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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불법행위, 국가면제 인정할 수 없다"...위안부 피해자 12명, '일본 배상' 항소심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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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유족 7년 전 일본 정부 상대 1인당 2억 손배소송
1심 "국가주권면제" 패소→2심 "원고 청구금액 전부 인정"
원심 판결 취소→이용수 할머니 "일본, 사죄하고 배상"
광복 이후 78년 만의 정의 / 일본 정부 '무대응' 고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주권면제'를 이유로 패소한 1심을 뒤집었다. 할머니들이 광복 후 78년 기다림 끝에 얻은 정의다. 

●서울고법 민사합의 33부(구회근 황성미 허익수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이용수 할머니를 포함해 고(故) 김복동,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과 유족 등 15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한다"고 선고했다.

앞서 2016년 12월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억원을 피해 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소송했다. 피해자들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일본 정부는 국내에서 진행하는 위안부 피해자 관련 각종 재판에 대해 철저히 '무대응'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항소심 선고와 관련해서도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대응이나 반응은 없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 상대 항소심 선고 결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2023.11.23) / 사진.정의기억연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 상대 항소심 선고 결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2023.11.23) / 사진.정의기억연대


●이번 항소심 결과는 2년 전 1심 재판과 180도 다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지난 2021년 4월 21일 1심 재판 당시 "원고의 청구를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소송 대상으로 적법하지 않아 해당 건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하지 않고 종료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국제사법재판소 판례를 보면, 무력 분쟁 중 군대나 협력한 국가기관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한다"며 "일본제국주의 위안부 강제동원도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무력 분쟁 시기 군사적 목적으로 실행한 것으로 위법 소지는 있지만 주권행위"라고 판시했다. 1심은 국제 관습상 주권행위는 타국 재판대에 설 수 없다는 일본 정부의 '주권면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국가면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송이 제기된 법원이 소재한 국가(법정지국) 영토에서 사망, 상해를 야기한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UN(유엔)과 EU(유렵연합) 국가면제협약, 미국·영국 등 국내법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또 "국제관습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위안부 동원은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불법행위로서, 일본의 불법행위에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어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승소 이후 기자회견에서 기뻐하는 이용수 할머니(2023.11.23) / 사진.정의기억연대
항소심 승소 이후 기자회견에서 기뻐하는 이용수 할머니(2023.11.23) / 사진.정의기억연대


대구지역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95) 할머니는 항소심 승소 이후 정의기억연대와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늘에 계신 할머니들이 도와주신 것 같다"며 "감사하다. 감사하다. 정말 감사하다. 이제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저의 소원은 한 분이라도 더 남아 있을 때 일본이 사죄하고 법적 배상을 하는 것밖에 없다"고 기뻐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절박한 피해자 호소에 귀 기울여 인권 최후의 보루로서 책임을 다한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면서 "국제 인권법의 인권 존중 원칙을 다시 확인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했다. 
  
한편, 23일 기준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한국 피해자는 모두 240명이다. 이 중 231명이 숨져 이제 국내에 남은 피해 생존자는 아흔이 훌쩍 넘은 이용수, 길원옥 할머니 등 9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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