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가 우리에게 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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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칼럼]


우리 모두의 불안

최근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이 불안하다.
대낮 서울 신림동에서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가 생긴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1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다친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에 이어 학교에 들어가 교사를 찌른 사건까지 언론에서는 ‘묻지마 범죄’라며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인터넷에 ‘살인예고’ 글이 계속 올라오자 경찰청은 신림역 흉기 난동이 발생한 지난달 21일부터 8월6일 오후6시까지 서울 혜화역, 경기도 부평 로데오거리 등에서 살인을 예고한 글을 올린 작성자 54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으며 서울은 물론 대구에도 총을 든 특공대와 장갑차가 등장했다.

이런 소식들은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갈 때는 주위를 살피고 수상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말아야 하며 사건이 발생하면 도망가라는 부족해 보이는 대처법과 함께 호신용품 판매율이 급증하고 있다. 처벌강화를 외치는 정치권의 대책은 정말 실효성이 있는지 차분히 따져보자.

'묻지 마 범죄'보다 '이상동기 범죄'

명명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묻지마 범죄’라고 하면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뜻과 함께 원인을 따질 수 없다는 말이 되어 버린다. 따라서 대책마련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묻지마 범죄, 무차별 범죄 등등으로 보도되는 이러한 사건에 대해 경찰은 2022년 1월, ‘이상동기 범죄’로 이름 붙이고 공식 통계로 분류·관리하기 시작했다.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을 이상동기 범죄 관련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두고 강력수사·여성청소년수사·생활질서과 등이 참여해 피의자 신병 처리 절차와 피해자 보호 등에 대한 대책을 공유하고 점검하는 것은 물론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내 사건 구분에 ‘이상동기 범죄’ 확인란을 만들어 통계 분류도 하고 있다. (출처: 한겨레, 「통계조차 없었던 ‘묻지 마 범죄’ → ‘이상동기 범죄’로 부른다」 2022년 1월 19일자)
 
그렇다면 '이상동기 범죄'는 어떤 특성이 있을까.
2019년 세명대학교 안상원의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고찰 및 성향 분석」은 그동안 발생한 사건의 판결문 398건을 선정하여 최종 289건을 분석한 결과이다. 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은 이상동기 범죄의 일반적 특성을 알 수 있는 연구 결과이다.

먼저 이상동기 범죄는 매우 심각한 범죄임을 알 수 있었다. 판결의 죄종은 살인·상해·폭행죄로 살인범죄는 22.8%, 상해범죄는 51.6%, 폭행범죄는 25.6%였다. 범죄 발생지역은 서울 22.1%, 경기 22.1%, 부산 11.8% 순으로 나타나 비교적 인구가 많은 대도시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였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주로 20시에서 4시까지로 44.3%가 이 시간대에 발생했다. 정오부터 17시 59분까지는 21.1%가 발생했다. 이상동기 범죄자의 전과는 초범이 43.9%, 재범 56.1% 이었고, 피해자 연령은 20대가 가장 많은 21.1% 비율이었지만 대부분의 연령대에 피해자가 있어 불특정 다수에게 일어날 수 있는 범죄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피해자 성별은 여성이 57.7%로 남성 보다 약간 많았다. 정신병력에 의한 범행도 있으나 2016년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를 보면, 정신장애인 범죄율(0.1%)이고 비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1.4%이다. 비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정신장애인의 10배가 넘는다.
 
사진 출처. KBS뉴스 <연쇄적 흉기 난동 원인과 대책은…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2023.08.05) 방송 캡처
사진 출처. KBS뉴스 <연쇄적 흉기 난동 원인과 대책은…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2023.08.05) 방송 캡처

다른 연구들에서 이상동기 범죄의 원인은 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심리를 중심으로 연구되어 있었다. 이 결과는 범죄를 저지를 사람들의 내부적 요인을 연구한 것으로 이상동기 범죄의 원인의 일부분을 볼 수 있다. 이상동기 범죄의 원인은 ‘사회적 삶에서의 상대적 박탈감’이 가장 많이 이야기 되었다.

윤정숙·김민지의 2013년 연구「묻지 마 범죄에 대한 심리적 이해」(윤정숙·김민지 (2013), 한국범죄심리연구, Vol.9 No.1, 147-174)에 따르면, 과잉 분노 상태에서 사회와 단절되고 관계성이 부재하여 이러한 분노가 조절될 기회가 부족하게 되면서 폭발적으로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이상동기 범죄는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상태와 강한 연결고리를 가지며, 특히 사회에서 자기에 대한 수용 또는 거부가 중요하다고 한다. 더불어 사회에 대한 반감도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었다.(「묻지마 범죄의 문제점과 대응방안」, 이무선. 2020, 한국범죄심리연구, Vol.16 No.1, 125-138)

결국 불평등과 양극화, 해체되고 있는 공동체와 사회는 이상동기 범죄의 배경이자 원인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회지표의 변화와 범죄에 대한 더 많은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고 다양한 예방책들을 적용하여 효과가 있을 때 비로소 근본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거듭되는 사건에 정부·여당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부터 들고 나왔다.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대책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회에 대한 분노를 타인에게 행사하는 범죄의 특성에 맞는 근본대책일까.

불평등과 양극화는 사회경제적 용어이지만 그 결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삶의 위기와 불행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용어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사회정책의 후퇴와 민영화는 이러한 삶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는 근본적 대책은 논의하지 않고 무장한 경찰과 장갑차, 처벌만을 이야기 하는 지금이 더욱 문제적이라고 생각한다. ‘묻지마 범죄’는 우리 사회에 질문하고 있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남은주 칼럼 45]
 남은주 /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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