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그럼 율도국처럼 ‘생존권보험’으로 대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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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국민의 삶을 시장친화적으로 보장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필자가 우리 사회문제의 해법을 모색할 때 참조하는 상상의 나라 ‘율도국’의 지인과 이번에는 연금 문제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율도국에는 공적 연금제도가 없다

필자: 한국에서는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약 30년 후에는 연금 기금이 고갈되는데 그러면 미래 세대가 연금을 못 받거나 너무 큰 부담을 지게 된다.' 소위 '기금 고갈설', '지급 불능설', '미래 세대 폭탄설'이지요. 율도국의 공적 연금제도는 어떤가요?
 
사진 출처. KBS [ET WHY?] 국민연금 지급액 5.1% 인상! 고갈 시기 더 빨라진다…'수술대 오르는 국민·기초연금' 향방은?( 2023.01.12) 방송 캡처
사진 출처. KBS [ET WHY?] 국민연금 지급액 5.1% 인상! 고갈 시기 더 빨라진다…'수술대 오르는 국민·기초연금' 향방은?( 2023.01.12) 방송 캡처

율도: 공적 연금의 운영 주체는 국가인데도 그런 걱정을 하는 건 아마도 사적 연금과 혼동하거나 복지제도 자체에 소극적이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율도국에는 ‘노후’를 배려하는 공적 연금제도가 아예 없습니다. 모든 국민이 노후든 아니든 일정한 소득을 보장받는 ‘생존권보험’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생존권보험은 한국의 ‘4대 보험’ 중 생계비와 관련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기초연금 포함), 고용보험제도, 공적 연금제도를 하나로 통합한 제도입니다. 노후에 생존권보험이 보장하는 소득보다 높은 수입을 원하는 사람은 각자 알아서 사적 연금에 가입합니다.
(생존권보험에 대해서는 필자의 다른 칼럼 참조. <"생존권보험: 상상의 나라 '율도국'의 복지제도">, 2020/6/29 <평화뉴스>, http://www.pn.or.kr/news/articleView.html?idxno=18168)

필자: 그렇군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신자유주의의 기수였던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2006)의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 1979)를 꼽았습니다. 율도국의 ‘생존권보험’ 제도는 이 책에서 제시한 ‘부(負)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제도와 닮은꼴이네요. 일반 소득세가 면세점 이상의 소득자에게서 징수하는 세금인 반면, 부의 소득세는 기준소득 이하의 국민에게 그 차액의 일정 비율을 당사자에게 지급하는 역(逆)세금입니다. 저소득층에게는 세금을 징수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지급하기 때문에 소득세 앞에 음수, 즉 ‘부’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율도국 ‘생존권보험’의 재원은 국민 공동자산

율도: 한국의 윤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프리드먼을 높이 평가한다면 부의 소득세와 닮은꼴인 생존권보험에도 호의적이겠군요. 다만, 두 제도의 차이점을 하나 지적하고 싶습니다.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수준의 소득을 보장한다는 점은 같지만, 재원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생존권보험의 재원은, 아무도 생산하지 않은 천부의 공동자산, 예를 들면 토지, 천연자원 등의 가치인 지대에서 조달합니다. 공동자산에 대해서는 당연히 모든 국민이 균등한 지분을 가집니다. 율도국에서는 이 지분을 재원으로 생존권보험 제도를 만들고 모든 국민이 자동 가입되도록 하였습니다. 이처럼, 생존권보험은 누구나 ‘자기 돈으로 자기 삶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개미가 베짱이를 먹여 살리는 복지가 아니라 시장친화적 복지제도입니다.

필자: 시장친화적 복지! 정부 개입과 세금을 필요악으로 보는 프리드먼도 세금 중 토지보유세는 ‘가장 덜 나쁜 세금’(the least bad tax), 즉 최선의 세금이라고 칭찬했습니다. 또 부의 소득세는 소득세 제도를 전제하는 복지제도인데 생존권보험은 ‘자기 돈으로 자기 삶을 보장’하는 방식이므로 프리드먼이 추구한 자유시장 원리와 잘 어울립니다. 프리드먼이 생전에 율도국에 관심이 있었더라면, 부의 소득세 방식보다는 생존권보험 방식을 더 지지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또 신년사에서 "지대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지대를 재원으로 하는 생존권보험을 도입하면 연금 개혁도 하고 지대추구도 막을 수 있으므로 일석이조가 되겠습니다.
 
사진 출처. KBS뉴스 <윤 대통령 신년사…"3대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어">(2023.1.1) 방송 캡처
사진 출처. KBS뉴스 <윤 대통령 신년사…"3대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어">(2023.1.1) 방송 캡처

율도: 그렇게 하면 한국의 윤 대통령은 철학과 정책 간에, 그리고 말과 실천 간에 일관성이 있다는 찬사도 받을 수 있겠지요.

연금보험료 환급하고 정년 연장해야

필자는 현행 연금제도를 율도국처럼 생존권보험 방식으로 전환하기를 바란다. 생존권보험은 국민연금과 달리 사각지대가 없고 시장친화적이면서 간명하다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개혁이 그렇듯이 전환 과정에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책 당국을 위한 조언을 두 가지만 제시해보자.

우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연금제도를 없애면 사업주가 부담해온 보험료가 절약되므로 기업 측에서는 환영하겠지만, 조건 좋은 적금에 들었다고 ‘오해’해온 상당수 국민이 반발할 수 있다. 이런 반발은, 연금 가입자가 납부한 연금보험료에 이자를 더해서 환급하기로 하면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참고로, 현재 국민연금 기금적립액은 1천조 원, 연간 지급액은 30조 원 정도 된다.

또 하나는 정년 연장이다. 연금 개혁의 배경에는 저출산(생)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노령화로 피부양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가 있다. 그런데 요즘은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고령층의 건강 상태도 양호해졌다. 전문직, 자영업자, 농민 등은 70세 이후에도 현역으로 일하는 예가 드물지 않다. 그렇다면 기업 등 조직체 근로자도 정년을 연장하여, 풍부한 업무 경험도 살리면서 복지 수요도 줄이면 좋겠다. 승진・임금 피크제를 두고 고령 사원의 근무 방식을 적절히 조정하면, 정년 연장에 대한 거부감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줄어들면 국민연금 외에 특수직역 즉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군인, 별정우체국 직원의 연금 개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김윤상 칼럼 125]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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