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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박정희 동상' 조례 추진...시민 889명 "우상화 반대" 의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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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시민 의견 받아 22일 의회 제출
전국서 열흘간 '반대' 의견 1천여명 몰려
조례 발의 시 서명운동 등 '반대운동' 예고
"홍준표 시장 몰역사" / 시 "조례 추진"

대구시가 4월 안으로 '박정희 공원·동상' 건립을 위한 조례를 발의한다.  

대구시(시장 홍준표)에 1일 확인한 결과, 지난달 11일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1일까지 시민 의견을 받는다. 이어 오는 22일 대구시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조례안 내용을 보면 ▲대구시장은 박정희 기념사업·행사 등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효율적 관리를 위해 대구시가 설립한 공사·공단 또는 출자·출연한 법인에 관리를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홍준표 시장은 반헌법적·반교육적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을 중단하라" 피켓팅(2024.4.1)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홍준표 시장은 반헌법적·반교육적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을 중단하라" 피켓팅(2024.4.1)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념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뒤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홍 시장은 지난달 간부회의에서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대구도서관 내 공원을 '박정희 공원'으로 명칭을 바꾸고, 두 곳에 각각 박정희 동상 세우는 '박정희 기념사업'을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발의 목소리가 나와도 대구시는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대구시의회 임시회에서 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미희 대구시 행정과장은 "현재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며 "조례가 제정되고 나서 그 다음에 판단할 문제"라고 답변했다. 이어 "시의회 4월 회기에 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는 거세게 반발했다. 대구경북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를 포함해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18개 단체로 구성된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1일 오전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는 반민족·반인권·반자치 대명사로 기려야 할 사람이 아니지 않냐"며 "대구시는 우상화 사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및 조례 제정 규탄 기자회견'(2024.4.1. 대구시청 산격청사)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및 조례 제정 규탄 기자회견'(2024.4.1. 대구시청 산격청사)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가 대구시 행정과에 조례 제정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다. (2024.4.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가 대구시 행정과에 조례 제정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다. (2024.4.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준비위원회는 지난 3월 20일 준비모임을 가진 뒤 지난달 21일부터 열흘간 온·오프라인으로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조례제정 반대의견서'를 모았다. 전국 1,300여명의 시민이 의견서를 냈고, 이 중 대구시민 889명 의견서를 취합해 대구시 행정과에 이날 제출했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조례를 발의할 경우 추가로 서명운동을 진행해 대구시의회에도 서명서를 제출한다. 이어 오는 4월 9일 경북 칠곡 현대공원에서 열리는 '인혁열사 추모행사'에 인혁당 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참석해 '박정희 우상화 반대'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인민혁명당 조작사건'은 박정희 정권 당시 대표적인 반인권적 사법 살인 사건이다. 

이들 단체는 "홍 시장은 반민주, 반인권, 반헌법적인 독재의 화신 박정희 동상을 세우려 한다"며 "박정희의 동상은 대구의 역사와 시민정신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광주에도 '김대중기념관이 있으니 대구에서도 박정희를 기념해야 한다'는 홍 시장의 논리는 민주화 역사에 대한 무지의 산물이자 지역주의를 심화시키는 퇴행"이라며 "홍 시장의 몰역사적 인식, 전도된 가치관에 대구가 휘둘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김찬수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장,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대표(2024.4.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 김찬수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장,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대표(2024.4.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김찬수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장은 "홍 시장이 대구의 위상을 회복하고, 대구굴기를 이루려 하면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역사를 바로세우는 것부터 해야 한다"며 "박정희는 광장으로 나가야 할 인물이 아니라, 역사의 냉엄한 평가 속에서 오욕과 부침을 국민이 기억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대표는 "홍 시장은 박정희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고, 이 국가를 어떤 방향으로 몰아갔는지를 안다면 그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대구시민들과 힘을 합해서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 것을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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