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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국토의 혈관, 4대강 부활을 희망하며
정수근 / "수 많은 생명...2015년, 4대강 재자연화 원년으로"
2015년 01월 02일 (금) 15:54:52 평화뉴스 정수근 객원기자 pnnews@pn.or.kr

강은 이 땅의 혈관이다

당신은 무슨 이유로 그렇게 강을 돌아다니나요?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종종 이런 물음을 듣곤 한다. 그러면 4대강의 아픈 현실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상은 6년 전 본 사진 한 장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낙동강 물길만을 담은 낙동강 물줄기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처음 본 순간 여러 가지 연상이 되면서 묘한 끌림이 있었다.

   
▲ 낙동강 수계 하천 지도 사진 ⓒ 지율
당시 필자는 대구 앞산터널 반대운동(대구시가 대구4차순환도로 공사를 벌이며 대구 앞산을 동서로 4.3킬로 관통하는 도로를 내려해 이를 막아선 싸움)에 전념하던 때였고, 그 싸움 막바지에서 그것은 당시 필자가 가장 사랑한 산의 줄기를 그린 산맥 사진처럼 보이도 했고 보다 정확히는 인체의 혈관과 같이 보이기도 했다.

그래 그것은 이 땅의 혈맥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 혈맥이 막힌다 하니 어찌 강에 가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시작된 낙동강 탐사는 내 발걸음을 6년째 잇게 하고 있다. 

그것은 인드라망의 세계를 암시하기도 했다. "인드라망은 우주만물이 '한몸·한생명'으로 다 연결돼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세상은, 삶은, 알 수 없는 신비와 기적으로 가득 차 있고, 그것은 다 연결돼 있다는 믿음에 기인한다. 필자는 4대강사업을 통해 그것을 확인했다.

4대강사업은 22조 2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탕진하고 강을 망친 사업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정말 없는가? 4대강사업은 강을 죽인 사업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잃어버린 강을 다시 되찾게 만들어준 사업이다.

강에 모래가 너무 많다. 강이 죽었다? 정말? 


강에 물 대신 모래가 너무 많다는 것은 운하와 함께 4대강사업의 모티브가 된 듯하다. 4대강사업 초기 많이 들은 말이기도 하고 실상 그렇게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강이 죽었다는 말은 믿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그래서 확인해본 낙동강은 죽기는커녕 너무 아름다웠다. 6년 전 낙동강의 드넓은 모래톱은 부드럽고 깨끗했다. 낙동강은 모래의 강이었다. 어찌 보면 강의 주인이 이 모래라 생각될 정도로.  

   
▲ 낙동강을 찾은 재두루미 ⓒ 정수근
   
▲ 낙동강을 찾은 고니 ⓒ 정수근

그 모래 위에는 또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흑두루미, 재두루미, 고니, 기러기와 같은 철새들과 백로, 왜가리 등등의 텃새가 살고 있고 이름도 특이한 곤충인 참길앞잡이, 개미귀신, 모래색 메뚜기, 자라 등등이 살고 이들은 모래의 색깔에 맞게 진화하기도 했다.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그 모습에서 신의 숨결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모래의 또다른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수질 정화기능이다. 그래서 일부 오염원이 들어오더라도 강물이 모래톱을 통과하면서 깨끗해진다. 이처럼 우리 모래강의 특징은 찾아보면 첫째 마실 물을 공급해준다. 둘째, 야생동물의 서식처 역할을 한다. 셋째, 아이들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안전한 놀이공간을 제공한다. 넷째, 국토의 혈관이다. 혈맥이다. 

그런데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는 강을 살린다며 4대강사업을 벌였다. "강물을 없고 모래만 너무 많다"며 대대적인 준설작업을 벌였다. 강을 6미터 깊이로 일정하게 파내려가며 모래를 파낸 것이다. 낙동강은 핏빛 울음을 토해냈다. 그 결과 4대강에 16개의 댐이 만들어졌다. 낙동강에만 8개의 댐이다.   

   
▲ 4대강사업 전의 경천대 모습. 2009년 5월. ⓒ 박용훈
   
▲ 모래를 걷어내고 있다. 2011년 2월의 경천대. 이것이 4대강 준설공사였다. 아름다움을 그대로 두고 보지 못하는 4대강사업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 정수근

4대강사업의 목적은 모두 거짓으로...


이렇게 강을 6미터 깊이로 파고, 그 위에 8개의 댐을 만들면서 내세운 목적이 무엇이었나? 그것은 수질개선, 홍수예방, 수자원확보, 건전한 수변환경 조성, 일자리 창출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이 낙동강에서 마무리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그 모든 목적이 다 거짓으로 드러났다.

