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이들과 엄마들 '송년의 밤'..."힘겹게 만든 작은 둥지, 꿈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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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 앞산 자락 단층 '주간활동서비스센터'
중증 발달장애인 자녀 둔 사회적협동조합 '함께맘'
갈등 속 지킨 돌봄·교육공간에서 성탄절 앞 송년회
"격려와 지지 없었다면"...울고 웃으며 감사, 덕담


엄마들은 또 울었다. 이번엔 기쁨과 감사의 눈물이다. 

중증 발달장애인 자녀들이 함께 배우고 생활할 '작은 둥지'를 마련하기 위해 올 한해 힘겹게 싸운 엄마들. 마침내 문을 연 작은 공간에서 엄마들과 아이들은 지난 21일 저녁 송년의 밤을 보냈다. 

'담장을 허무는 엄마들(중증 중복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모임)'과 '사회적협동조합함께맘'은 지난 21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센터'에서 송년회를 열었다. 송년회 슬로건은 '더불어 사는 세상 아름다운 인연들과 함께하는 송년의 밤'이다.  
 

"오늘은 안 울어야지"...송년회에서 발언하는 전정순 대표(2023.12.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늘은 안 울어야지"...송년회에서 발언하는 전정순 대표(2023.12.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공간을 만들고 지켜내는데 힘써준 이들도 초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성탄절 기쁨도 함께 나누고, 다가올 2024년 새해 덕담도 나눴다. 시민들의 격려와 지지가 없었다면 더 고되고 외로웠을 엄마들의 싸움. 송년의 밤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내년에도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자고 다짐했다.  

모두 60여명이 참석해 그들의 작은 공간을 둘러봤다. 앞산 자락 앞산순환로에 있는 단층짜리 주간보호센터. 아무데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 엄마들이 직접 주간돌봄센터를 차리게 됐다. 휠체어가 다니기 쉽게 모든 문턱을 없앴고, 레일을 잡고 이동할 수 있고 벽에는 손잡이를 설치했다. 휠체어와 보조 장비가 쉽게 드나들 수 있는 화장실, 샤워장, 베드 등 모든 것이 장애인 돌봄과 교육에 친화적이다. 

전정순(64) '담장을 허무는 엄마들' 대표는 또 울먹였다. 전 대표는 "오늘은 안 울어야지 다짐해도 되돌아보니 너무 고되고 힘든 기억이 떠올라 눈물이 나려고 한다"며 "이 곳을 만들기 위해 엄마들은 물론 여기 오신 많은 분들이 힘써주셨다. 격려와 지지가 없었다면 엄두도 못냈을 것"이라고 했다. 
 

성탄절을 앞두고 장애인 자녀들과 엄마들이 한 해를 돌아봤다.(2023.12.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탄절을 앞두고 장애인 자녀들과 엄마들이 한 해를 돌아봤다.(2023.12.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간센터를 여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올해 4월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지원서비스 제공기관 이용자 선정에 탈락해 엄마들과 자녀들은 갈 곳이 없어졌다. 겨우 마련한 주간센터도 운영할 수 없게 됐다.

엄마들은 달서구청을 찾아가 항의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는 1인 시위를 하며 도왔다. 법과 행정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일이다. 갈등 끝에 달서구청은 엄마들과 장애인 자녀들에게 공간을 내줬다. 그렇게 힘겹게 문을 연 주간센터인 만큼 송년회의 의미도 남달랐다. 

함께 한 엄마들과 이들을 도운 달서구의원들, 시민단체 인사들, 선생님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면서 서로 울고 웃었다. 아이들은 엄마들이 또 운다며 놀리기 바쁘다. 
 

   
▲ 함께맘의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센터'(2023.12.21.대구 달서구 앞산순환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성순(더불어민주당) 전 달서구의원은 "막막한 길에 빛이 비칠까 걱정했는데, 어머니들이 황무지에 길을 만드는 걸 보며 살려야 한다는 마음에 힘을 보탰다"고 말했고, 박종길(민주당) 달서구의원은 "가장 아프고 힘든 곳에 복지가 가야한다. 의미 있는 결정을 한 달서구청도 힘이 됐다"고 했다.

박신호 전 전교조대구지부장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교육 받고 돌봄 받을 수 있게 국가와 시민이 도와야 한다"면서 "엄마들의 절절한 마음이 통했다. 내년에는 더 행복할 수 있게 돕겠다"고 약속했다. 

주간센터 한 교사는 "여기서 좋은 추억을 학생들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내년에는 다른 이용자(장애인)들도 많이 와서 이 좋은 공간을 활용하고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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