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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광장에 동상까지 세워야 하나?..."독재" vs "개발" 180분 토론, 간극만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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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공과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강금수·이정우 "친일 행적·물가 파탄" 비판
도태우·남해진 "산업화 기려야...독재 불가피"
고성에 퇴장 요구...사회자 "경청해 달라" 제지

'박정희 동상', '박정희 광장 표지판' 등 대구시가 추진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박 전 대통령 공과(功過)를 평가하는 토론회가 대구에서 열렸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고도성장 등 경제개발"을 대표적인 공으로 들었다. 반면, 시민사회 인사들은 "친일부역, 독재자" 등의 과를 언급하며 "고도성장은 만들어진 신화"라고 비판했다.  

패널들뿐만 아니라 객석에서도 입장이 팽팽히 갈라졌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양측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현장은 찬성·반대 양측 모두 고성을 지르고, 발언에 끼어드는 등 결국 난장판이 됐다. 180분간 이어진 토론은 서로의 간극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박정희 공과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왼쪽부터)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규원 경북대 명예교수, 도태우 변호사, 남해진 박정희현창사업회 회장(2024.8.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정희 공과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왼쪽부터)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규원 경북대 명예교수, 도태우 변호사, 남해진 박정희현창사업회 회장(2024.8.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토요마당(대표 최봉태)'은 19일 오후 경북대학교 국제경상관에서 '박정희 공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패널로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도태우 변호사, 남해진 박정희현창사업회 회장이 나왔다. 사회는 김규원 경북대 명예교수(사회학과)가 맡았다. 대구 시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가량 진행됐다.

◆ 이정우 "물가·부동산 파탄시킨 장본인...경제 못 살려"

(왼쪽부터)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2024.8.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2024.8.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정우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를 살렸다는 주장을 보수 쪽에서 많이 말하는데, 만들어진 신화"라며 "현재 땅값을 비싸게 만든 정부는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또 "성장률에 집착해 난개발과 투기를 조작하며 땅값을 천정부지로 올렸다"고 주장했다.

또 "박정희식 경제 발전 모델은 만주국에서 유래하는데, 일시적으로 성장하면서도 오래 가지는 않는 모델"이라며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모델을 자유와 민주주의 토론 없이 억지로 끌고 갔다. 시간만 좀 더 지났으면 경제적으로 파탄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강금수 "출세 위해 자발적 친일한 자...대구와도 악연"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박정희는 일제강점기 한 명의 만주국군으로서 만주국과 일본에 충성을 다한 인물"이라며 "출세를 위해 자발적으로 친일 행위를 했고, 1965년 한일 협정에서 8억 달러를 받고 일제의 36년 식민 지배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2살 대구 청년 전태일이 하루에 15시간 이상씩 중노동에 시달리며 굉장히 유해한 작업 환경에 처한 노동자들의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고 박정희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지만, 답변을 받지 못해 분신에 이르게 했다"며 "이승만 대통령 때 간첩 누명을 쓰고 희생당하신 분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활동했던 대구지역 유족회도 반국가단체로 만들어 탄압했다"고 덧붙였다. 

◆ 도태우 "세계 경제 이용해 고도성장...박정희 리더십 없이 불가능"

(왼쪽부터) 도태우 변호사, 남해진 박정희현창사업회 회장(2024.8.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 도태우 변호사, 남해진 박정희현창사업회 회장(2024.8.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22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대구 중구·남구 공천을 받았다가 '5.18망언'으로 공천이 취소돼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도태우 변호사는 "20세기 후반 세계 경제는 자유무역과 기술혁신으로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하고 있었다"며 "기존에는 후진국이 원재료를 팔고, 선진국은 공산품을 후진국에 파는 형태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이 되며 선진국 간 공산품 교역이 늘어났고, 선진국은 노동 지배적 사양산업을 하기 싫어했다"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이를 이용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다. 우리 앞날을 극대화한 것은 그의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 남해진 "굶주림 벗어나게 해준 대통령...독재 불가피"

남해진 박정희현창사업회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은 무질서와 도탄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해낸 민족중흥의 아버지"라며 "박정희 대통령은 공(功)이 9이고 과(過)가 1인 훌륭한 지도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국민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남 회장은 "국민소득 통계에 의하면 1969년 대한민국 국민소득은 79달러, 1970년도에는 243달러였다"며 "현재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인 대한민국의 자유와 풍요는 누가 만들었냐"고 반문했다.

◆ 시민 질답 시간, 말 끊고 고성에 퇴장...'난장판'

'박정희 공과 어떻게 볼 것인가 시민 대토론회'(2024.8.19.경북대 국제경상관)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정희 공과 어떻게 볼 것인가 시민 대토론회'(2024.8.19.경북대 국제경상관)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토론자들의 발표 이후 시민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받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손을 들고 사회자의 지목을 받은 뒤 한 명씩 단상에 올라가 박 전 대통령의 공과와 동상 건립에 대한 자기 주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문제는 박정희 동상 건립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상대편 주장이 "잘못됐다"며 말을 끊기도 하고, 급기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 시민은 발언하던 도중 "말을 끊지 말라"고 하거나, 사회자를 향해서도 "말 끊는 사람은 퇴장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토론장은 금세 난장판이 됐다. 

사회자도 "주어진 사실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는 것은 우리가 가치 판단을 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기본적인 사실에 대한 부분까지 의견이 갈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다른 분들이 발언할 때는 경청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상천(22) 경북대 윤리교육과 2학년 학생은 "박정희 대통령은 민주적 방식으로 국가 주도 경제 정책을 집행할 수 있었는데도, 자신의 권력과 안위를 위해 민주주의를 짓밟았다"며 "대구시가 동상을 세워야 한다면 박정희 동상 말고 독일에서, 공장에서 일했던 평범한 민중들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서석구(80) 변호사는 "좌파 성향 사람들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극찬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은 매도하고 있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를 경제 강국으로 만들고, 모든 산업의 기초를 닦은 분을 욕해서는 안된다"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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