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 '박정희 광장(PARK JEONG HEE SQUARE)' 표지판이 들어선 14일 동대구역 광장은 두 쪽으로 갈라졌다.
동대구역 광장 한켠에는 기존의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이라고 바꾸고, 표지판을 설치한 대구시와 태극기를 들고 이를 환영하는 새마을회 회원들이 있다. 반대 쪽에는 제79주년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친일부역자, 독재자 이름을 딴 광장을 용납할 수 없다"는 야당과 시민사회 인사들이 있다.
양쪽은 경찰이 세운 안전 라인을 가운데에 놓고 대치했다. 새마을회 회원들은 새마을회 조끼를 입고 태극기를 흔들며 "조국의 영웅 박정희"라고 외쳤다. "산업화 정신 계승으로 대구의 영광을 되찾자", "박정희 대통령 산업화 정신을 되새기자"라고 적힌 현수막도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했다.
반면 야당과 시민사회 인사들은 "8.15 광복절에 친일부역자 우상화 웬말이냐", "박정희 동상 절대 반대", "독재의 망령으로 동대구역을 더럽히지 말라", "홍준표 시장 규탄한다" 등의 피켓을 들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정의당·녹색당 대구시당 등 야5당과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제막식 전인 이날 오전 11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시장은 친일파 독재 망령을 되살려 민주주의, 민생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며 "퇴행을 멈추고 표지판을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정금교 범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독재자를 우상화하는 동상과 표지판을 동대구역에 세우다니 너무 비상식적인 역사 퇴행"이라고 규탄했다. 허소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도시의 다양성을 짓밟고 광장에 우상화를 강요하는 폭거를 규탄한다"고 했다. 김동식 조국혁신당 대구시당 부위원장은 "홍 시장은 박정희 팔이를 하며 새마을 노래를 부르고 과거로 간다"면서 "미래를 위해 박정희 광장을 막겠다"고 했다.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14억5,000만원 예산을 들여 동상과 표지판을 세운다고 꼴찌 대구 경제 지표가,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다. 피, 땀으로 일군 민주주의와 독립운동 역사를 지우지 말라"고 지적했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친일인명사전'에 버젓이 등록된 박정희를 기리는 것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나. 역사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우석 녹색당 대구시당 공동위원장은 "광복절 전 친일부역자 독재자 이름을 딴 표지판을 세우다니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했다.
이처럼 야당과 시민사회가 거세게 반발했지만, '박정희 광장' 표지판은 동대구역 광장에 들어섰다.
대구시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동대구역 광장 입구 잔디밭에서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을 진행했다. 올해 11월쯤 동대구역 광장에 높이 3m 박정희 동상 설립 전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이라고 바꾸고 홍보 차원에서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세운다. 표지판 예산은 2,994만원, 높이는 5m다.
홍 시장과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강대식 대구 동구을 국회의원, 새마을회 대구 동구지회 회원 등이 참석했다. 표지판을 감싼 천을 내리고 표지판이 들어나자 축포를 쏘며 환영했다.
홍 시장은 축사를 통해 "근대 산업 도시 시발점인 박 대통령 산업화 정신을 기리기 위해 대구 관문인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의미를 되새기고자 표지판을 설치한다"며 "올해 안에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세워 산업화 정신을 시민들과 함께 기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표지판 설치 '반대' 목소리에 대해선 "역사 인물에 대한 공과는 언제나 있는 법"이라며 "과만 들추지 말고 공도 기념해야 할 부분은 해야 한다. 그런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반대하시는 분들의 뜻도 이해하지만, 반대만이 능사가 아니지 않냐"며 "5,000만 국민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 산업화 출발 도시인 대구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기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반대하시는 분들도 좀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한때 양측의 일부 인사들이 고성을 지르며 언쟁을 벌였지만 큰 물리적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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