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광장' 표지판이 국유지 무단 불법 설치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나라 땅인 동대구역 광장에 대구시가 사전 협의도 없이 무단으로 불법 시설물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 관련 공무원들을 다음 주 검찰청에 고발하기로 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허소)은 16일 "홍준표 시장이 불법 무단으로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설치했다"며 "권한을 넘어서고 절차를 위반한 것에 대해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표지판 설치와 관련해 홍 시장을 비롯한 대구시 관계 공무원 등을 늦어도 다음 주쯤 대구지검에 고소, 고발할 예정이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혐의는 아직 특정하지 않았다.
대구시는 지난 14일 동구 신천동 동대구역 광장 입구에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서체를 적용한 폭 0.8m, 높이 5m의 '박정희 광장(PARK JEONG HEE SQUARE)' 표지판을 설치했다. "대구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홍보"하는 것이 표지판 설립 목적이다. 같은 날 오전 제막식을 열고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이라고 명명했다. 올 하반기에는 표지판 근처에 높이 3m 박정희 동상을 세운다.
민주당은 대구시가 표지판을 세운 부지가 대구시의 소유가 아닌 국가 소유라며 문제 삼았다. 국유지 무단 점유이기 때문에 국가가 시정 명령을 내려 표지판을 철거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대구시와 민주당 대구시당 말을 16일 종합한 결과, 경부고속철도 대구지역 도심 통과 구간인 '동대구역'과 '동대구역 주변 부지'는 '국가철도공단'이 소유한 국유지다. 대구시는 철도공단으로부터 '동대구역 주변 정비사업'을 위탁 받아 동대구역 광장을 설치했다. 지금까지 대구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고 있다.
철도공단으로부터 대구시가 해당 부지에 대해 권한을 넘겨 받은 것은 '유지·관리권'이다. 동대구역 광장은 대구시가 아닌 국유지인 '철도 부지'에 포함돼 있어 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철도공단과 사전에 협의 해야 한다. 지자체가 나라 땅을 마치 자신의 땅처럼 무단으로 점유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민주당 대구시당은 "대구시가 광장 명칭을 마음대로 변경하고, 표지판을 설치하는 것은 유지와 관리 업무를 하는 지자체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라며 "새로운 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국유지 관리자인 공단과 사전 협의를 해야하는데, 어떠한 협의도 없이 무단으로 표지판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또 "철도역 광장은 철도역 부속시설로 철도역 명칭과 동일한 명칭으로 사용한다"면서 "현재 전국의 철도역 명칭과 다른 명칭을 사용하는 역광장은 없다. 명칭을 지자체장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초적 절차와 권한을 검토하지 않고 표지판을 만들고, 세운 것에 대한 불법 예산 사용과 업무에 관한 홍 시장 이하 관계 공무원들도 함께 고발할 것"이라며 "독재자 우상화, 친일부역자 이름을 딴 불법 표지판을 동대구역 광장에서 반드시 철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구시 도로과 관계자는 "(부지) 하부는 철도가 다니지만, 상부 시설은 대구시가 유지하고 관리한다"며 "광장에 벤치, 화단, 조형물 등 다른 편의시설도 많은데 그런 것을 만들면서 지금까지 문제가 된 적 없고 공단과 사전에 협의한 적도 없다"고 16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설명했다.
특히 "국유지 무단 점유라는 것은 염두하지 않은 지점이라 좀 황당하다"면서 "철도 시설물에 지장을 주면 당연히 협의하겠지만, 이건(표지판) 시민 편의시설로 봐야하는데 무슨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단이 이 시설물에 대해서 사전에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항의를 하거나 공문을 보낸 적도 없다"면서 "광장에 많이 설치된 다른 시설물들과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을 포함한 대구지역 야5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대구시가 추진하는 박정희 동상, 박정희 광장 등을 "독재자 우상화 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사업 근거가 되는 '박정희 기념조례'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17일 오후 5시에는 동성로에서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홍준표 시장 규탄' 4차 시민대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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