업화 정신을 말하지만, 산업화 공은 당시 피 땀 흘린 노동자들의 몫"이라며 "개발독재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사람을 죽여 인권을 짓밟은 과오가 있는데 박정희 동상이라니 가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또 "홍 시장은 박정희 망령을 불러내 정치적 탐욕을 채우려 한다"면서 "박정희 동상을 동대구역에 세우면 시민 힘으로 동상을 거꾸로 처박을 것"이라고 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진실화해위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국교교육위원장에 이어 독립기념관장까지 일제식민을 옹호하고 광복절을 부정하는 인사들을 대거 발탁해, 신성한 광복절에 국론을 분열시켰다"며 "홍 시장도 윤 대통령 못지 않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인 지난 14일 혈서로 일제에 충성을 맹세한 만주괴뢰 장군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세웠다"고 규탄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이 대구 시민대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판하고 있다.(2024.8.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차규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이 대구 시민대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판하고 있다.(2024.8.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어 "10억원 넘는 세금이 드는 박정희 우상화 사업을 시민 공론화 과정 하나 없이 강행했다"면서 "31년째 GRDP(지역내총생산) 전국 꼴찌인 대구에서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한데 또 다른 갈등을 조장하는 사업으로 더 이상 시민들을 힘들게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서울역은 '강우규 독립운동가 동상', 대전역은 '성심당' 빵집, 부산역은 '부산 앞바다'가 보이는데, 동대구역은 내리자마자 친일 독재자 '박정희 동상'이 보인다? 대구를 망하라 망하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있던 박정희 흉상은 설치 34년 만인 지난 2000년에, 대구 순종 동상은 설치 7년 만에 철거됐다"며 "박정희 동상을 세워도 결국 철거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집회에 앞서 동성로 일대에서 '박정희 기념사업 지원 조례 폐지' 청구 서명 캠페인을 벌였다. 조례는 박정희 광장·동상 건립 근거가 된다. 17일 현재까지 온·오프라인상으로 3,000여명이 서명했다. 박정희 정권 당시 벌어진 인권유린 사건 관련 사진전도 진행했다. 시민대회는 한 달에 한번 동성로에서 열린다. 대구시가 박정희 기념사업을 철회할 때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박정희 동상 찬성' 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박 전 대통령 사진을 들고 있다.(2024.8.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정희 동상 찬성' 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박 전 대통령 사진을 들고 있다.(2024.8.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성로에서 극우유튜버 안정권씨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고 있다.(2024.8.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성로에서 극우유튜버 안정권씨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고 있다.(2024.8.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건국 대통령 이승만, 부국강병 박정희 정신 이어가자"...성조기를 든 극우단체 회원들(2024.8.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건국 대통령 이승만, 부국강병 박정희 정신 이어가자"...성조기를 든 극우단체 회원들(2024.8.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같은 날 동성로 CGV한일 횡단보도 맞은편에서는 극우단체들이 "박정희 기념사업 찬성" 집회를 벌였다. 

대구행동하는우파시민연합과 구국대구투쟁본부는 "건국 대통령 이승만 얼과 부국강병 박정희 정신을 이어가자" 등 현수막을 걸었다. 회원들은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 박정희·새마을 깃발을 흔들며 시위를 했다. 

집회 사회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모욕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가 맡았다. 안씨는 동성로 집회에서 막말과 욕설, 고성을 지르다 경찰 경고를 받았다. 

이들은 "구국의 영웅 박정희 동상을 세우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구시의 기념사업을 옹호했다.  

한편, 홍 시장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역사적 인물 공과를 논할 때 과만 들추어 내 반대만 할게 아니지 않냐"며 "공도 기릴 줄 아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논란이 있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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