수질개선이란 말은 가당찮았고, 오히려 "고인물은 썩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확인케 해주었다. '녹조라떼'는 그것을 잘 설명해주는 유행어다. 22조를 탕진하고 배운 '비싼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큰빗이끼벌레라는 낯선 태형동물의 창궐은 조류를 먹이로 삼는 이들의 습성상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고, 이것은 물고기의 산란 및 서식처를 잠식함으로써 수생태계마저 교란시키고 있다. 

연이어 강에서 물고기, 자라, 새, 뱀과 심지어 수달까지 죽음을 맞이했다. 그들은 도대체 왜 죽었을까? 여름이면 우점하는 남조류(식물성 플랑크톤)의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성물질 때문일 수 있다. 미량에도 치사량에 이른다는 이 물질을 양산하는 남조류가 낙동강에서 넘쳐나고 있다.  

이런 물을 과연 마실 수 있는가? 1,300만 경상도민이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당국에서는 고도정수처리만 하면 먹는물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우리가 알지는 못하는 무슨 심각한 사태는 양산될 수 없는가?

   
▲ 합천보에 가득 떠 있는 녹조라떼. ⓒ 정수근

그리고 두 번째로 내세운 목적이 홍수피해를 줄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수피해는 원래 4대강 본류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주로 산간벽지 쪽에서 많이 일어나는 피해였다. 그런데 4대강사업 후 낙동강의 지천에서 신종 홍수피해가 유발했다. 4대강 보로 막힌 낙동강의 수위가 올라가자 지천의 수위도 동반 상승했고, 따라서 지천의 하류에서는 물이 잘 빠지지 않으니까 강물이 역류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그대로 홍수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지천의 둑이 펑펑 터지고 만 것이다. 

낙동강에서는 오히려 제방이 붕괴될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다. 낙동강은 홍수시 수문을 열게 되면 직강화한 강이 무서운 속도로 내달리면서 제방을 들이치게 되고 모래로 된 연약한 제방은 그대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달성군의 제방의 일부가 침식에 의해서 무너질 뻔했다. 응급복구 작업이 없었다면 그대로 붕괴됐을 것이다.  

수자원을 확보해서 가뭄을 극복하겠다고 했는데 이 목적도 빗나갔다. 4대강 주변은 원래 물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었다. 오히려 4대강 보 때문에 이들 지역의 농경지 침수 사태가 빈발했다. 왜냐하면 강의 수위가 너무 올라가니 제방 안쪽의 농경지(제내지)의 지하수위가 동반 상승하게 돼 농경지 침수사태가 빈발한 것이다. 

지천에서는 오히려 역행침식 현상이 빈발했다. 역행침식 현상은 6미터 깊이로 준설한 낙동강 바닥과 준설을 하지 않은 지천의 하천 바닥의 단차로 인해 생기게 되는 지천의 바닥과 양 측면 제방의 침식현상으로 그것이 지천의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역행침식이 무서운 것은 지천의 제방을 무너트리고, 지천의 교량까지 붕괴시키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 'MB캐년' 용호천의 역행침식으로 만들어진 협곡? ⓒ 정수근
   
▲ 'MB야가라폭포' 감천의 역행침식으로 만들어진 폭포? 이런 심각한 침식이 발생했다 ⓒ 정수근

이 역행침식 현상은 'MB캐년'과 'MB야가라폭포'와 같은 명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 결과 지천의 모래가 최소 2-3미터 이상 빠져버림으로써 지천의 모래톱 아래 깔려 있던 각종 관로가 드러나 붕괴되고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막대한 혈세가 탕진됐다.  

생태계도 교란시킨 4대강사업


4대강사업은 생태계도 교란시켰다. 생태하천과 생태공원을 조성해 건전한 생태환경을 만든다고 했지만, 생태공원은 잡풀만 무성한 잡초공원 혹은 그 잡초도 자라지 못하는 사막공원으로 변했고, 생태하천은 이름뿐이고 오히려 낙동강은 수심 6미터 깊이의 아무도 건널 수 없는 강, 강 주변의 나무가 고사하는 강이 되었다. 그 결과 강 좌우의 생태계 단절이라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했다. 

또 흐르지 않은 강은 조그마한 추위에도 강이 꽁꽁 얼어버려 겨울철새들이 먹이 활동을 못하게 했다. 그로 인해 아사직전의 고니를 구하기 위해 긴급히 먹이를 공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보는 안전한가? 아니다. 강물이 줄줄 샌다. 아직도 그렇다. 수문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2012년 여름 합천보는 우안에서 첫째 수문이 열리지 않아 그 상류 구조물이 강한 물살에 다 휘어진 모습이 그대로 공개됐다. 폭우가 내리는 경우 수문이 열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 일대에는 물 폭탄이 터지는 것이다. 강을 정말 더 위험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4대강사업은 명백히 실패한 사업이다. 일부 성과가 있었다는 정치적 수사를 달기는 했지만, 지난 23일 총리실 산하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의 조사결과 발표도 마찬가지다. 그 내용은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조사평가위원들의 조사결과처럼 유지보수나 하면 괜찮을까? 그렇지 않다.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강이 죽고 그 안에 사는 생명들이 죽고 결국 인간마저 죽음의 행렬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강의 자연성을 되찾아 주어야 한다. 강물을 다시 흘러가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수문을 열거나 보를 순차적으로 해체해야만 하는 이유인 것이다. 

