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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욕심이 망친 환경, 두려움 없는 자들의 오만"
공정옥 전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시민단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2013년 02월 13일 (수) 08:57:47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시민단체 활동가로 '역할'에 치중했다. '도덕적이다', '책임감 강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압박으로 느껴져 극복하고픈 마음이 컸다. 이제 짐을 내려놓는다. 비워야 새로 담는다. 지금이 그 때다"

가야산골프장, 4대강 사업, 새만금 간척 사업, 청도 송전탑 공사, 앞산 터널, 동해안 핵 클러스터, 왜관 캠프캐럴 고엽제, 구제역 매몰지...환경 분쟁 현장을 누비던 공정옥(44)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지난달 30일 정기총회를 끝으로 16년 만에 상근활동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1996년부터 2013년 1월까지 '최장기' 대구환경운동연합 상근활동가를 지낸 공 전 사무처장은 '눈물의 여왕'이라는 별명답게 떠나는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 "장미꽃을 들고 나타난 가족과 함께 해준 동료들을 보니 눈물이 났다. 후회 없는 16년을 보냈는데 막상 떠나려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밝혔다.

   
▲ 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전 사무처장(2013.2.12.대구 중구 삼덕동의 한 카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리고, 지난 2월 초 공 전 사무처장은 새 상근활동가를 뽑는 면접관으로 참석해 20대 간사 2명을 뽑았다. "이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라며 "젊은 친구들이 문을 두드리니 가슴이 뿌듯한 한편 16년 전 내 모습이 생각나 걱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가로 보낸 세월에 대해 공 전 사무처장은 "백전백패의 16년이었다. 함께 싸워준 동료들과 시민들이 없었다면 견디기 힘든 긴 시간"이라고 했다.  공 전 사무처장은 12일 대구 중구 삼덕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이 같이 말하며 지난 16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특히, 그는 수많은 환경 분쟁 현장 중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들어와 처음 맞닥뜨린 '가야산골프장반대운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고령군 덕곡면 주민들과 3개월 동안 대구백화점 앞에서 서명을 받고, 1인 시위를 하고, 버스에서 술과 밥을 해먹으며 "운동을 넘어선 연대와 교감을 했었다. 참다운 시민운동을 체험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게다가, 지난 2003년 대법원의 골프장 조성 불허판결과 2011년 환경부의 고시폐지로 20년 만에 골프장 조성이 일단락돼 "작은 승리의 원동력을 얻었다"며 "현재는 시민단체 운동 역사가 길어져 대중들의 관심도 낮고 스스로도 관성으로 움직이는 부분이 있지만 초기에는 항상 신선하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모든 시민단체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하고 조심스럽게 덧붙이기도 했다.

   
▲ 김창기 '가야산국립공원 골프장조성반대 덕곡면대책위원회' 주민대책위원장에게 공로패를 받는 공 전 사무처장(2011.8.20) / 사진. 평화뉴스 이은정 객원기자

그러나, 환경운동의 대부분은 판판히 깨졌다. 그 중, '새만금 간척 사업'과 '4대강 사업'은 "지우고 싶은 최악의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새만금은 현재 사막처럼 변했고 4대강은 계절마다 문제가 터지고 있다. "정치 욕심이 환경을 어디까지 망칠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냈다. 화나는 수준을 넘어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꼈다"며 "개인 업적에 매몰된 파괴는 두려움 없는 자들의 오만"이라고 씁쓸해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시간이 흘러 더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며 "보를 트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해볼 만한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대중과의 '소통',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공 전 사무처장은 강조했다. "'가야산골프장' 문제가 해결된 이유도 주민과 소통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정당성만 주장하고 대중을 외면하면 어떤 이상도 실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가야산골프장' 문제 이후 다른 분쟁 현장에서 주민들과 신뢰를 쌓지 못해 거의 모든 싸움에서 지고 있다. "구심점을 실종했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중단, 철회, 반대'라는 환경운동의 부정적 프레임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생산적인 것을 주장하지 않고 비판만하면 대중들은 질려한다. 때문에, 환경운동에는 현장운동가만큼이나 대중들에게 현실적 맥을 짚어주는 사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 공정옥 전 사무처장
또, "시민단체도 결국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단체 살림을 잘 꾸릴 일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공 전 사무처장은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중재자', '중간 다리',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생태감수성은 낮아도 불합리한 제도에는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 때문에 행정적 절차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일을 조율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간혹 환경운동가로 낮은 생태감수성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쓰러지는 풀을 봐도 눈물이 나지는 않는다. 그렇게 생겨먹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원래 공 전 사무처장은 대학을 자퇴하고 4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다. 27살이던 지난 1996년 회사 생활을 접고 '대구환경운동연합' 상임활동가 면접을 보기 전까지 환경운동이나 시민단체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다만,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고 마침 친구에게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말을 들어 "딱 6개월만 일해보자는 마음으로 면접을 봤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시민단체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첫 월급은 30만원이었고 그 마저 못 받을 때도 있었다. 또, 집회와 행사, 현장에서는 야근이 잇따랐다. 지난 1998년에는 행사 의자 정리도중 허리를 다쳐 디스크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일이 힘들어지니 사람들의 관계도 삐걱거렸다. 때문에, 대부분의 동료들은 5년 이상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


그럴수록 더욱 역할 수행에만 몰두했다. 때문에, 동료들에게 상처를 준적도 있다. 회계 장부를 잘못 쓴 후배 앞에서 종이를 찢고 다시 써오라고도 했고, 문제 해결 전까지 식사도 중단한 채 대화를 한 적도 있다. "돌아보면 참 너무했다 싶다. 배려 없는 미숙한 행동이었다"고 했다. "현장이 중요한 만큼 같이 일하는 동지들도 중요한데 일찍 깨닫지 못한 것 같다. 거쳐 간 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제 공 전 처장은 16년 동안 긴 환경운동가로서의 생활을 접는다. 마지막으로 그는 "떠나는 마당에 동료들에게 비판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나도 계속 환경운동의 진일보를 위해 고민을 하겠다"며 "현역들은 더 치열히 고민해 달라. 선배로서 언제나 귀를 열고 있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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