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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라떼' 넘어 '녹조 곤죽'된 낙동강..."이게 강입니까"

평화뉴스 정준민 수습기자
  • 입력 2023.06.1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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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구 도동서원~우곡교~합천보
고인 강물→짙푸른 녹조→부패해 악취
예년보다 기온 높은데 4대강 보 '꽁꽁'
환경연 "자연성 회복 위해 수문 개방"


"이게 강입니까"

푸른빛을 띠어야 할 낙동강이 짙푸른 녹색으로 가득 찼다.

이유는 '녹조' 때문이다. 19일 오전 대구 달성군 구지면에 있는 이노정에서 본 낙동강 지천 응암천은 물이 흐르지 않았다. 4대강사업 달성보와 강정고령보로 낙동강 본류와 만나는 응암천 물길은 막혔다.  
 
   
▲ 부패한 녹조 덩어리가 낙동강에 떠다닌다.(2023.6.19)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수습기자
   
▲ 정수근 사무처장이 녹조 물을 떠 보여주고 있다.(2023.6.19)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수습기자

고여있는 강물에는 짙푸른 녹색의 녹조가 피었다. 이제 6월 중순인데 녹조가 부패해 누렇거나 흰색을 띠면서 강물 위를 떠다녔다. 악취가 하천 주변을 뒤덮어 눈살을 찌푸리며 코를 막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직접 강에 들어가 바구니와 컵을 이용해 강물을 떴다. 바구니에 담긴 강물은 이미 녹조가 가득 끼여 끈적 끈적한 질감이었다. 심한 악취도 났다. 

낙동강은 '녹조 라떼'를 넘어 '녹조 곤죽'이 됐다.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 이후 매년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하면서 '녹조 라떼'라는 신조어가 생겼는데, 이제는 라떼보다 곤죽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 녹조가 부패한 채 강 위를 떠다니고 있다.(2023.6.19)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수습기자
   
▲ 고령 우곡교 낙동강, 녹조 띠가 보일 만큼 녹조가 창궐했다.(2023.6.19)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수습기자

바구니에 담은 강물을 다시 강에 부었다. 텅 빈 바구니에는 녹조 찌꺼기들이 가득 남았다.

낙동강 본류 상황도 같았다. 고령 우곡교와 합천보에서 본 낙동강 중·하류 상태는 더 좋지 않았다. 강 가장자리에는 녹조들이 뒤엉켰다. 강 중앙은 녹조 띠를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선명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19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대구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에서 시작해 낙동강레포츠벨리~이노정~고령 우곡교~경남 합천보 일대까지 '긴급 낙동강 녹조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올해 낙동강 녹조는 지난 5월 24일부터 녹조 띠 형태로 처음 목격됐다"며 "이제 6월인데도 녹조가 창궐하는 예년 8월과 같은 양상을 보여 이례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보다 높은 기온이 유지되고, 수문이 막혀 있어 녹조가 더 빨리 많이 창궐한다고 지적했다. 
 
합천보 근처에도 녹조가 창궐해 있는 모습(2023.6.19)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수습기자
합천보 근처에도 녹조가 창궐해 있는 모습(2023.6.19)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수습기자

환경부가 지난 1일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 '녹조종합관리대책'을 발표했지만 큰 효과는 없다. 대책에는 ▲야적퇴비 관리 ▲가축분뇨 처리 방법 다양화·처리시설 확충 ▲녹조제거시설 집중 투입 ▲취·정수 관리 강화 ▲국가녹조대응센터 건립 등이 포함됐다. 

환경단체는 일시적인 미봉책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문 개방이라고 강조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환경부의 낙동강 일대 야적 퇴비 수거 정책은 미봉책"이라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낙동강은 10여년간 녹조가 대량으로 증식하는 환경이 됐다.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수문을 개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곽상수 낙동강네트워크 대표는 "녹조 현상이 가장 심했던 2018년보다 올해 확산 속도가 더욱 빠르다"면서 "수문을 열었다가 닫는 행위를 반복하지 말고 보를 항상 열어 물이 흐르게 해야 녹조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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