4대강 보를 해체해야만 하는 이유

22조 2천억을 들여 만들어놓은 저 4대강보를 아무런 성과도 없이 어떻게 없앨 수 있냐고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대로 두면 강물이 썩고, 강이 죽고, 강의 생명들이 죽고 결국은 인간마저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 낙동강 구미 동락공원에서 목격한 물고기 떼죽음 사태 ⓒ 정수근

그리고 성과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그것은 생명의 강을 다시 되찾는 일이다. 4대강사업은 강을 죽이고서 우리에게 강을 다시 되찾게 해준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아니 그래야 한다. 실지로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4대강사업 때문에 강을 다시 찾게 됐다. 그동안 필자는 어린시절을 제외하고는 강과 완전히 유리된 채로 살아왔다. 산업화 시절 오폐수의 하수구로 기능했던 우리 강들은 시궁창으로 전락했고 그 이후로 필자는 강을 완전히 떠난 채로 살아왔다. 다른 많은 이들의 경험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데 4대강사업이라는 이 말도 안되는 사업이 사람들을 강으로 불러 모았다. 이 미친 사업을 막아야 하겠기에, 그 현장을 알아야 했던 것이고 그래서 강을 다시 찾게 된 것이다. 이것이 MB의 업적이라면 업적이겠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정말 교훈을 얻어야 한다. 삶(세상)은 신비와 기적으로 가득 차 있고, 생명그물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 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얽혀 있는 생명그물이 끊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꿀벌이라는 한 종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식량생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인류는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종 다양성은 중요한 문제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의 '흰수마자'라는 물고기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모래에서 사는 이 물고기는 모래가 사라진 강에서는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 종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 한국고유종 흰수마자 모래에서 살아가는 흰수마자는 모래가 있는 흐르는 강물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낙동강에서 더이상 찾아볼 수 없는 우리 고유종이다. ⓒ 정수근

단 한 종이 사라져도 그 얽힌 생명의 그물이 끊어질 것인데, 이 땅의 젖줄이자 근간이 되는 4대강이 막혀 있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그것은 이 땅의 혈관이 막혀 있다는 것이고, 강이 하루하루 죽어간다는 것이고, 이 국토가 하루하루 죽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럼 그 위에서 사는 인간들은 괜찮을까? 4대강 재자연화가 시급한 이유다.

금호강의 부활, 4대강 재자연화 충분히 가능하다

4대강 재자연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금호강의 부활에서 그것을 확신할 수 있다. 금호강은 산업화 시절 완전히 시궁창을 방불케했다. 대구 섬유산업의 시궁창으로 말이다. 금호강은 썩기 시작했고 악취가 진동했다. 사람들은 떠났고 강은 죽었다. 그러던 금호강이 다시 살아났다. 금호강이 부활한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인간의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오염원만 차단한 채 자연 스스로에 맡기니 강이 다시 되살아난 것이다. 물고기가 돌아오고 다슬기, 조개가 돌아오고 새가 돌아왔다.

   
▲ 금호강의 부활 되살아난 금호강. 반야월습지의 모습. ⓒ 정수근
   
▲ 아이들이 다슬기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많는 조개와 다슬기가 돌아왔다. ⓒ 정수근
 
낙동강도 부활의 조짐이 있다. 모래가 재퇴적 되고 있다. 낙동강과 만나는 지천에서 모래가 급격히 쓸려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역행침식으로 지천의 제방과 바닥의 일부가 무너지는 것이지만 그것은 강이 스스로 동적 평형을 이루어 가는 과정인 것이다.

   
▲ 낙동강과 감천 합수부에 다시 쌓인 모래톱. 4대강 재자연화란 희망의 단초다. ⓒ 정수근

그렇다. 강의 자연성을 되찾아 주면 강은 스스로 치유해간다. 그러니 강은 그렇게 흘러가야만 한다. 우리 인간과 야생의 공존을 위해서, 세상의 신비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 땅의 기운을 되살리기 위해서도 그렇게 흘러야 한다. 결국 우리가 살기 위해서도 말이다. 2015년이 '4대강 재자연화'의 원년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정수근 /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평화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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